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A씨는 친구의 고향으로 휴가를 갔다. 강변에서 피서를 하며 며칠 쉬다보니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산이 감싸고 있는 수려한 풍광에 아늑한 마을이었다. 산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깊은 계곡이 있어 피서지로서 ‘딱’이었다. 은퇴한 후 이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앞뒤 잴 것도 없이 계곡 안쪽에 아름다운 땅을 하나 샀다.
하지만 겨울에 자신이 사놓은 땅을 가보고는 후회를 했다. 여름에는 그렇게 아름답고 시원하던 땅이 겨울에 다시 찾았을 때는 정반대로 변해있었다. 우거졌던 나무들이 앙상해지자 땅 그 자체는 너무나 볼품이 없었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했지만 겨울에는 다른 곳보다 바람이 거세고 응달진 곳이라 볕도 잘 들지 않았다. 추워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A씨는 겨울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산 땅이 피서지로는 좋을 지 몰라도 집터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 중이다.
전원주택을 짓겠다며 집터를 찾는 사람들은 보통 봄과 가을에 현장답사를 많이 한다. 새싹들로 땅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좋고 가을엔 오색의 단풍들로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경치도 감상하고 전원주택지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집터를 고를 때는 겨울에 현장답사를 해야 속지 않는다. 꽃과 수풀, 단풍이 우거져 있는 좋은 계절에는 땅 그 자체보다 주변 경관에 취할 수 있다. 취한 상태에서는 모든 땅이 아름답다. 경관에 속아서 덜컥 사버린 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 땅을 보면 화장기를 지운 맨 얼굴의 땅을 볼 수 있다.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 토질을 어떤지, 햇볕은 잘 드는지 등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특히 도심 밖에 있는 전원주택은 겨울에 살기 좋아야 한다. 도시보다 겨울이 길기 때문에 동파 등을 관리할 것들도 많고 난방비도 많이 든다. 집터를 잘 못 선택했을 때는 겨울나기가 힘들어 질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부지가 좋다. 그래서 전원주택지는 겨울에 찾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풍수지리 측면에서도 땅은 겨울에 고르는 것이 좋다. 같은 지역에서도 겨울에 땅이 잘 얼지 않는 곳이 있고 눈이 왔어도 금방 녹는 곳이 있다. 이렇게 겨울에 눈이 잘 녹는 곳, 온기가 있는 따뜻한 곳이 살기 좋은 곳이며 풍수지리에서 일반적으로 명당으로 꼽는다. 응달진 곳보다 양지 쪽이 좋고 찬바람이 덜한 곳을 택해 집을 지어야 좋은 집터가 되고 건강에도 좋으며 관리하기도 편하다. 한마디로 명당은 겨울에 찾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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