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진안 데미샘

아이들과 엄마의 고향 섬진강의 발원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깊은 골짝 데미샘에 초겨울이 내려앉다!

지역내일 2012-11-26 (수정 2012-11-26 오후 6:36:56)

11월의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초겨울’이란 말이 절로 새어 나온다. 올 여름 유난히도 무더웠기에 찾아오는 겨울에는 더더욱 매서운 추위가 예상되는데. 벌써부터 아침저녁으로 이불속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분명 겨울이 가까이 와 있음이라. 가을걷이를 한 휑한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더더욱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져만 가는 요즘이다.
오랜만에 한가한 휴일, 날씨 탓에 더더욱 아침 해가 늦은 날 아이들과 함께 엄마의 고향 하동을 품고 흐르는 섬진강의 발원지 진안 데미샘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유난히도 청명하고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맑다 못해 눈이 부시다.



진안의 새로운 명소 데미샘 자연휴양림
전주역에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지난 9월에 개장한 데미샘 자연휴양림(063-290-6991~3)이다. 휴양림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2㎢(200ha)의 넓은 지역에 솦속의 집, 휴양관, 물놀이장, 숲문화마당, 산책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다.
데미샘 자연휴양림은 이전까지의 등산이나 숙박위주의 기능을 하는 휴양림을 탈피하여 산림문화체험공간, 자연학습원의 기능을 겸비하고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과 뛰어난 식생자원을 활용하여 생태학습 공간과 숲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휴양림은 좌로는 선각산(1,141m) 우로는 팔공산(1,151m)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으며, 봄에는 산 정상부의 철쭉과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나무그늘, 가을에는 고운 단풍, 겨울에는 눈 쌓인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다.
휴양림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아이들과 데미샘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천상데미-오계치-전망대-오계치-숲속의 집으로 내려오는 산행(3시간 소요)을 즐겨보려 한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원성이 가득했지만 산을 타자마자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새 다람쥐 같다.




“헐! 데미샘 물이 흘러 하동까지 간다구요?”
모처럼 온가족이 함께 맞은 휴일에 ‘섬진강의 발원지’라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찾아 나선 데미샘.
산행은 휴양림 관리사무소 앞에서 시작하여 졸졸졸 흐르는 계곡을 끼고 30여분 올라가면 데미샘이 나온다. 데미샘까지 오르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오솔길로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단풍들이 떨어져 비단길을 만들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남녀노소 산행하기에 크게 불편함이 없고 시원한 시냇물 소리와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덕에 도시의 공기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데미샘 주변으로는 몇 개의 나무의자가 놓여져 있어 오랜만에 힘을 빼고 올라온 아이들과 물한잔 나누며 땀을 식히기에 손색이 없다.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로 500여리를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가는데 광양만에 이르기 전 리포터의 고향 하동을 품어 도는 강이기도 하다. 데미는 본래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나온 말로, 데미샘을 풀이하자면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즉 ‘천상샘’이라는 뜻이란다. 샘 동쪽의 작은 봉우리 천상데미(1,080m)는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가을에 단풍이 오색으로 물들어 절경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엄마! 이 작은 물이 어떻게 그렇게 큰 강이 되고 바다가 되요?” 작은 아들이 못내 궁금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론 인정하기가 어려운 듯.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된다는 노래도 있잖아. 이 물이 흘러 붕어섬이 있는 옥정호로 가고 그 물이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가지!”
소담소담 나누는 이야기가 정겹다. 하지만 곧 데미샘 우편으로 천상데미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보고 아이는 잠깐 숨을 고른다. 



모처럼 기분좋은 산행으로 에너지 재충전의 기회 가져 
데미샘에서 경사진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나무의자 딸랑 두 개 놓인 천상데미가 나온다. 사실 대단한 뭔가를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그냥 바위 몇개와 의자 두 개가 고작이다.데미샘에서 천상데미까지 이어지는 길은 산행초보자(?)는 산행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헉헉 거리는 경사이다. 천상데미까지 산행시간이 한 시간 이었다면 앞으로 오계치까지 30분은 하산했다가 다시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지옥의 급경사다.
하지만 오계치까지 걷는 길은 능선을 따라 쌓여진 낙엽 때문에 푹신푹신한 이불 위를 걷는 듯 부드럽다. 산 능선에는 언제 온지도 모를 하얀 눈들이 덮여있다. 아이들은 얼마 안되는 눈을 모아 서로에게 던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난코스다. 하지만 그 고된 고통만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세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눈이 내린 겨울에 다시한번 찾을 것을 기약하며 내려오는 하산길엔 체중이 쏠려 다리에 약간의 무리가 있을 지경이다.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하고 가는 것 같아 너무 좋다”며 동행한 이웃들의 얼굴이 밝다.
데미샘 자연휴양림은 우리에게 섬진강의 발원지라는 교과서적인 가르침과 산행의 즐거움, 또 산림욕을 통한 몸과 마음이 안정까지 챙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곳이었다.
하지만 시린 찬바람이 익숙해져가는 요즘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가을의 단풍을 기대한 것은 어리석었나 보다. 고원지대인 진안에서 그것도 천고지에 넘는 이곳에서 말이다.
휴일, 3시간 판 다리품으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넉넉하니 이처럼 행복할 수가 없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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