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공부를 잘하려면 ‘아이의 능력보다 엄마의 정보력과 발품이 중요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여기 자녀 교육에서 독특한 논리를 펴는 엄마가 있다. 박규태(민사고3), 박기범(평촌중3) 두 아들을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보낸 이상희 씨다. 그는 아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를 놓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밀어붙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기로, 강압보다는 믿음과 공감대 형성을, 체벌보다는 모범을 통한 바른 인성형성을 얘기한다.
아이 교육은 엄마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2013학년도 민사고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 11월 12일. 둘째 기범이의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이상희 씨의 마음은 느긋했다.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떠나 스스로 진로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기범이를 믿었어요. 혹 실패를 하더라도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힘이 기범이에게 있다고 생각했죠.”
첫째 아들인 규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상희 씨는 보통 엄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많이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규태가 3살 되던 해부터 한글을 가르쳤고, 태권도 피아노 바둑 등 예체능 학원도 여럿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가 다니는 학원을 그도 함께 다녔다는 점이다. 배움에 대한 욕심과 아이들과의 공감을 위해서였다. 이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첫 시작이었다. “함께 다녀보니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여러 개를 배우니 바쁘기는 하지만 남는 게 없었죠. 아이들도 제 생각하고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배우기 싫다고 하는 것은 과감하게 끊었어요.”
조금 여유를 갖고 아이들에게 자유시간도 주기 시작했지만 미래를 위해 많이 가르치고 엄마가 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규태가 초등 2학년, 기범이가 7살 되던 해 그를 변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첫째에게 신경 쓰느라 둘째 기범이는 6살 때까지, 한글도 익히지 못하고 유치원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첫째가 일년이나 걸려서 배운 한글을 둘째는 한달만에 익히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배움이라는 것이 시기가 있다는 것을요. 엄마의 욕심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하루는 규태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선배에게 들은 얘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 얘기 모두 상희 씨가 늘 하던 말이었다. 엄마의 잔소리는 듣는 척만 할뿐 머리와 마음으로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끌고 갈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결정은 아이 스스로 하고 대신 책임도 지도록 했습니다. 학원도 그렇게 보냈어요. 처음에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는데, 막상 해 보니 아이들이 더 잘 하더라고요. 엄마와의 소통도 더 잘되고요.”
아이는 엄마의 행동에서 인성을 배운다
규태와 기범이는 공부도 잘 하지만 ‘인성이 바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상희 씨는 이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인성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바른 인성 형성을 위해 그가 실천한 것은 ‘엄마의 모범’이었다.
아들 둘을 키우다보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수시로 터졌는데, 이럴 때 그의 대처는 조금 특별했다. “평상시 자잘한 잘못에 대해서는 혼을 내지만 정말 큰 잘못을 했으면 혼을 내지 않았어요. 아이 스스로 잘못을 알고 있는데 거기에 더 혼을 내면 아이에게는 상처로 남을 것 같아서요.”
규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장난을 치다가 친구가 머리를 꿰맬 정도로 다쳤다. 잘못은 친구에게 있었고, 선생님도 친구 부모님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규태에게 이 얘기를 들은 상희 씨는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을 찾아가 사과를 했다. 누가 먼저 잘못을 했건 친구가 다쳤는데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친구들이 기범이의 음악 교과서를 찢어서 장난을 쳤는데, 이것을 기범이가 한 것으로 오해한 선생님이 기범이를 크게 혼냈다. 억울했던 기범이는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교실을 나와 버렸다. 얘기를 들은 상희 씨는 아이와 함께 선생님을 찾아가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기범이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사건이 터지면 일단 화를 내지 않고 참고 시간이 지나면 얘기를 합니다. 그래야 사건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아이들도 수긍을 하거든요.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도 제가 화를 낼 때도 있는데, 이럴 때면 전 아이들에게 사과도 해요. ‘엄마도 잘못한 거 아는데,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먼저 사과하냐. 니가 먼저 잘못했다고 해…’ 이러면 웬만한 것은 다 풀리더라고요.”
모든 공부의 바탕은 국어능력
3년 전, 규태가 민사고에 원서를 내겠다고 했을 때 상희 씨는 불안했다. 특히 규태는 중학교 3학년 초까지 국어능력인증시험 점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민사고 원서를 쓰기 전 마지막 국어능력인증시험도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급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 평촌에 있는 ‘옹골찬국어학원’이었다. “고마웠죠. 규태에게 맞게 그 많은 공부 분량을 일주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지도를 해 주셨어요. 도움을 주신 덕분에 4급을 딸 수 있었고 민사고에 무사히 지원할 수 있었죠.”
규태가 민사고에 합격을 하자 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던 기범이도 옹골찬국어학원에 등록시켰다. 미리 국어능력인증시험 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1학년부터 기범이를 옹골찬국어학원에 보냈거든요. 이곳 수업이 특별해서 그런지 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력, 사고력, 말하기 능력 등도 향상되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민사고 입시 학업계획서 작성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역시 모든 공부의 바탕은 국어능력인 것 같아요.”
‘100명의 아이에겐 100가지 공부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터뷰를 해 보니 이상희 씨가 두 아들을 민사고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관찰을 통해 아이가 공부 잘하는 방법,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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