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위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회복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초기에는 막연하게 약이라든가 의사의 능력만이 전부인 줄로 잘못 아는 수가 흔하다. 단주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에는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으나, 재활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다른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하다.
소위 집단치료라 하는 단주 모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과음 문제의 본인은 물론 보호자들조차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주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이 점에 대하여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 거의 모든 초점을 기울여야 하는 수가 많다.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과음하는 사람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문제가 많은 가정에서 태어나, 집안에서 그 존재가 잊혀진 아이로 자라는 동안, 인생에 아무런 방향이 없다. 정상적인 가족의 틀 안에서 마음껏 자기를 발휘하고 살아온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단주모임에 참여하게 될 때에는 사람들과 환경이 너무나 두려워 압도되기 쉽다. 처음 참석하여 동료들이 질문을 하면 무얼 말해야 할 지 모른다. 다른 동료들이 자기를 소개하고, 자신을 소개할 차례가 오면 얼굴만 빨개져 아무 말도 못한다. 성장기 동안에 가족들과도 감정적 교류가 없이 기본적으로 홀로 살아온 터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대처하는 사회적 기술이 아예 발달하지 않은 때문이다. 상당한 기간이 흘러 서로 안면을 익혔어도 질문을 하면 으레 “할 말 없어요.” 라고 짧게 이야기하고 입을 닫아버리기 일쑤이다.
지속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면 점점 자신만의 조개껍질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퍽 나중이 되어서야 이 단계가 퍽 중요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료들과 익숙해지면서 점점 프로그램을 믿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다 보면, 남들에게 자신이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받아준다, 마치 진짜 가족인 것처럼!
동료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아, 때로는 이 때문에 마음으로 상처를 받는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위해 주고 믿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인다. 때로 스스로 단주를 먼저 포기하고 싶어질지라도 끝까지 붙잡아준다. 그러는 동안 감정과, 가족과, 인간과,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이해하게 한다. 피하려고만 했던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직면하게 하고, 이를 더 깊이 생각하고 대처해나가는 동안 점점 더 발전을 이룬다. 자존감을 지키면서 자신을 주장하는 것, 남들의 비평을 더 생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등등.
단주가 10년이 넘었을지라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단주모임은 얼마든지 또 다른 차원으로 도움을 준다. 단주모임으로 생명만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이 수단을 아무 조건 없이 무한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동료들이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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