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세상 (8)

투표와 수학

지역내일 2012-12-28 (수정 2012-12-28 오전 10:46:13)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시하기가 어려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투표를 실시하여,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고 ‘국민에 의한 지배’를 실현하게 된다. 득표율은 대표자를 결정할 뿐 아니라 대표자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낮은 득표율로 선출된 대표자는 자신의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고 시시비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의 제13, 14, 1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30% 중반에서 40% 초반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자가 결정되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일이 하나의 예가 된다.


그렇다면 일상화된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선거가 가장 민주적인 제도일까?
예전에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 중에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에서 주인공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현실을 풍자한다. 다수결의 원칙에서도 승자만이 의미를 갖는다. 이런 선거제도가 공정하며 국민들의 뜻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제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을 둔 현재의 선거제도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체계이므로 민주주의가 아니고 다수에 의한 독재일 뿐’이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공정성을 높이는 선거 제도는 없을까? 다음의 문제를 통하여 다양한 투표제도에 대하여 알아보자.
30명의 유권자가 세 명의 후보 A, B, C에 대하여 선호하는 순서를 적은 결과가 아래의 표와 같다고 하자. 첫 줄에 있는 12명의 유권자는 A를 1순위로 B, C를 각각 2, 3 순위로 선호함을 나타내고 있다.




 































1순위



2순위



3순위



지지자



A



B



C



12명



C



B



A



10명



B



C



A



8명




 




A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가 12명으로 가장 많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면 당연히 A가 당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A를 3순위로 선택한 유권자가 18명이나 되므로 A가 전반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A를 당선자로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순서에 따라 차등화 된 점수를 부여한 후 투표하는 방법을 점수 투표제라고 한다. 점수 투표제에서는 투표 후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를 최종 승자로 결정한다.  음악 콩쿠르,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등이 이 방법을 사용하여 우승자를 결정한다. 이 방식은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 번도 1위를 못한 후보가 당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선의 투표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 문제에서 1순위 10점, 2순위 8점, 3순위에 6점의 점수를 부여한 후 계산을 해보자. A가 당선될까?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꼭 풀어보길.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쉬운 문제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귀찮아하지도 않는다.
선호투표제는 개표 결과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있는 경우에는 그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가 없으면 유권자의 선호도에 따라 후보들의 순위를 매기고, 1순위 표를 받지 못하거나 가장 적게 받은 후보를 탈락시키면서 그 후보의 차 순위 후보에게 탈락된 후보의 표를 나누어 준다. 그리고 표를 다시 세어 1순위를 가정 적게 획득한 득표자를 또 제외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집계를 반복하여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위의 문제에서 1순위 표를 가장 적게 받은 B를 탈락시키고 B를 1순위로 뽑은 유권자가 2순위로 선택한 C에게 B의 표를 준다. 이제 C는 1순위가 18표가 되므로 C가 당선된다. 선호투표제는 아카데미 후보작 선정, 아일랜드 국회의원 선거, 호주 상원 의원 선거에서 활용된다. 이 제도는 한 번의 투표로 당선자를 가리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도 절약되고 재투표를 방지하면서 절대다수제의 원칙도 존중하는 투표제이다.
결선투표제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투표를 실시한 후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때, 상위 2명이 결선에 오르게 되고 그 2명에 대해서 다시 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번 대선에서 통합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때 실시하려고 한 제도이다.
이 외에도 쌍대비교 투표제, 찬성 투표제, 1인 2표 방식 투표제등 있으나 지면 관계상 설명은 생략한다. 독자들이 직접 알아보기를 권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완벽한 투표 방식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였다. 이것은 단순하게 투표로만 결정하지 말고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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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istiger@hanmail.net
Blog:http://blog.daum.net/istiger

진광고등학교 신인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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