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과학을 주로 하는 이과 과목이 언어와 외국어를 주로 하는 문과 과목보다 공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과계열로 진로를 바꾸는 예가 많다. 이는 입시 정보에 있어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우라고 본다. 수도권의 주요대학에서 문과 대 이과 입학정원의 비율은 대략 50:50이다. 그러나 응시 학생 수를 살펴보면 수리 가형을 보는 이과생이 전체 응시생의 25% 수준이다. 그럼 간단한 산술로 봐도 대학입시경쟁률은 3:1 정도로 문과가 불리하다. 다시 말해 수학과 과학을 주로 하는 자연계열이 공부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문은 자연계열이 더 넓다는 얘기다. 실제 문과에서 언·수·외·탐을 전부 1등급을 맞더라도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여럿 봤다. 이과에서는 이정도 성적이면 당연히 상위권 대학의 의대원서를 자신 있게 넣는다. 의대 입학정원은 대학원에서 학부 중심체제로 바뀌는 대학이 늘면서 매년 대략 3천명 남짓 뽑는다.
과학 공부는 고등학교 입학해서 시작하면 늦는다. 적절한 선행이 필요하다. 손으로 만지고 해부해보는 그런 도구적 조작적 교수-학습 과정으로는 고급의 과학개념을 학습할 수는 없다. 논리적 생각만으로 해야 하는 ‘사고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400년 전에 갈릴레이는 역사적인 ‘사고실험’을 했었다. 물체를 힘껏 멀리 던져서 떨어지는 현상을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과 연결하여 인공위성을 상상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 교과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내용과 깊이를 자랑한다. 수리적 논리력 뿐 만 아니라 공간지각능력, 창의력 등 상당한 지적 훈련을 요구한다. 올해 수능에서 생물Ⅱ 1등급 컷이 예상 40점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네 과목 중에서 제일 낮다. 어렵다. 교과서에 있는 그림과 그래프 그게 전부가 아니다. 생물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요즘도 중학교에서 과학점수 어지간히 하면 80~90점 넘길 수 있다. 실수하지 않으면 100점도 맞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과학과목 학년 평균점수가 40점대를 넘지 못한다.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중학교식으로 대충 짧고 얕게 공부하고 지적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 수학과 과학은 마냥 열심히 공부한다고 누구나 쉽게 수월성을 획득할 수 있는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시간에 비례해서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 올라가도 한계가 있다. 상위 성적 권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의 석차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수학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도 심하게 순위가 고정되어 잘 바뀌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정도는 더하다.
‘과학과목’은 단순한 암기법 피해야
자연계 상위권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제대로 된 과학 공부는 중학교 때 시작하라고 권한다. 물리에서 최소한 속도, 가속도, 힘, 에너지의 역학부분 정도는 꼭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 고등 물리는 정말 어렵다. 우주의 크기와 우주의 나이, 상대성이론, 광전효과, 입자물리학 등 현대 물리학의 세계가 교과서에 들어있다. 어린 학생들이 화학은 물리과목 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받아들인다. 화학에서 원자모형을 학습해야 현대 물리학의 세계를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화학Ⅰ과목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가장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만 물리보다는 학습하기가 쉽다는 측면이 있어서다. 생물하고 지구과학은 중학교 내신공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고교에서 연관 단원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학습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주 천문 분야가 중학교 내신과정에 나올 때는 고교에서 지평좌표계와 적도좌표계에 대한 이해를 해두면 내신 준비하는 과정에서 암기해야 할 양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공부할 때 지구과학을 따로 선행하거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생물 과목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를 한다면 좋다. 중학교 생물교과에서 충분히 학습해야할 단원은 생식과 유전 단원을 꼽을 수 있다. 고교에서 공부를 할 때 이 단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어있지 않은 학생들이 이 단원을 배울 때 매우 곤혹스러워 하는 예를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과학 공부에서 성공하려면 정말 제대로 된 좋은 강의를 접해야 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암기하는 방법으로 학습을 지도하게 된다. 싸구려 강의는 어떻게 하면 잘 외울 수 있을지, 그것만 딱 그 수준에서 연구하고 뱉어내는 강의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수준 있고 도움이 되는 좋은 강의를 선택하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심사숙고하여 결정해야 한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아이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한 부모의 선택도 포함된다.
김동일원장
가나과학전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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