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싸락눈이 내린 지난 21일 선부동 군자종합사회복지관. 머리에 소복이 내린 눈 모자를 쓰고 아이들이 하나둘 방과 후 교실로 들어온다.
“어서와. 장갑 안 끼고 왔어? 진수는 오늘도 눈 장난 하느라 늦게 오겠네” 하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여느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가 건네는 무뚝뚝한 듯 담백한 말 한마디는 꽁꽁 언 몸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선부동 군자종합사회복지관에서 6년여 동안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 같은 선생님 김선희(52)씨를 만났다.
“저는 여기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늘 좋아요. 아이들이 저에게는 약이고, 힘입니다.”
털털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참 젊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에 “아이들과 있다 보니 그렇게 보이나요?”라며 되묻는 모습에서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기운이 감돈다.
그녀의 가장 큰 보람은 문득 길을 가다가 거뭇거뭇한 청년이 불쑥 인사를 하거나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들렀다며 잊지 않고 찾아오는 아이들의 반가운 얼굴들을 대할 때다.
그녀의 직업은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방과 후 교사, 논술교사, 역사체험교사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자격증이 많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학력을 묻자 긴 학력이 줄줄 쏟아져 나온다.
어릴 적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 때문에 그녀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그녀의 명치에 내려가지 않는 체증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방송통신대학교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17년 동안 공부를 했다.
1983년도에 시작된 방통대 공부는 2000년도에 경영학과, 가정학과, 교육학과, 국문학과를 졸업하며 끝을 맺었다.
방통대를 졸업한 후 우연치 않은 기회에 군자복지관과 연이 닿아 현재에 이르렀다. “아이들을 한번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철칙처럼 지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묻지 않는 것이죠. 가정환경이 아이와의 관계에 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녀는 군자 복지관에서 방과 후 아이들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전에는 40대부터 80대의 어른들도 가르친다. 오전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암수술을 받고 회복이 되기가 무섭게 나와서 글을 배우는 60대 학생부터 80세가 넘는 고령의 학생도 있다.
연령부터가 대조적인 두 그룹을 가르치며 그녀는 오히려 본인이 얻는 게 더 많다고 얘기한다.
“오전반 어른들에게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그분들에게는 인내가 참 많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탁해지는 것을 투영해 주는 맑음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죠.” 라며 오전반과 오후반 모두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단다.
한윤희 리포터 hjyu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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