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진 어깨, 불안한 눈빛, 푸석한 얼굴…. 대한민국 고3수험생들의 모습이다. 이는 지난 8일 수능을 앞두고 극에 달했다.
하지만 전동근(18) 학생은 예외다. 눈은 빛나고 몸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친구들이 학과공부 논술대비에 시간을 쏟을 때 전군은 천안시축구연합회 지원으로 전국특목고축구협회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메가스터디와 ㈜스타스포츠 공식후원을 받아 전국 20개 자사고 및 특목고 축구동아리 대상 ‘전국특목고축그리그’를 발족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원을 통해 전국 7개 고교 경제동아리 학생들을 주축으로 소논문을 발표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2월 열린 SAGE World Cup(세계실물창업대회)에서는 최연소 국가사정관으로 임명돼 2015년 서울 대회 유치를 이끌었다. 이제 고3인 전군이 고등학교 3년 동안 해낸 일 중 일부분이다.
“친구들이 다 미쳤다고 했죠” =
출발은 단순했다. 전동근 학생은 북일고 국제과에 입학하며 초·중등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끼리 함께 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 스포츠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군은 ‘공부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왜 미친 짓을 하냐’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협회를 설치, 리그까지 이끌었다. 2010년 11월 과천외고 용인외고 북일고 세 학교 학생들이 시범리그를 시작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한 법. 전동근 학생은 기업과 단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후원을 유치, ㈜메가스터디와 ㈜스타스포츠 공식후원을 받았다. 카페를 개설하고 내용을 알리니 관심 있는 학교들이 생겼다. 이후 리그에 속도가 붙었다. 전군은 “이제 20곳의 학교가 모였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교도 있다”며 “너무 커지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시기를 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전국특목고축구협회는 11월 17일 오후 2시 안양시 후원으로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아이돌 축구단과 자선경기를 개최한다. 1년 반 동안 추진해서 이룬 결과다. ‘러닝투게더’라는 이름의 자선경기는 그룹 JYJ의 김준수와 박유천, SS501 김현중, 비스트의 윤두준과 이기광, 2AM의 임슬옹과 진운 등이 소속된 ‘FC MEN’이 함께한다. 참여 연예인은 13일 경 확정한다.
전군은 이날 입장권을 판매해 자선기금을 마련하려 한다. 수익금은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와 몽골 경찰청 소관의 울란바토르 아동시립보호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인터파크에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티켓예매 사이트에서 러닝투게더를 검색하면 구입할 수 있다.
* 지난 7월 SAGE 국제대회 한국대표팀 4위 수상 후 단체사진. 가장 왼쪽이 전동근 학생
이제 시작, 더 큰 세상 만들 것 =
전동근 학생은 스포츠는 물론, 경제 창업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관련기간의 협조와 지원을 이끄는 것은 이제 전문분야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리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기업이나 단체들이 서서히 문을 열고 있다. 목표로 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루려 한 결과다. 전군의 멘토 교사 Stephen Amrol은 “전동근 학생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남다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성취해낸다”고 평가했다.
전동근 학생은 ‘전문경영인’이 되려 한다.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여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나중에는 비영리 법인이나 재단을 만들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고문 역할도 하고 싶다.
그를 위해 전군은 멈추지 않는다. 어렵고 평범하지 않은 일도 기꺼이 간다. 한 길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걸을 수만 있다면, 전군이 지난 곳은 길이 되었고, 길과 길은 결국 통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바보 같다고 했지만 자는 시간 쪼개면서 한 활동을 통해 많은 걸 깨닫고 배웠어요. 친구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경험이죠. 이제 차근차근 제 꿈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전동근 학생은 지난달 31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12 대한민국 인재상 100인’으로 선정됐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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