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 학생 비만, 이대로 둘 것인가 <2>

학생 비만의 원인, 아침 결식과 고열량·저영양 간식

야식 줄이고 아침 먹어야 비만 예방 - 학부모, “그린푸드 존 학원가까지 확대” 요구

지역내일 2012-11-12

우리나라 청소년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발표한 2011년 비만학생 현황에 따르면 고등학생은 15.4%로 100명 중 15명이 비만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경우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초중등생 보다 고등학생의 비만율이 높다. 소아 청소년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며, 자칫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학생들의 비만을 다각도로 집중 진단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대전 학생, 100명 14명 비만
2. 청소년 비만의 주범, 고열량 식품
3. 공부로도 하루가 부족한 학생들
4.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
5. 저소득층 비만, 10년새 2배 급증
6. 비만교육이 필요하다
7. ''기적의 체육관''을 만들자

아침 결식, 비만 불러 … 대전 4명 중 1명 아침 결식 =
대전 학생 4명 중 1명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7일 동안 아침식사를 5일 이상 먹지 않은 대전 학생의 비율은 25.6%로 전국 평균 24.4% 보다 높았다.
아이사랑 배준상 한의원장은 “학생 비만의 원인 중 하나가 아침 결식”이라며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원장은 “아침 식사를 거른 채 등교 하는 학생은 점심이나 저녁을 폭식할 경우가 많아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폭식을 하면 음식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활성산소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활성산소는 노화는 물론 성인병과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들은 늦은 하교 시간 때문에 아침 식사가 힘들다고 말한다.   
학부모 배윤희(45.목동)씨는 “아이가 7시에 등교해 오후 10시에 집에 들어온다”며 “밖에서 해결한 점심과 저녁이 부실한지 집에 오면 꼭 야식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배 씨는 “활동량이 적은 저녁 시간대에 섭취한 음식은 영양소를 축적해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은 알지만, 배고프다는 아이를 그냥 재울 수 없어 야식을 챙겨준다”며 “고등학생은 점심 저녁 야식으로 세끼를 채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송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지은(고1.비래동)양은 “전날 야식을 먹어 다음날 아침에 입맛이 없다”며 “하지만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또다시 배가 고파 집에 오는 길에 야식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아침을 굶는 학생이 많아지자 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장사를 하는 분식집도 많다. 명석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혁수(가명.비래동)군은 “친구들 대부분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주먹밥과 학교 내 자판기 음료수로 아침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보건소 건강증진담당 김선경 주무관은 “아침 식사는 뇌신경세포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뇌에 공급하며, 단백질 지방 등은 각종 신경 전달물질을 만들어 하루 종일 뇌의 활동이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경 주무관은 “학생들의 균형 있는 아침식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자체의 노력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 밀집 학원가 먹거리도 단속해야 =
학생 비만이 해마다 증가하자 학부모들 사이에 학교 주변에서 판매하는 고열량·저영양 음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김혜정(32.법동)씨는 “아이 말이 ‘500원만 있으면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간식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실제로 가보니 저가의 초콜렛 바와 빵, 핫바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해당 구청에 항의 했으나 원산지와 유통기한 표기 등 ‘식품위생법’을 위배하지 않아 단속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불만에 대해 대전시 식품안전과 손석진 주무관은 “월1회 점검을 하며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지 않은 ‘저가식품’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어 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학부모들에겐 학교 이외 학생이 밀집해 있는 학원가 먹거리 역시 걱정이다. 식품과 관련해 어떠한 안전규정도 없는 학원가 주변 역시 고열량·저영양 음식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인 탄방동의 경우 오후 6시 이후엔 한 손에 길거리 간식을 들고 다른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일정 때문에 저녁을 길거리 음식으로 대신한다.
지난 9월 식품의약안전청(식약청)은 아이들이 주로 먹는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나 어묵 등을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했다.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주변 200m 이내로 정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학원 밀집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학원가를 중심으로 ‘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지정해 6개월 간 시범 운영을 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서경희 주무관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도 법적 효력이 있는 단속 규정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시 식품안전과 손석진 주무관은 학원가 불량 음식 판매에 대해 “아직까지 학원 주변에 대한 먹거리 단속은 법적 규정이 없어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1학년 자녀를 둔 임노미(44.유통업)씨는 “학생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의 먹거리를 시에서 관리·감독할 수 없다면 아이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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