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나의 꿈을 찾아서 - 김성원 (서원고 2학년)

지역내일 2012-11-19 (수정 2012-11-19 오전 12:37:47)


꼴지도 우등생 만드는 꿈의 힘을 믿어보세요






청소년은 꿈을 꿀 때 가장 행복하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 가장 불행하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극단에서 뮤지컬 활동을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 온 김성원 군.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다고 느낀다. 한번도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쩔수 없이 연기자의 꿈을 접어야 했을 김 군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꿈이 ‘남자 간호사’.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사람에게서 어떤 에너지가 만들어지는지 김 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고 떨어지고 가정형편 어려워지면서 연기자의 꿈 접어
“무작정 연기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용인에서 서울 압구정까지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면서 극단을 오가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극단에서 가장 어렸고 청소 같은 힘든 일도 도맡아 해도 이곳에 있는 것이 즐겁기만 했답니다.”
한번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연기자의 꿈이 꺾인 것은 예고 입시에 떨어지면서다. 설상가장으로 집안사정까지 어려워졌고 부모님도 더 이상 뒷바라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일반고에 진학한 김 군. 자퇴하겠다고 매일 부모님을 졸랐을 만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당연히 학교성적도 최악이었죠. 예고를 준비한다고 중학교때부터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아예 책을 펼쳐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영어와 수학같은 과목은 평균 8등급대로 최하위권이었어요. 문제는 이런 성적에 대해 심각해 하거나 전혀 부끄럽지도 않았다는 거에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좌절되면서 먹고 자는 일조차 귀찮게 여길 정도로 고등학교 1학년 시기를 공황상태로 보냈다는 김 군이다. 생각은 온통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에 매달려 있었고 집안사정 같은 현실은 관심 밖이었다.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가 없어 지방에 있는 예고라도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졸랐어요. 가출할까도 생각했었죠. 1학년 여름방학 때는 작정을 하고 며칠 동안 물 한모금도 안마시고 꼼짝없이 누워있었어요.”




새벽 병원응급실에서 만난 남자 간호사보고 제2의 꿈을 찾다
김 군이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뜬 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이었다. 탈진으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구급차로 실려 온 것이었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저는 병원에 누워있었고 울고 계시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어요. 처음으로 엄마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후회도 밀려왔죠.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부끄러워 몸 둘 곳을 몰랐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김 군의 눈에 들어 온 한 사람이 있었다. 명랑하면서 친절하고 씩씩하게 환자 한명 한명을 돌보고 있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선생님이 내게 오셔서 음료수를 건네시면서 ‘짜~식! 형도 그랬어. 엄마 속 좀 그만 썩혀라. 다신 그런 짓 하지마. 자, 힘내고. 파이팅!''이라고 말하시는 거에요. 순간 저 사람처럼 저렇게 밝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의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남자 간호사라고 하더라구요.”
‘남자 간호사가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퇴원하자마자 인터넷을 뒤지면서 간호사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남자 간호사는 특히 응급실이나 정신과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힘든 일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꿈이 생긴지 3개월 만에 수학 20점대에서 80점으로 올려
간호학과가 개설된 대학을 찾았고, 이어서 입시전형도 면밀하게 살폈다. 그럴수록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김 군이다. 문제는 성적. 가고 싶은 대학의 간호학과는 1~2등급은 받아야 원서라도 넣어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난생 처음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워낙 공부와 담을 쌓았던 터라 공부방법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죠. 무조건 학교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수학과 영어는 교과서에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암기하듯 공부했어요.”
그렇게 공부에 열의를 불태우기를 3개월. 수학은 20점대에서 80으로 무려 60점 가까이 상승했고, 영어도 8등급에서 4등급으로 올렸다.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이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중·고등 통틀어서 처음 받아보는 성적이에요. 꼴찌반에서 단번에 최상반으로 수직이동 했답니다. 정말 신기했고, 공부에 대한 성취감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 줄 몰랐어요. 그리고 공부를 해보니 그동안 보낸 허송세월이 너무나 아까웠고 후회가 밀려들었어요.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잖아요.”
이 후 김 군의 모든 생각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에 맞춰졌다.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학원을 다닐 여건이 되지 않아 대신 EBS 등 인강을 활용해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돌보는 간호사의 새로운 롤모델 만들고파
삼촌이 근무하시는 지방의 한 요양병원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다니는 것도 시작했다. 봉사 후에는 주특기인 노래를 불러드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즐거움을 선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요양병원 봉사활동 다니면서 노인들은 몸이 아픈 것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시는 트로트를 주로 부르는데 정마 인기 최고랍니다. 앵콜을 연발하시면서 놓아주시지 않은 적도 많아요.(웃음)”
힘든데 즐거운 경험은 극단 활동이후에 처음이다. 연기를 포기하고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남자의 무슨 간호사를 하냐’하는 주변의 비웃음과 편견과 싸우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런 편견에서 자유로워요. 누가 뭐래도 당당하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또 제 나름대로 지금까지 없었던 남자 간호사의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답니다. 환자의 몸 뿐만아니라 마음까지 돌보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것이랍니다.”
김 군은 장차 자신이 근무하게 될 병원에 작은 소극장을 만들어 정기적인 공연을 펼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거동이나 외출이 불편한 환자들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쓰신 미래 직업에 대한 책에서 읽었는데 앞으로 각광받는 직업 중의 하나가 바로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직업’이라고 하시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구상해 본 것이 바로 공연을 병원으로 가져오자는 것입니다. 대학에 진학하면 못다 한 연기 동아리 활동도 펼쳐볼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재능기부를 유도함으로서 문화가 흐르는 병원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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