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는 들어봤어도 로스터는 생소하다. 네어버 영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불어, 스페인어 사전까지 찾아봤다. 역시 없다. 고민 고민하다 지식백과를 들여다봤다. 드디어 나왔다. ‘커피용어로 커피를 볶는 기계 또는 볶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게 다였다. ‘어, 아닌데. 취재진이 만난 로스터 유진주 씨는 로스팅에 대해 생두를 요리하고 커피에 스타일을 입히는 매력적인 과정이라고 했는데…’화려한 장미나 백합 같은 꽃향기, 잘 익은 포도의 단맛 또는 쌉싸름한 다크 초콜렛같이 커피를 요리한다고 표현한 그녀, 바로 로스터 유진주 씨였다. 그녀에게 커피생산국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매번 다른 컨셉의 맛을 표현할 수 있다는 커피의 흥미진진한 변신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리브즈는 커피홀릭들의 사랑방
로스팅 전문기업 (주)체스커퍼의 대표이기도 한 그녀를 만난 건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커피볶는 카페 올리브즈에서였다.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 단골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아줄 음악, 그리고 세계 여행에서 모아온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모여있는 올리브즈는 커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즐기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바리스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멋있고 우아해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단골고객들 개개인의 커피취향을 맞춰 줄 수 있는 센스도 필요하고,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손님과의 공감대를 찾아서 오랜 친구같은 편안함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직업입니다. ”
처음 오는 고객들은 어떤 스타일의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에 20개가 넘는 커피 종류 중에 어느 것을 추천해 드릴지 고민될 때도 있다는 그녀. 하지만 고객과 커피에 관한 몇 마디를 나눠보고 신선한 커피 원두의 특징적인 맛을 설명하고 테스팅을 권하면 대부분 그녀의 맛에 호기심을 표현한다는 것. 여기에 더불어 그녀가 들려주는 세계 40여 개국에 걸친 여행담은 손님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신기한 외국의 문화나 숨겨진 관광명소 같은 정보도 얻고 이란어를 전공해 중동에서 2년을 살며 느낀 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내음 나는 카페가 바로 올리브즈이다. 얼마 전에 다녀온 인도네시아의 커피 산지투어와 일본 카페투어에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세계 커피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커피에서 꽃향기가 난다면?
“커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취향이 다르고 음료이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커피문화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2000년도 무렵에는 스타벅스같은 외국계 커피전문점에서 뉴요커처럼 우아하게 커피를 즐기는 것이 멋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외국계 프랜차이즈 카페들에 점령당했던 커피시장은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된 인스턴트 커피, 초콜렛이나 카라멜 시럽이 들어간 고칼로리 커피에 대한 걱정으로 고급 원두커피 시장으로 이동했죠.”
이미 인스턴트 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졌으나 건강을 생각하는 중 장년층과 새로운 맛에 호기심을 느끼는 젊은층의 커피문화 속에서 원두커피시장은 급상승중이고 커피를 이제 와인같이 음미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이 늘고 있다. 더불어 이 새로운 소비계층은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직접 찾아내기 위해 체계적인 커피교육을 받고 싶어하며 체스커퍼 아카데미를 찾아온다. SCAE 국제유럽바리스타, 로스팅 시험감독관인 그녀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학생기술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8개월 간 가르친 제자들이 2012 전국학생바리스타대회에서 학생들은 금상, 그녀는 우수지도자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대회 출전이 단순히 학생 바리스타의 기술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팀마다 테마를 정해 스토리가 살아있는 한 편의 바리스타 쇼를 보여줘야 했기에 세 명의 제자들과 수없이 회의를 하며 깊어 가는 가을과 7080 부모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커피라는 테마를 정했고, 동작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하여 신선한 아이템과 팀웍이 살아있는 공연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학생들의 기쁜 소식에 이어 본인은 올해 강릉커피축제 기간에 열린 골든커피 로스팅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커피를 통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보여주려 한다. 대학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커피와 경영, 경제, 문화 등 모든 학과와 연계해 전공을 선택해보라고 충고한다.
“커피를 만드는데 있어서 바리스타도 중요하지만 로스터의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커피 맛의 변화를 주는 건 순전히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음식을 만들 때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커피도 마찬가지예요. 생두를 볶다보면 색깔이 노랗게 변하면서 삶은 강낭콩, 베이킹할 때 빵이 구워지는 향, 꽃향기, 카라멜같은 향기로 변해가죠. ”로스팅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발산되는 꽃향기는 로스팅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전하는 그녀는 오늘도 그녀 앞에 놓은 신선한 생두를 어떤 스타일로 로스팅 해볼까 디자인하는 중이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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