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있는 곳’ 향일암에서 맞이하는 새해 해돋이

지역내일 2012-12-20

여수 돌산대교를 건너면 돌산도가 나온다. 이 섬 최남단 금오산에 자리한 향일암 일출이 장관이다.
해안가 수직 절벽 위에 지어진 향일암은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홍연암과 경상남도 남해 금산의 보리암, 경기도 강화의 보문암과 함께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의 한 곳으로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불자들은 물론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남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 광경이 장관을 이루어 ‘해를 향하고 있는 암자’라는 뜻으로 향일암이라 부른다. 주위의 바위 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어 영구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절 일원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되어 있다.
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4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당시는 원통암이라고 불렀다. 958년 고려 광종 9년에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고쳐 부르던 것을, 조선 후기인 1715년(숙종 41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무공을 도와 왜적과 싸웠던 승병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 향일암에서 맞이하는 황홀한 태양
여수터미널을 나와 오른편으로 버스정류장이 있다. 111번 향일암행 첫차는 새벽 4시 30분경에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과 바다 사이로 난 길을 지나다 보면 새벽 미명 어스름 속에서도 한가한 어촌의 풍경들이 가슴에 들어온다. 승용차로 가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것 보다 더 걸어야 한다. 버스로 가는 편이 더 수월하다. 차가 없어 막히지 않는 새벽에는 35분이면 도착한다.
금오산 기암절벽 사이 동백나무들에 둘러싸인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급경사 산길을 올라 집채만 한 바위 두 개 사이로 난 바위굴을 지나야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굴을 지나고 나서야 만나는 향일암의 절경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향일암에는 유난히 많은 돌거북들이 있다. 바다를 향해 있는 거북들은 모두 소원성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추운 여수 밤바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새해 일출을 기다리다보면 흥겨운 사물놀이가 잠든 새벽을 깨운다. 돌산 향교장의 일출제례 후 소원을 담은 풍선과 소원함을 띄우면 이내 캄캄한 망망대해 끝자락에서 검붉은 태양이 조심스레 솟아오른다. 남도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새해 첫 태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어느새 주변은 온통 황금빛이다.


● 놓치면 아쉬운 금오산 트레킹
해맞이가 끝나면 모두들 내려가기 바쁘다. 하지만 향일암을 품고 있는 금오산(해발 323m) 트레킹을 놓치면 후회한다. 향일암에서 450m 거리로 정상까지 15분이면 오를 수 있다.
향일암 삼성각에서 하산길로 50m를 내려오면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만난다. 이 길은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급경사 구간이 많지만 철제 계단과 안전 난간이 설치돼 있어 어린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갑과 안전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풍경. 한 사람이 흔들거나 열 사람이 흔들거나 상관없이 그 흔들림이 일정하다는 흔들바위를 지나 정상에 가까울수록 바위에 새겨진 거북 등껍질(구갑석) 무늬는 더 선명해진다.
금오산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절경을 압축해 놓은 듯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헤엄쳐 가는 큰 거북의 머리도 보이고, 돌산도와 금오열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오산 정상을 먼저 다녀온 후 향일암에서 해맞이를 하는 방법도 있다. 매표소에서 향일암을 거치지 않고 직진해 콘크리트 포장 도로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정상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위치 :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산 7
새해 첫 일출 시간 : 아침 7시 36분
입장료 2천원
문의 : 061) 69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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