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비만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발표한 2011년 비만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은 15.4%로 100명 중 15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경우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초·중등생 보다 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높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며 자칫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학생들의 비만을 다각도에서 집중 진단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대전 학생, 100명 중 14명 비만
2.학교·학원가 불량식품 천국
3.공부로도 하루가 부족한 학생들
4.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
5.저소득층 비만, 10년 새 2배 급증
6.비만(예방)교육이 필요하다
7.‘기적의 체육관’을 만들자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다’. 나이키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둔화되자 그 원인을 닌텐도 같은 게임기에서 찾아냈다. 고객 중 60%를 차지하는 청소년층이 스포츠보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음을 짚어낸 분석이 눈길을 끌면서 이 말이 크게 회자 됐다. 같은 제목의 경영관련 서적도 나왔다. 최근에는 비만 학생들이 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꼽히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아이들 =
“학원 갔다 오면 두 시간씩 게임해요. 집에 아무도 없어서 할 것도 없는데 친구들과 채팅창으로 대화도 하며 게임 하니까 시간이 잘 가요.”
정우성(가명·12)군은 일명 ‘물폭탄 게임’이라는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귀가 시간은 대략 오후7~8시 사이. 혼자 집에 있는 정 군은 부모님 중 한 분이 귀가할 때까지 게임을 한다.
정 군처럼 많은 학생들이 운동보다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률은 10.4%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중독률이 가장 높았으며, 고위험군은 4.1%로 초·중학생(2.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만 5~49세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전의 경우 고위험군은 중학생 2.1% 초등생 2% 고등학생 1.2%로 나타났다. (대전시교육청 집계)
대전인터넷중독대응센터 노지정 상담사는 “설문 조사 문항으로 아이들의 정확한 인터넷 중독 상황을 알긴 어렵다”며 “아이의 인터넷 이용 시간과 횟수를 보호자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지정 상담사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으로 게임에 몰입한 아이들은 신체활동 시간이 줄어들어 비만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아이들을 밖으로 끌어 내 활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따르면 대전시 청소년 인터넷중독 때문에 올해에만 3560명의 상담자가 있었다. 유아 초·중학생이 대상이었으며 그 중 초등학생이 2249명(63%)를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 춘추전국 시대, 아이 게임 중독 어떻게 막나 =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게임시장은 지난해 8조8000억 규모에서 10% 이상 성장한 10조 규모에 육박한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국민게임’이라는 영광스런 애칭을 얻는 명작 게임들도 상당수 등장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대중화 속도에 맞춰 게임 시장 역시 급물살을 타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게임 중독에 대한 대책이 없어 학부모는 애가 탄다. 반석동에 거주하는 백효은(44. 학원강사)씨는 “초등학생인 큰 아이가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유치원생 동생도 덩달아 게임에 빠졌다”며 “갈수록 게임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져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 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게임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게임을 안 하거나 못하는 아이는 또래 집단의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중리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박영성(53)씨는 “예전엔 놀이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요즘엔 엄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해서 식당 내 놀이방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약속이나 한 듯 각자 휴대폰에 집중하는 어른들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노지정 상담사는 “가정에서도 학교처럼 휴대폰 지정함을 만들어 필요할 때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휴대폰 알람 대신 알람시계로 기상하고 밤에는 가족 휴대폰 모두 거실에 놓고 자는 것도 한 방법”이라 조언했다. 노지정 상담사는 “학업 스트레스를 대화로 풀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고 아이의 사소한 물음에도 답변을 해 주는 부모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시교육청은 관내 10곳을 지정해 ‘사이버청정학교’를 운영·지원 중이다. 고위험군 아이들을 치유하고 중독 위험군에 있는 아이들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정보교육팀 오상연 팀장은 “해당학교의 전교생은 게임의 과몰입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과 ‘좋은 댓글’ 달기 운동 등을 통해 중독을 극복함과 동시에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밝혔다.
대전대화중학교의 강대영 교사는 “선플보드판 건전 인터넷 선언식 등으로 아이들의 언어 사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며 “학생 건강 리듬을 깨는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대전인터넷중독대응센터 역시 청소년 문화 이해와 예방을 위해 ‘참부모 정보아카데미’를 매월 진행한다.
대전인터넷중독대응센터 042-600-3989
대전청소년종합상담지원센터 042-257-2000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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