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성균관대 초빙교수
"독일이 유로존 위기를 돌파하는 힘은 강한 미텔슈탄트에 있다." 미하일 글로스 전 독일 경제기술부 장관의 말이다. 유로 존을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나라가 있다. 독일은 지난해,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취업인구는 4000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미텔슈탄트(Mittelshtant), '중간규모의 기업'을 뜻한다. 독일의 중소기업연구소(IFM)에 따르면, 현재 년간 매출액 5천만 유로(약 720억원) 이내에 종업원 500인 미만의 기업이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진 경제를 신속하게 재건하기 위해 대기업보다는 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규모의 제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 지원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미텔슈탄트는 제조업 분야에서만 현재 367만개에 달하고 독일전체 기업의 99.6%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를 굳건히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반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경제위기 앞에서 전전긍긍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03년부터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나라로 꼽은 핀란드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사례다. 핀란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노키아는 1998~2007년까지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출의 30%를 차지한 거대기업이었다.
재벌집중 경제일수록 위기에 취약
휴대폰 제조 세계1등 기업, 핀란드의 자랑 노키아가 2008년 이후 침체에 빠지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노키아의 쇠락으로 핀란드는 올해 총생산이 0.3%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리나라 10대그룹의 자산 비중은 GDP 대비 2008년 63.8%에서 지난해는 76.5%를 차지할 만큼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해의 통계를 기업별로 보면, 삼성이 22%, 현대차 13%, SK12%로 3대 그룹의 총매출액 만 합해도 GDP의 절반(47%)에 가깝다. 한국 경제의 재벌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잘 보여준다.
국가 경제력의 소수 재벌 집중화 현상은 위기대응의 한계에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절대 권력화의 폐해를 불러온다. 정치권력을 무력화(無力化)시키고 빈부의 극단적 양극화로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공동체를 불안정한 상황에 빠뜨린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법철학자 액튼(Acton)의 말처럼 종국에는 기업을 죽이고 나아가 국가의 존망까지 위협하게 된다.
쾌도난마처럼 보이는 재벌해체와 같은 해법도 현실적인 대안이 못된다. 포퓰리즘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근본적이고 실현 가능한 개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쟁력 높은 강소기업 육성이 해답
미텔슈탄트, 중견기업과 중산층을 견고하게 육성하는 것만이 답이다. 재벌, 대기업 주도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매출 1조, 종업원 1000명 이상)의 고용 비중은 12.6%에 불과하다.
세계의 1등, 챔피언 미텔슈탄트에서 안정적인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중견기업육성법' 제정이든, 중소기업부 승격이든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할 때다. 몇 개 대기업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