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이 사라진다

지역내일 2012-12-05
이우정 행복한도서관재단 상임이사

300세대 이상 아파트단지에 설치돼 온 작은 도서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4년 관련규정 도입으로 활성화된 아파트 도서관은 전국적으로 약 600개가 넘었다. '도심 속의 섬'처럼 존재해 온 우리 아파트문화에서 도서관은 작지만 따뜻한 문화의 온기를 전해주는 쉼터 역할을 해왔다. 쉽게 발걸음하기 힘든 공공도서관과 달리 바로 지척에 위치한 도서관은 문화의 문턱을 낮추고 이웃과의 친교를 두텁게 하는 '공동의 장'이다.

물론 아파트 도서관의 한계도 분명하다. 최소 시설기준만을 지키면 되는 기존 규정 아래 대부분의 아파트 도서관은 규모(10평, 좌석수 6석, 도서 1000권이상)나 운영 면에서 열악한 상황이다. 때문에 그동안 관련 단체와 주민들은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왔다. 최소 시설기준을 키우고,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한 도서관을 만들 것을 요구해왔다. 다행히 올해 2월 국회에서 제정된 '작은 도서관 진흥법'이 시행되어 상당한 기대를 하게 되었으나, 뜻밖에도 국토해양부가 걸림돌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트니스센터 크게 짓고 도서관은 골방 신세

최근 국토해양부는 소위 '새로운 주거 트랜드'에 맞춘다는 명목 하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 규칙 전부개정령안의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를 추진중이다. 개정안을 보면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눈에 띤다.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택 바닥을 일정 두께 이상 되도록 하고, 주택 단지 각 동의 지상 출입문에 전자출입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내용은 주민편의를 증진시키는 개선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동시설과 관련된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주민공동시설 설치 총량제'이다. 이 안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는 세대 수에 2㎡를 곱한 면적 범위 내에서 주민 수요를 고려하여 경로당 어린이집 등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현행 규정상 주민공동시설은 운동시설 작은도서관 경로당 어린이집 등으로 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경비실 관리사무소 어린이놀이시설 공부방 지역아동센터가 새로 포함된다.

공동시설의 범위가 늘어나는 데 반해 면적은 감소한다. 개정안은 기존 면적 기준보다 20% 이상 감소한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설치면적의 1/3 이내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최악의 경우, 40% 이상 줄어들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실내외 시설 구분 없이 최소 설치기준만 정하고 있어, 야외 운동시설을 대폭 설치하거나 특정 선호 시설만을 과다하게 설치할 경우, 실내 문화 복지시설은 설치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시 입주를 유도하기 위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등을 크게 설치하고 노인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제외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발행되는 아파트 분양 홍보물에는 멋들어진 골프연습장이나 피트니스센터 귀퉁이에 공부방으로 변질된 작은도서관과 경로당이 설치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 책과 담 쌓은 채 TV나 보게 될 것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시설과 계층은 도서관과 서민이 될 것이다. 현재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건설시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기에 낙후지역이나 저소득층 밀집지역 아파트 어린이들이 그나마 책을 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렵게 될 것이다. '100세대 이상'에 설치토록 한 경로당이나 '300세대 이상'에 설치토록 한 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민아파트의 맞벌이 부부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멀리 떨어진 값비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 다녀온 초등학생 자녀들은 책과는 담을 쌓은 채 빈 집에서 TV나 보게 될 것이다. 책과 멀어진 아이들이 탐닉하게 되는 것은 게임이나 싸구려 대중오락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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