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포초등학교 학부모독서동아리 ‘책사母’
엄마들, 책에 물들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단풍은 고운빛깔로 채색돼가는 요즘, 책의 매력에 물든 엄마들을 만났다. 학교도서관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교육청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분포초등학교 학부모 독서토론동아리 ‘분포책(을)사(랑하는)모(母)’다.
전담 사서를 배치하고 학교 차원에서 모집공문을 냈는데 선착순 10명이라는 인원은 금세 채워졌단다. 지금도 한발 늦은 엄마들이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책읽기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열심히 토론에 임하고 있는 책사모는 우리나라 1인당 평균 독서량을 올려주는 엄마들 되시겠다.
매월 2·4주 금요일 독서 토론 모임, 봉사활동으로까지 이어나가
분포초등학교 책사모동아리 학부모와 유정아 사서는 좋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이 모임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분포책사모는 지난 3월 동아리 운영 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4월부터 소설, 사회, 철학, 시,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때로는 영화를 본 뒤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서평쓰기, 시 낭송회, 문학기행과 독서 문화 축제에 참가하는 등 문화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감만동의 소화영아재활원에서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며 운을 뗀 박정희 씨는 회장과의 친분으로 망설임 없이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책 이외에도 박물관이나 영화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모임에 200% 만족한단다.
10월 토론 책이었던 ‘집을 생각한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최민정 씨는 “가족의 소중한 공간인 집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가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모임의 왕언니인 박수향 씨는 매주 화요일 방과 후에 학생들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재능기부도 겸하고 있다. “학교 모임이라 쉬울 거라 생각하고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다”며 독서 모임에 관심은 많았지만 선뜻 참여하지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또한 자녀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번이 두 번째 모임이라고 밝힌 추은재 씨는 대기자 중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다른 독서 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본인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배우는 게 정말 크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학교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마침 자리가 비어서 합류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기대가 된다며 설레어했다.
학교 지원으로 전담 사서와 함께 모임 꾸려나가
분포책사모는 학교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전담 사서와 함께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토론 도서 선정은 유정아 사서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다. 엄마들끼리의 모임은 자칫 잡담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데 유정아 사서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소설은 쉽게 접하는 편이라 일부러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선정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자는 취지에서 일반 베스트셀러는 제외했고요. 책을 선정할 때 당연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워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살면서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부분들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봉사로까지 연결됐다”며 “생판 남이었는데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독서 토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편독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어 좋다는 정재연 씨. “결혼 전에는 책을 꽤 읽었었는데 결혼 후 도통 저를 위한 책을 산 기억이 없었어요. 모임을 시작하고 나만을 위한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면서 “주로 경청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화법에도 관심을 가진다”며 배울점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모임을 봉사로까지 이끈 데에는 박광숙 씨의 힘이 컸다. “학교 교육에 대해 생각이 많았어요.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는데 엄마들을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개인적으로는 힘이 부족해도 여럿이 함께 하다보니 뭔가 큰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면서 모임을 통해 누구나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실천으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다.
전폭적인(?) 지지로 회장을 맡고 있는 조혜영 씨는 “1시간 반 동안 유익한 시간을 갖고 돌아오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면서 “아쉽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좋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서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독서 모임은 단기로는 비전이 약하고 장기로 가야 내면의 성숙도가 쌓이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분포초 학부모동아리는 책사모밖에 없기 때문에 동아리를 잘 이끌어 가서 우리 모임이 롤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함께여서 더욱 행복하다는 책사모 엄마들. 나홀로 독서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시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지는 명랑하게 푸른 가을이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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