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은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60년 전 이야기로 총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 프로도의 삼촌 빌보가 어떻게 해서 절대반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겨울 방학 중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흥미롭거나 지루하거나
뉴질랜드의 압도적인 자연경관과 사실감 넘치는 몬스터들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169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미리 알고가야 한다. 전쟁 이야기와 종족간의 결투를 상상하는 어린이라면 흥미진진함에 안달을 낼 것이고, 러브스토리나 아름다운 중간계만을 꿈꾸었던 어린이라면 난쟁이 원정대의 끝없는 여정에 하품을 연발하게 될 것이다. 눈은 호강하지만 즐길 스토리는 빈약하다고나 할까. 특히 골룸을 다시 보고 싶어 했던 어린이라면 오랜 기다려야 할듯하다. 골룸은 영화 중반이 지나야 등장한다.
소설은 시간 순서대로,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서
1937년 J.R.R. 톨킨은 ‘호빗’이라는 이름의 어린이를 위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된 이래 1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5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 ‘호빗’은 아이들이 자기 전에 읽어 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누구도 감히 이 내용을 영화로 제작할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10년 전 피터 잭슨 감독이 이 명작을 획기적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았고 <반지의 제왕> 3부작은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성공해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11개의 아카데미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톨킨은 ‘호빗’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반지의 제왕’으로 끝을 맺었지만 피터 잭슨은 이와는 정반대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먼저 제작하고 그 후에 60년 전의 이야기인 ‘호빗’으로 회귀해 새롭게 영화를 풀어나간다. 그 1편이 바로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이다.
‘반지의 제왕’ 때로부터 시간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대반지를 지켜냈던 프로도 배긴스의 삼촌 빌보 배긴스가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으러 나선 13인의 원정대와 합류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다채로운 주인공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이거나
호빗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여행 없이 세계를 학습하고 어떤 일이 닥쳐도 소극적이고 주저하며, 자신의 집과 호빗 마을이 전부이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무척 두려워한다. 안락한 삶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호빗 빌보. 그러나 절대반지를 만나면서 그는 변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본인의 노력이나 연습이 아닌 반지 하나에 그렇게 변한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긴 하다.
동굴 출구를 놓고 퀴즈 배틀을 벌이는 골룸과 호빗의 대결은 수수께끼 한 두 문제에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초등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웃음이 나고, ‘참나무방패 소린’이라는 별명을 얻은 원정대 대장 소린 2세는 ‘비밀병기 활’의 류승룡과 자꾸 오버랩 되어 멋있게만 보인다. 난쟁이 13인이 주요 인물이다 보니 그의 작은 키도 가려져 단점이 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탐욕을 부르는, 취하면 안 되는 물건으로 보였지만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 반지의 모습은 호빗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매력적인 열쇠처럼 보인다.
개봉관의 25.9%를 차지하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 그러나 객석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못했다. 3D나 아이맥스로 보아도 눈의 피로감이 적다는 초당 48프레임 HFR로 제작된 영화이지만 긴 상영시간의 지루함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빗을 선택한 아이들은 어느 극장에서도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지만 다양한 볼거리를 원하는 아이들은 이번 겨울 영화를 찾아 곳곳의 상영관을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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