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면 바닷가에 만들어진 염전에서는 마치 태양이 바다를 끓여 소금을 만드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30년 전 안산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소금밭 풍경이었을 것이다. 염전업이 유행하던 때 안산에는 30개가 넘는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었다. 그러나 80년대 국토개발과 소금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대부분의 염전이 문을 닫고 현재는 대부도 동주염전만 남아있다. 이 염전과 함께 울고 웃었던 안산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는 22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열흘 동안 안산예술의 전당 별무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제1회 ASAC 창작희곡 공모에서 가작으로 선정된 김연민 작가의 ‘염전이야기’를 박혜선씨가 연출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관장 김인숙)이 시행한 창작희곡 공모는 극작가들을 대상으로 안산으로 배경이나 소재로 한 극본을 공모 지역 문화 컨덴츠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됐다. 김인숙 관장은 “희곡 공모를 통해 안산지역의 역사와 현실과 연계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싶었다”며 “염전이야기를 통해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작품으로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염전이야기는 1995년 안산에서 마지막 염전을 일궈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염전을 운영하던 풍식(아버지)의 가족들은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밥벌이조차 안 되는 염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풍식을 대신해 우유공장에 다니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선영에게는 딸 태지가 있다. 태지는 부모의 이혼으로 실어증에 걸린 상태다.
가족은 염전을 계속할 것인지 정리를 해야하는 지 고민하는 중이다. 이웃 염전들은 밀물처럼 들어오는 중국산 소금에 일찌감치 손을 털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하나 둘씩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염전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사람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번 작품에 거는 지역 예술인들의 기대도 크다. 안산예당이 처음으로 지역예술인과 대학로 예술인들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예당은 연극 공연을 위해 오디션으로 연기자를 선발했는데 그중 3명이 지역에서 활동 중이던 연극인들이 뽑혔다. 어린 태지역은 성포초등학교 4학년 김수아양이 열연한다. 안산연극협회 회장이면서 연극에서 풍식의 부인으로 출연하는 성정선씨는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 이런 협업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인들간 교류가 이뤄지고 지역문화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미니인터뷰 - 염전이야기 박혜선 연출가
현재는 과거가 주는 선물 … 추억 떠올리며 힘 얻길
지난해 음악극 ‘에릭사티’ 연출로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한차례 인연을 맺었던 젊은 여성 연출가 박혜선씨가 염전이야기 연출을 맡았다. 염전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염전이야기 연출 포인트는 무엇인가?
일단 극 자체가 반전이라든지 큰 사건이 없는 잔잔한 가족극이다 보니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최대한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관객들이 내 가족의 이야기를 보는 것 처럼 느낄 수 도록 연출했다.
연출을 위해 극본이 바뀌거나 극적인 요소가 추가된 것이 있는지?
전체적인 분위기를 수정하거나 사건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다만 극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현재의 태지를 등장시켜 10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전달하도록 했다. 사실 현재란 과거가 주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때는 미쳐 깨닫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순간의 소중함과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런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현재의 태지다.
안산이라는 도시의 느낌은 어떤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안산예당과 작품을 함께 하는데 안산에 와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생각보다 도시가 참 크다’였다. 또 하나는 거리마다 참 다양한 모습에 놀랐다. 어떤 곳은 정말 잘 정돈되어 있는 반면 어떤 거리는 80년대처럼 낙후된 곳도 많더라. 도시마다 그런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안산은 유독 격차가 심한 도시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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