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는 이대로 겨울로 직행할 기세다. 힘든 자식들 몸보신시키려 밤잠 설쳐가며 사골국물을 고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그 진한 국물 한 그릇이면 온 몸 가득 따뜻한 기운이 번져날 것만 같다. 13년째 한결같은 큰집돌솥설렁탕(인계동)에서라면 어머니의 사랑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정직한 마음이 만든 최고의 보양음식, 설렁탕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뜻. 잘 먹은 음식은 보약이 따로 없다는 우리네 정서를 그대로 보여 준다. 진한 사골국물에 고기, 소면이 가득 담긴 큰집돌솥설렁탕을 한 마디로 지칭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김영욱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산 뼈와 고기에 물만 넣어 만든 순수한 설렁탕이다. 처음 10시간 정도 우려낸 뒤 한 번 퍼내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이는 과정을 그친 후 국물과 섞는다. 이런 작업을 여러 번 거쳐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설렁탕이 완성된다.” 양심껏 속이지 않고 좋은 재료만을 썼을 뿐 별다른 비법이 없다는 김 대표. 일체의 조미료 및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 100% 무공해 진국 설렁탕은 보약의 지위를 얻기에 충분하다.
정직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서일까?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맛은 따를 것이 없을 듯하다. 정직한 맛이 제대로 입안 가득 전해져 온다.
설렁탕은 하얀 국물에 쏙쏙 담기는 먹음직스런 빨간 깍두기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직접 담그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깍두기는 설렁탕 맛 살리기에 일조한다. 적당히 잘 익은 배추김치까지 한 입 베어 먹으니 국물과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진다. 푸짐함은 큰집돌솥설렁탕의 또 다른 장점. 몇 점 안되는 고기가 감질나게 하는 다른 가게에 비해 야들야들한 고기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상에 오르는 소금도 눈여겨봐진다. 하얀 소금이 아니라 거무스레한 색깔을 띠고 있다. 신안에서 공수된 소금을 직접 볶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맛을 위한 독특한 발상으로 돌솥설렁탕, 고추갈비찜 탄생
보통 설렁탕을 먹을 땐 하얀 쌀밥을 뚝배기에 넣어 말아 먹는다. 하지만 큰집돌솥설렁탕에서는 돌솥밥을 먹을 수 있다. 대추, 은행, 콩, 흑미 찹쌀 등으로 지어낸 돌솥밥은 설렁탕의 영양에 또 다른 영양을 더한다. 갖은 영양가들을 모아 놓은 종합세트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돌솥밥의 마무리는 구수한 숭늉. “돌솥에 밥을 지으려면 시간이나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찾아 주는 손님이 따끈한 돌솥밥과 숭늉을 맛있게 드실 수 있다면 그로써 민족스럽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덕분에 더 든든하게 설렁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김 대표가 개발해 낸 독특한 메뉴는 고추갈비찜. 수도권에서는 처음 시도된 이력을 지녔다. 일반 갈비찜 양념에 고춧가루와 황기 등의 한방재료를 넣어 보름 동안 숙성시켰다는 양념은 매우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은근히 입맛을 당기는 그 맛에 술안주로도 식사용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맛을 위한 독특한 발상이 만들어낸 별미인 고추갈비찜은 올해 수원시 전국요리대회에 참가해 솜씨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13년의 세월은 맛의 역사가 되다
큰집돌솥설렁탕 국물의 담백한 맛은 주인장의 성품을 닮은 것일까? 13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결에 솔직담백한 답을 들려준다.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정성을 다해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지 않느냐? 손님을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의 아침 일과는 가족, 직원과 함께 설렁탕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의 설렁탕 맛을 평가하고 점검하기 위해서란다. 13년째 고집스레 전통을 함께 지켜가는 직원들도 여럿이라 하니 그 맛을 고수해온 또 하나의 비결을 온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여기저기로 맛집의 입소문이 퍼져나갔으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가게 곳곳에는 수원의 대표 맛집으로의 명성을 알 수 있는 소개가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자랑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김영욱 대표. 그래도 그가 꼭 자랑하고픈 것이 하나 있단다. 헌혈증서를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설렁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1999년 큰집돌솥설렁탕이 문을 연 이래 시작된 헌혈증서는 그 시간만큼 모여 만장 정도가 됐단다. 이렇게 모은 헌혈증서는 백혈병 어린이나 급작스럽게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는 자랑 아닌 자랑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담은 큰집돌솥설렁탕의 솥은 24시간 변함없이 끓고 있다. 언제라도 그 맛이 그립다면 큰집돌솥설렁탕을 찾아주시라. 반가이 맞이해줄 주인장이 기다리고 있다.
문의 큰집돌솥설렁탕 031-234-2700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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