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유치원
“배우는 것이 감동이고 즐거운 학교”
개별성을 존중하고 예술을 매개로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교육
숲놀이’ 시간을 통해 자연을 친숙하게 느끼는 수업을 받는 아이들.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 있어요. 아침공부 시간이 무척 재미있고 중국어 시간도 너무 좋아요. 선생님, 친구들, 언니, 오빠들도 너무 좋아요.”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 1학년 정다연(8·용호동) 학생에게 공부는 흥미진진한 놀이, 학교는 신나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지난 12일, 남구 용당동에 위치해 있는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를 찾았다. 1학년 학생들은 얼마 남지 않은 학예제 준비를 위해 그림 그리기에 한창이었다.
수공예실에서는 남학생들이 다소곳이 앉아 알록달록 예쁜 색실로 수놓기에 몰두 중이었다. 그림 도안도 직접 그렸다. 남학생답게 형이상학적인 문양이다.
일반 초등학교와는 뭔가 다른 이곳. 학교 이름처럼 자유로움과 감성이 넘친다.
배우는 것이 즐거운 곳, 학생들의 개별성이 존중받는 학교
발도르프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모든 수업에 ‘예술’을 매개로 활용해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의 교사는 12명, 학생수는 유치부를 포함해 초등부(1~4학년) 모두 23명이다. 현재 최고 학년은 4학년이다. 일반 고교과정까지인 12학년제를 표방하지만 1차적으로 8학년제를 목표로 커리큘럼을 운영중이다.
1학년 담임인 신영주(29·사진 맨 왼쪽) 대표 교사는 “가고 싶은 학교, 배우는 것이 즐거운 학교, 자신의 개별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창의성이 환영 받는 곳이다. 느낌없는 교육이 아니라 예술을 매개로 감성과 지능을 극대화한다”고 소개했다.
발도르프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 과정을 이해하고 매 시기에 적합한 수업주제를 깊이있는 관점으로 교육한다. 특히 모든 수업에 ‘예술’을 매개로 활용해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신 교사는 “교사들은 단편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입체적인 ‘교육 예술’로 수업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학생 한명 한명이 큰 관심을 받고 학생들의 개별성, 다양성, 자유의지가 존중받고 잘 꽃 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검증 받은 발도르프 교육 커리큘럼
발도로프교육은 100년의 역사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가진 전세계 연합 교육 공동체다.
1919년 인지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최초로 설립된 발도르프학교는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약 1,025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는 15년째다. 국내 첫 발도르프학교인 서울의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12학년 과정을 수료한 1기 졸업생을 배출해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초등학교가 지난 3월 공교육기관으로서는 전례 없이 발도르프교육을 도입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술, 음악 등의 예술을 매개로 한 융합교과 수업
수공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직접 천에 도안을 그리고 다양한 색실을 이용해 수를 놓으며 색감과 질감을 익히고 배운다.
슈타이너는 성장 단계에 맞는 육체 활동과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계발된다고 봤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목공·원예·뜨개질 등을 직접 해보며 자신의 표현 능력을 키우고 자신과 세계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미술, 음악 등의 예술 교육은 물론 예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과목들을 합리적인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살려 나가며 배운다. 최근 공교육에서도 접목하고 있는 융합교과 수업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다.
1학년부터 8학년까지 주기집중수업 외에 과목수업으로 원어민 교사가 함께하는 2개의 외국어(영어와 중국어 등), 수공예, 젖은 그림, 오이리트미(동작예술), 체육, 음악 등이 있으며 상급으로 진학하면서 목공, 미술, 농사짓기, 말하기와 연극 등을 배운다.
독일 비텐아넨발도르프사범대학를 졸업하고 독일의 자루브뤽켄 발도르프학교에서 연극연출을 맡아 가르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신 교사는 “젖은 그림은 아이들이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색채를 마음껏 표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법이다”고 소개했다.
음악, 미술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껏 표현하고 발산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1반 학생수는 평균 6명.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집중된 관심과 존중을 받아서 일까. 아이들에게 학교는 뒤처질까 조바심나는 곳이 아니라 집처럼 편하고 행복한 곳이다.
수준 높은 주기집중수업, 교과서와 성적표 없는 교과 과정 만족도 높아
1학년 학생들이 얼마 남지 않은 학예제 준비를 위해 그림 그리기에 몰두 중이다.
여러 특징 중에서도 4~5 주기로 하나의 주제나 과목을 매일 오전 두 시간씩 공부하는 에포크수업(주기집중수업)이 돋보인다. 아이들은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깊이 익힌 후, 한 동안은 다른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배운 것을 소화하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에포크 수업의 주제는 학년마다 연계성을 가지고 점점 깊이있게 발전한다.
발도르포 교육은 성적에 따라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다. 교과서도, 성적표도 없다. 남보다 잘 봐야하는 시험 대신, 아이의 수업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와 테스트가 있다. 성적표 대신 각 수업 주제별·과목별 관찰사항 및 성취도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교사의 기록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대해 더욱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 학부모들은 교사를 신뢰하고 학교 운영 과정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8세, 6세 두 자녀를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에 보내고 있는 박현미(35·용호동)씨는 “아이들이 에포크수업, 외국어 수업 등에 대해 무척 재미있어한다. 아이의 특성과 발달 단계를 무시한 선행교육이나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미술과 음악 등을 매개로 한 풍성한 적기 교육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과 흥미를 주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에 수동적으로 살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www.busanwaldorf.com)에서는 현재 신입생, 편입생 입학 접수중이며 언제든지 방문 상담 가능하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tip) 발도르프 교육 체험 및 바자회 개최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는 11월 24일(토) 오후 2시 발도르프 교육체험 및 바자회 프로그램을 연다.
발도르프 교육의 특징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에포크 수업, 리듬수업, 형태그리기, 젖은 그림 등의 대표적인 발도르프 교육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체험 교육 후 학생들의 수업에서 사용하는 수공예풀, 놀잇감, 교구 등을 전시 판매하며 생활용품, 아나바다, 먹거리 장터로 흥겨운 장날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반한 아이들은 따로 돌봐 준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20명 선착순 마감이다. 전화접수(051-621-7643)를 받고 있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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