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삼아 던진 말이 ‘진담’이 됐다. 김정윤· 한희정 학생의 독서활동을 지도하던 커스의 황종일 원장이 “너희들이 쓴 독서활동지를 책으로 내보면 어떻겠니?라는 말을 던졌을 때, 농담으로 여겼다는 이들. 하지만 같은 주제를 놓고 3년 동안 써왔던 글들이 얼마나 다른지, 처음 글을 쓸 때는 미흡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출판하게 됐다. ‘더 잘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간된 ‘같은 책 다른 생각’의 저자 김정윤 학생과 한희정 학생을 만나본다.
톡톡 튀는 시각과 세상에 대한 생각
‘같은 책 다른 생각’은 3년 동안 함께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온 절친 여고생인 김정윤(백암고) 학생과 한희정(경인고) 학생이 부족하지만 큰 용기를 내어 펴낸 책이다. “정보화시대가 들어서면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책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듯하다”며 “물론 우리도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과 단절된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책, 신문 칼럼 등을 놓지 않고 틈나는 대로 꾸준히 읽으며 독후 활동을 하고 둘의 생각과 주장을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며 글로 써왔다”고 소개한다.
작가인 정윤양은 이과를, 희정양은 사회과학 계열을 지망하기에 이 친구들의 독서 감상문 속에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관점의 생각이 묻어난다. 예컨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난 후, 정윤양은 자유와 행복이 보장되면 정의라고 주장하나, 희정양은 자유와 행복으로는 부족하면 현재는 미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책을 읽고 정말 다른 생각을 할 때마다 이들은 서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정윤양은 “희정이는 정말 아는 것이 많은 친구다. 책을 읽고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데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를 배우게 된다”고 전한다. 희정양은 “정윤이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 독후활동을 하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볼 때 부럽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서로 다르지만 밉지 않다”고 서로를 보며 웃는다.
인문 과학 사회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쓰고
‘책을 냈으니 정말 글짓기는 잘하겠지’ ‘대외적인 상도 여럿 받았겠지’ 하는 생각이 어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정윤양과 희정양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까봐 오히려 책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더구나 이과를 지망하는 정윤양의 경우는 ‘책을 내는 것이 진학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구나 ‘글짓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읽고 뭐라고 할까’ ‘그렇게 특출난 것도 아닌데 책을 냈나하고 무시하지는 않을까’하는 부담을 극복하고 책을 내고 나니 “엄마가 오히려 더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작가들. 특히 희정양은 “엄마가 점을 봤는데 자식 중에 이름을 알린다고 하던데 누굴까 궁금했는데 그게 너였냐”고 엄마가 이야기 해줬을 때 은근 어깨가 으쓱했단다. 더구나 수행평가로 작가와의 인터뷰를 해야 하는 학교 친구들이 자신을 인터뷰하러 왔을 때 ‘정말 작가가 된 기분’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고.
그럼 이 아이들은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고 읽기 시작했을까? 정윤양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오빠가 책을 좋아해서 추천을 많이 해 주었는데 그것마저도 싫었다고. 그러다 ‘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을 읽고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과학의 세계에 관한 놀라운 내용을 발견하고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겼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책에 꽂혀 책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 읽고 독후 활동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 ‘문이과’를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고. 그러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모두 문과를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모의 말에 이과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고 한다. 희정양은 절친 정윤양을 만나기 전까지는 도서증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내가 싫어하는 친구가 덕혜옹주를 너무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고 샘이 나서 따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책 읽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를 생각하던 차 정윤이를 만났고 함께 독후활동을 하면서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를 읽으며 책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절친 여고생들의 재미난 이야기
정윤양은 약학과를 졸업하고 신약개발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서 이런 것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에 반해 희정양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 꿈이다. “책을 보면서 다른 나라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죽는 사람, 우리나라가 제대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부분을 알게 되면서 이 사람들을 제대로 도와주고 싶어 외교관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도 두 작가의 표현이 다르다. 정윤양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이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써야겠구나 하는 갈피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한다. 희정양은 “옛날에 나의 모습처럼 학생들 대부분이 도서 대출증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책읽기에는 관심이 없다”며 “책을 읽다보면 흥미를 발견하게 되고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워 친구들에게 추천을 하게 되니 많은 친구들이 책읽기의 재미를 빨리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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