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극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화려한 외모를 앞세우기보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과 시청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교하고등학교의 연극동아리 ‘새얀’도 연극무대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들은 첫 출전한 ‘제 21회 경기도 북부권 청소년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하루하루 폭풍성장하고 있다. 창단 1년 만에 교하고등학교(교장 홍태식)의 자랑으로 떠오른 연극동아리 ‘새얀’을 만났다.
자율동아리로 시작한 ‘새얀’
금요일 오후, 마지막 수업을 앞둔 연극부는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생기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쳐 즐겁기까지 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시끌벅적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진지해졌다. 권덕희 지도교사는 “새얀은 자율동아리로 활동하다가 올 3월에 교과과정 동아리로 선정됐다”며, “새얀의 경쟁력은 연극에 대한 무한 사랑과 뜨거운 열정”이라고 설명한다.
연극동아리 ‘새얀’을 처음 만든 건 단장 임은비 학생(2학년)이다. 새얀은 ‘새롭고 하얀’이라는 순우리말에 ‘새롭고 하얀 도화지에 우리의 꿈을 그려나가자’는 뜻을 담았다.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끼리 모여 ‘왕따재판’이라는 작품으로 ‘파주시 청소년 대축전’에 올랐어요. 첫 공연이라 실수가 많았지만, 그때의 무대 경험이 지금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교과과정 동아리로 바뀌면서 동아리 정비를 감행했다. 30명이 넘던 단원들을 거침없이 정리해 7명만 남겼다. 지금은 신입생을 뽑아 배우 13명, 스텝 9명으로 22명이 꾸려가고 있다. “연기와 노래, 춤 등을 보고 뽑았어요. 1학년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저희가 긴장 할 정도예요.” 새얀은 지난 1년 동안 6회의 공연을 했다. 학교 축제 때는 2회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뜨거운 열정과 완벽 호흡
새얀의 승승장구 비결은 바로 ‘열정’이다. 그들의 열정은 쉼 없는 연습으로 이어졌고, 짧은 기간에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게 했다. 권덕희 교사는 “연극 무대가 만만한 게 아닌데, 누구 하나 불만이 없었다”며, “오히려 아이들의 열정이 연극을 지도하는데 많은 자극이 됐다”고 회상한다. 그들은 틈틈이 토요연극반에서 연기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첫 무대를 앞두고는 한 달 반 동안 야간자율학습시간과 주말 내내 연습에 매진했다. “파주시, 고양시 연극협회장님과 연극배우 김효선 선생님 외 많은 선생님들께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꾸중도 듣고 혼나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연극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어요.”(임은비 학생) 또, 단원들 간 호흡도 완벽했다. 그들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기획을 맡은 임이연(2학년 3반)학생은 “소품인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 박스를 구하러 폐유장까지 갔다”며,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며 일체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대본 각색부터 연출, 연기, 조명, 무대, 음향, 소품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역할을 체크하고, 독력하면서 호흡을 맞춰갔다. 그들의 완벽호흡은 무대에서 더욱 빛이 났다. “진짜 무대에 섰을 때,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정말 후회 없는 공연을 했어요.”(박소연 학생)
탁월한 연기력, 대회마다 수상
새얀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신생 동아리로서는 무척이나 값진 성과다. 처음 출전한 ‘제 21회 경기고 북부권 청소년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질주가 시작됐다. 이후 제 21회 경기도 청소년 연극제 본선에서 동상을, ‘SAC청소년 연극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커튼콜을 할 때는 진짜 가슴이 벅 차 올랐어요.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았죠.”(차경빈 학생)
새얀이 주목받는 이유는 탁월한 연기력에 있다. 이를 입증하듯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수연기자 상을 휩쓸었다. 임은비, 차경빈, 박재형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긴 작품은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김정숙 원작)이다. 이 작품은 세탁소의 상징적 물건들을 통해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간들을 조명했다. 임은비 학생은 “일단 배역이 다양해 단원 전원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며, “탐욕에 찌든 사람들이 뒤엉켜 세탁이 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재형 학생(1학년 9반)은 “연극을 통해 돈보다도 값진 소소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 돈과 명예를 좇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연극무대에서 꾸는 꿈
그들은 연극무대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무대에서 경험한 자신감은 도전하는 즐거움을 알게 했다. 권덕희 지도교사는 “연극무대는 학생들이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새얀의 단원 절반이 배우이나 연출 쪽으로 전공을 정했다.
공연기획가가 꿈이라는 임이연 학생은 “배우와 스텝을 총 관리하면서 성격도 바뀌고,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한다. 노수아 학생(2학년 6반)과 기세라 학생(2학년 6반)은 무대연출이 꿈이다. “함께 모여 밤늦게까지 연습하며, 무대를 사랑하게 됐어요.”
강동엽 학생(1학년 4반)은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에 악역을 하면서 돈에 집착하는 내면의 악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유선영 학생은 “관객과 내가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짜릿하기까지 해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문학시간이면 대본읽기를 전담한다는 임은비 학생은 “연극 속 주인공의 삶을 살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새얀은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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