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원당초등학교 밴드부 ‘도담’을 찾아서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우리는 슈퍼스타 J”
“악기를 연주하면 가슴 속에 꽉 차 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속이 시원해져요. 앞으로 멋진 공연으로 우리의 솜씨를 맘껏 뽐내고 싶어요.”
십대들로 구성된 원당초등학교 밴드부 ‘도담’의 이야기다. 그들은 웬만한 어른들도 다루기 힘든 악기를 척척 연주하며, 원당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막 도약을 시작한 그들은 강렬한 사운드와 멋진 퍼포먼스를 위해 오늘도 맹연습중이다. 깊어가는 가을,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원당초등학교의 무한밴드 ‘도담’을 만났다.
밝고, 유쾌한 ‘도담’
오후 2시 원당초등학교(교장 송두영) 별관에서 힘찬 드럼과 쨍쨍한 기타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쾌하고 즐거운 합주를 선보이는 그들은 원당초등학교의 밴드부 ‘도담’이다. ‘밝고 순수하다’는 뜻을 가진 도담(Dodam)은 2010년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모든 여건이 열악했어요. 음향기기 때문에 아쉬운 공연을 하기도 했고, 연습이 부족해 자신 없는 무대를 보이기도 했어요.” 양수경 복지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학교의 발전 기금이 모이고, 지역사회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밴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밴드부는 2012년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임혜진 교직원의 재능 기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임혜진 지도교사는 악기 조율부터 전체적인 앙상블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업무시간 외에 틈틈이 짬을 내 모든 연습을 직접 챙겼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했어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음악을 놓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꾸준한 연습 끝에 2012년 뜨거운 무대를 펼친 ‘도담’밴드는 마침내 모두의 인정받게 됐다.
탄탄한 기본기로 어우러진 하모니
도담 밴드는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다. 덕분에 누구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룬다. “제대로 기본기를 익힌 선배가 후배 지도를 할 예정입니다. 모두 세컨드 악기도 배우고 있죠.” 밴드는 드럼, 신디사이저(건반), 일렉기타, 어코스틱기타, 베이스기타, 보컬, 콰이어(화음)로 구성됐다. 단원은 4,5,6학년으로 김효중, 서지원, 강아빈, 박은영, 표영철, 이준호, 김영권, 서경민, 윤수민, 김유진, 국단비, 윤제민, 윤소원, 최은승, 김재황 등 모두 15명이다. 특히 도담밴드는 연주곡마다 포지션이 달라진다. 초등 밴드답게 율동을 곁들이기도 한다. “아이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공연을 할 때마다 멤버구성을 달리해요. 예를 들면 드러머가 4명이라 돌아가면서 연주하는 식이죠.”
연습은 매일 꾸준히 한다. 평일은 아침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방과후를 이용하고, 토요일은 4시간 동안 연습한다. 단원 모집은 자체 오디션 ''슈퍼스타 J''를 통해 선발한다. 단원들도 평가지를 작성하며, 함께 참여한다.
“모집기준은 예의, 성실, 실력 순이에요. 음악적 재능이 맨 나중이죠. 처음엔 우리 단원들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코드도 잡지 못했거든요.”
어울림으로 달라진 아이들
단원들은 함께 어울리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각대장인 표영현 학생은 학교가 즐거워졌고, 자칭 ‘4학년 짱’이었다는 김영권 학생은 성적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유일한 여자 드러머 국단비 학생(5학년 4반)은 거친 언어가 순화됐다. “친구들과의 오해가 생겨 힘든 시간을 보낼 뻔 했는데, 단원들이 나서서 도와주었어요. 그 때 정말 소속감이 생겨서 좋았어요.”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그들은 밴드부를 넘어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있다.
드럼을 맡고 있는 김효중 학생(6학년 3반)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의가 발라졌다”고 한다. 신디사이저(건반)를 맡은 실력파 박은영 학생(5학년 5반)은 내성적인 성격에서 벗어났다. 파워풀한 메인 보컬 윤소원 학생(6학년 6반)은 “무대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이 고취됐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성도 좋아졌다고.
또, 공연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배려심도 생겼다. 조금 늦은 친구들은 서로 끌어주며, ‘화합’을 최고 덕목으로 삼고 있다.
“초등학생 때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거 같아요. 아이들은 밝아지고, 자신감에 차 있어요. 인사성도 밝아져 아주 보람되고, 뿌듯해요.”
꿈을 향한 무한도전
도담 밴드는 교육복지발표회에 참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2년에는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며, 동네의 인기 스타가 됐다.
지난 9월에는 주교동 배다리 축제에 참가했고, 얼마 전엔 라페스타에서 열리는 일산동구청 음악의 밤 축제에도 올랐다. 10월 학예회에는 전교생과 학부모의 기대 속에 여섯 번의 무대를 멋지게 마무리했다. 최은승 학생(5학년 3반)은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눈물이 났다”며, “학예회를 통해 폭풍성장 한 거 같다”고 말한다.
이제 도담밴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을 알게 됐다. 베이스 기타를 치는 서지원 학생(6학년 2반)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기 위해 열심이다. 연예인이 꿈인 강아빈 학생(6학년 8반)은 “원래 적극적인 성격이었지만, 밴드를 통해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무대를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일렉기타를 맡고 있는 리더 서경민 학생(6학년 3반)은 기타리스트가 꿈이다.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하며, 서로 단합하고, 단단해졌어요. 앞으로 학교의 자랑으로 남고 싶어요.”
하반기 각종 봉사공연을 앞둔 그들은 ‘나눔의 기쁨을 알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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