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경기도 분당에서 식당을 하는 분이 나에게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하면서 연락을 했다. 갑자기 건물주가 월세 800만원을 14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건물주가 돈도 많고 부자인데 왜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올리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법적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분이 건물주도 남는 게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세금내야 하고 은행 대출 이자도 내야하니 임대료를 많이 받는 게 아니라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임차인은 임대료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임대인은 임대료도 내지 않고 건물에서 퇴거도 하지 않는 임차인들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또 임대료를 더 주겠다는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상가를 잘못 임대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상가 건물을 임차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통상의 임대료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자 건물주는 이게 왠 횡재냐라고 생각하였다.
혹시라도 임차인이 다른 데로 갈까봐 노심초사하였는데 바로 임대보증금을 내고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매달 받을 생각에 흐믓해 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 임차인들이 불법으로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임대료만 잘 내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고 못 본 척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 단속반이 뜨더니 결국 임차인들이 잡혀갔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는 건물주에게도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보냈다. 불법 오락실 운영의 방조범이라는 것이었다.
건물주는 처음에는 정말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처음에는 몰랐을지 모르지만 중간에는 불법 게임장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계속 임대를 한 것이 방조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사건에서 이러한 경우에 1, 2심에서는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도록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알고 임대한 경우와 달리 나중에 안 경우는 분명히 다르다. 임차인이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막을 방법은 없다. 기껏해야 경찰에 고발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불법을 고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조범이라고 할 수도 없다. 법에 임대인이 불법영업을 묵인하면 처벌한다는 규정도 없다. 대법원도 이런 의미에서 방조죄로 처벌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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