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비지터’

다문화 사회 속 갈등을 관계와 소통으로 풀어내다

지역내일 2012-11-15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소통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통찰하는 감동적인 영화 ‘비지터’가 스크린에 올랐다. 영화는 제목처럼 단조로운 일상에 불쑥 찾아와 잊고 살았던 삶의 소중한 관계를 일깨워 준 특별한 비지터였다. 


무료한 삶에 파문을 일으킨 작은 두드림
영화 ‘비지터’는 클래식만 듣던 미국 노교수와 젬베를 두드리는 시리아 청년의 우정을 통해 삶의 아름다운 변화를 따뜻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코네티컷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월터 베일(리차드 젠킨스)은 피아니스트였던 아내를 잃고 삶의 열정을 잃은 채 늘 같은 강의를 하며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변화를 주기 위해 피아노를 배워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를 대신해 논문을 발표하러 뉴욕으로 간 그는 비어 있던 자신의 아파트에서 불법체류자 타렉(하즈 슬레이만)과 마주친다.
월터는 갑자기 찾아온 낯선 방문자 타렉 커플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서서히 다가가고, 타렉은 감사의 뜻으로 그에게 아프리카의 악기 젬베 연주를 가르쳐준다. 미국 사회의 통념상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월터의 건조한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두 사람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우정이 무르익을 무렵 타렉은 불법이민자 단속에 걸려 수용소에 갇히게 되고, 월터는 그를 돕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잔잔하고 진중한 연기와 경쾌한 리듬의 조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지루함보다는 경쾌함을 전한다. 리차드 젠킨스의 섬세한 내면 연기와 이국적인 악기 젬베의 경쾌한 리듬은 스토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스토리를 기분 좋은 위트와 감동으로 바꾸어놓는다. 여기에 아들이 수용소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월터의 집으로 찾아온 또 다른 방문자 모나(타렉의 엄마) 역을 맡은 히암 압바스는 깊이 있는 연기와 온화한 아름다움으로 이민자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 ‘레몬트리’에서 그녀의 이미지가 순간순간 머릿속에서 오버랩 된다.
두 중년 배우가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다면, 타렉 역의 하즈 슬레이만과 그의 연인 자이납 역의 다나이 거라이라의 연기는 악기 젬베의 리듬만큼 솔직하고 경쾌하다. 두려움 속에서 사회의 마이너 리그로 살아가고 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선하게 살아가는 사랑스런 인물들이다.
영화 속의 네 사람은 조용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하고 요란한 소통 방식보다 효과적으로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절제된 아름다움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풍자의 메시지
영화 ‘비지터’는 다문화 사회 속의 크고 작은 갈등과 모순 상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이민제도를 통해 사회와 불법이민자들 사이의 갈등을 격렬하게 그려낸 반면,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개개인의 관계를 통해 미묘한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갈등과 모순은 영화 구석구석 숨어 있는 풍자의 메시지를 통해 더욱 리얼하게 전달된다. 인권이 무시된 불법 이민자 수용소 면회실에 붙어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림과 이민자들의 힘이 미국의 힘이라는 메시지는 미국 이민제도의 겉과 속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그런가하면 주인공들의 대사 속에는 섬세한 풍자가 담겨있다. “척한 거예요. 바쁜 척, 일하는 척, 책 쓰는 척, 실은 아무것도 안 해요”-척하며 살아온 월터, “이건 불공평해. 시리아랑 똑같잖아”-인권을 위해 시리아에서 미국으로 온 타렉, “많이 까맣네요”-자이납을 처음 본 모나. “남아공에 가봤는데”-세네갈 출신 자이납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척하는 행인. 영화 속 풍자의 메시지는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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