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과외로 눈을 돌리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내 아이를 과외의 길로 들여놓는 이유는 단 하나. 좀 더 나은 학업 성취를 위해서다. 하지만 과외 역시 ‘만만치 않다’며 혀를 내두르는 주부들도 많다. 성공적인 과외를 위해 열 명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이 말하는 과외성공을 위한 10가지 도움말을 간추렸다.
1. 집을 사수하라
올해 첫 아이가 대입 시험을 치른 주부 박유경(가명 46·대치동)씨는 아이의 과외수업이 있는 날엔 철저하게 집을 지킨다. 결혼 전 직접 과외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박씨는 “엄마가 깐깐하게 아이의 학습정도와 수업시간을 체크하는 집과 언제나 아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 집과는 긴장도가 다른 게 사실”이라며 “수업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선생님께 ‘전 아이에게 관심 많고 깐깐한 엄마’라는 걸 무언으로 알려주는 엄마로서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집에서 수업하는 과외는 영어와 수학, 과학 세 과목. 수능을 앞두고는 과목당 일주일에 1~2번씩의 보충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장보는 일이나 모든 외출을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오전 시간에 모두 해치워야 했다고.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했다고 표현하는 박씨. 자신의 노력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것이란 마음에 뿌듯하다고 했다.
2. 실력 있는 과외교사 섭외는 1년 미리
윤선희(가명 47·명일동)씨의 수첩엔 과외교사의 이름과 전화번호부가 빼곡하다. 첫 아이 과외를 하며 생겨난 노하우다.
“급하게 과외선생님을 찾다보면 조급함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시간이 맞으면 대충 과외를 시작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어떨 땐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지 못해 2~3개월을 허투루 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 후부터는 누가 좋은 과외교사를 알고 있다고 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를’ 위해 수첩에 하나둘 그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수첩에 저장된 과외교사 명단은 둘째 아이를 위해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3. 목표는 분명히, 기간은 짧게
유치원 때부터 영어 학원을 빠지지 않고 다녔던 6학년 딸. 영어책을 읽으면 대략적인 개요는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꼼꼼히 확인해 보면 ‘구멍’이 많았다. 한반에 15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학원에서 세심하게 관리할리 만무하다는 걸 잘 알기에 이지원(40대·잠실)씨는 과외교사를 물색했다. 어릴 때 과외를 오래하면 떠먹여주는 공부에 맛이 들려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선배 엄마의 충고를 귀담아 듣고 과외 선생과는 애초부터 5개월간 독해만 집중적으로 훈련하기로 못을 박고 시작했다. 과외선생은 영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독해연습을 시켰고 매번 단어 테스트도 꼼꼼히 보았다. 초반에 다소 지루해 했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 스타일에 익숙해졌고 독해의 ‘구멍’도 조금씩 메워졌다. 약속한 5개월이 지난 후에는 서로 쿨하게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4. 간식은 물론 식사까지도 ‘내 손’으로
아이의 과외가 있는 날엔 어김없이 ‘요리’ 준비에 몰입한다는 최연경(44·방이동)씨. 과외교사의 저녁과 간식준비를 위해서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근데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이 딱 저희 집 저녁 시간인 거예요. 처음엔 선생님도 거절하셔서 그냥 지나쳤죠. 근데 식사 시간인데, 우리만 먹는 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작은 반찬기를 따로 준비한 최씨. 함께 식사하며 불편해하는 과외교사를 배려한 것이다. 쟁반에 축소된 ‘작은 밥상’이 차려지고, 과외교사는 고맙게도 항상 밥그릇을 싹 비워준다고.
식사준비가 다소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시험기간이나 시간이 날 때면 30분~1시간씩 꼭 더 아이를 챙겨주기에 이제 간식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쏟게 됐다고 한다.
5. 다른 아이 효과 봤다고 맹신은 금물
김효신(45·구의동)씨는 친구 아이의 성적이 과외를 하면서 부쩍 뛰었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그 과외교사를 소개받았다. 다소 높은 과외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성적 향상은커녕 과외시간에 집에 오지도 않는 아이 때문에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꾸짖는 김씨에게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선생님 가르치는 방식이 정말 싫다”였다. 자신은 문제풀이보다는 기본적인 학습과 조금의 도움만 있으면 되는데 과외교사는 문제풀이 위주에다 문제 전체를 설명하려한다는 것. 그것이 싫어 일부러 집에도 늦게 온다고 했다.
“선생님께 아이의 요구사항을 말씀드렸지만 선생님도 자신의 교육패턴이 있는지라 쉽게 변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뒀죠. 아무리 유명한 선생님이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니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6. 대학생 과외교사는 좀~~
과외전문교사에 비해 교육비가 저렴하고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에 대학생 과외를 시작한 윤지영(가명 42·가락동)씨. 하지만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학교 시험기간이면 명문대 학생답게 자신의 공부에 올인하는 과외교사 때문에 속앓이를 하게 됐고, 학교에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10~20분 늦는 일도 잦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이가 잘 따르고 좋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을 보며 동기부여가 디는 건 정말 좋은 점이지만, 아직 완전한 사회인이 아니기에 철저한 직업의식은 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7. 과외 교사와 通하라
워킹맘인데다 중간에 이사까지 하는 바람에 ‘엄마 네트워크’에서 소외되어 학원정보에 어두웠던 이혜영(40대·잠실)씨. 중학생 딸은 영어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싶다며 과외를 원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여선생을 소개받았다. 외동딸은 과외 선생과 코드가 잘 맞았고 언니처럼 잘 따랐다. 특히 혜영씨는 과외교사에게 입시와 학원 정보에 어둡다는 걸 솔직히 밝히고 도움을 청했다. 진심이 통한 덕분에 과외 선생과 ‘핫라인’이 만들어졌고 국어, 수학 등 따끈따끈한 대치동 학원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엄마한테 털어놓지 않는 사춘기 딸의 속마음도 필요할 때 마다 넌지시 알려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2년간 과외 선생과의 밀월관계는 딸이 고교에 입학한 뒤로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지만 지금까지도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8. 입소문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뚫어라
주위 선배맘들과 각종 인터넷 교육사이트에 열심히 귀기울인 결과, 워킹맘인데도 정보통에 속하는 문소희(30대·청담동)씨. 슬슬 사춘기에 들어서는 초4 아들을 위해 학교와 학원숙제는 물론 생활습관까지 잡아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입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두세 군데 원하는 대학 학과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과외교사를 공고했다. 여러 통의 전화가 오가고 인터뷰 보기도 몇 번, 초조한 시간을 거쳐 드디어 한 달 반 만에 원하는 스타일의 성실한 대학원생 과외선생 모시기 작전에 성공했다. 1년이 다 되가는 지금 아이도 엄마도 만족도 100%. ‘누가 좋다더라~’라는 막무가내식 과외소개보다는 아이에게 맞는 맞춤식 과외교사를 깐깐히 골라 성공한 사례다.
9. 찾아가는 과외는 ‘꼼꼼히’ 알아봐야
같은 아파트에 수학과외교사가 산다는 정보를 입수한 양여정(39)씨. 아이가 학원에 다니는 걸 힘들어하던 때라 ‘잘 됐다’는 생각으로 선뜻 과외를 시작했다. 수업에 간 아이는 4~5시간이 지나야 집으로 왔다. 2시간 수업 후 ‘숙제를 하고 모두 알 때까지’ 진행되는 스스로 학습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루에 수학공부시간이 5시간이나 된다니 뿌듯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번씩 불만을 말하는 아이의 말에 큰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전화를 너무 많이 하셔. 그리고 아저씨가 들어오면 선생님만 밥 드시고... 나도 먹고 싶어 혼났어. 오늘은 어떤 엄마가 찾아오셔서 수업은 조금밖에 못했어.”
학원에서처럼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란 걸 안 양씨는 다시 학원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10. 이별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 세상은 넓고도 좁다
공부 잘하는 고2, 중3 남매 덕분에 주위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주부 지인영(40대·개포동)씨. 아이들도 열심이지만 선행과 내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절하게 과외교사를 활용해 빈틈없이 메워나간 덕분이라고 귀띔한다. 여러 교사를 대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은 넓기도 하지만 좁기도 하다는 것. 다른 동네 사는 대학친구 아들얘기가 들리기도 하고, 같은 학교 다른 반 부모에 대해 새롭게 알게도 된다고. 과외교사도 인적네트워크의 하나라는 사실과 끝날 때도 깔끔하게 헤어져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과외교사와 수업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다면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아도 혹은 칼로 자르듯이 내치지 않아도 과외교사는 직감적으로 계약의 끝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끝내는 것,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외의 기술이다.
공경아 박지윤 오미정 리포터
과외 선배맘들의 조언 10계명
1. 과외시간엔 집을 비우지 마라.
2. 과외교사 정보는 미리미리 챙겨라.
3. 정해진 기간 안에 명확한 목표를 세워라.
4. 선생님의 식사와 간식을 정성껏 챙겨라.
5. 다른 아이 효과 봤다고 맹신은 금물
6. 대학생 과외교사는 장점 반, 단점 반
7. 과외 교사와 通하라
8. 입소문? No, 직접 뚫어라.
9. 찾아가는 과외는 더 꼼꼼히 파악하라.
10. 현명한 이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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