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에서 가을을 만나다

북악산 서울성곽, 미술관과 문학관, 그리고 작고 예쁜 카페가 모여 있는 곳

지역내일 2012-10-19 (수정 2012-10-19 오후 5:44:07)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보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곧 단풍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올 것이다. 단풍명소 찾아 멀리 나가기 힘든 바쁜 일상, 서울 도심 안에서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하루 시간을 내 상쾌한 가을 산과 단풍을 느끼고, 미술관을 거닐며 가을에 취하기도 하고, 더불어 정겨운 골목길 틈에서 맛과 멋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부암동이다. 리포터가 조금 일찍 만나본 부암동에서의 가을을 소개해본다.


북악산 서울성곽
리포터와 가족들은 가을 산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북악산 서울성곽으로 향했다. 서울성곽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의 도성을 말한다. 현재 서울성곽은 북악산코스(약 4.7km, 2시간 25분 소요), 낙산코스(약 4km, 2시간 소요), 남산코스(약 4.6km, 3시간 소요), 인왕산코스(약 5.3km, 3시간 15분 소요)의 4가지 코스로 나뉘어있다.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은 3가지 코스로 나뉜다. 말바위안내소에서 시작해 창의문안내소로 이어지는 1코스, 숙정문안내소에서 창의문안내소로 이어지는 2코스, 그리고 창의문안내소에서 말바위안내소로 이어지는 3코스. 각 코스는 시작점이 다르므로 홈페이지(www.bukak.or.kr)에서 코스를 살펴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3코스의 경우 창의문안내소를 출발하자마자 백악마루까지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므로 초반에 지치기 쉽다는 점 기억하시길.
리포터가 선택한 1코스, 성균관대학교 후문 와룡공원에서부터 시작한 북악산 서울성곽길은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고 나무그늘과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하이킹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길 양쪽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 성곽길 끝에 맞닿은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푸른 듯 붉은 낙엽들은 이젠 가을임을 말없이 알려준다. 걷다가 중간 중간 멈춰 서서 눈 아래 펼쳐진 성북동 쪽 서울 풍경을 바라다보면 이윽고 말바위안내소에 도착한다.
북악산 서울성곽길은 군사보호지역이라서 신분확인을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사진촬영도 제한이 있다. 또한 코스 중간에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출발하기 전 들르는 것이 좋다.
말바위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으로 실명확인 후 표찰을 받아 다시 성곽길 탐방에 오른다. 이제부터는 오른쪽 성곽을 끼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산길이다. 서울성곽의 북대문(北大門)인 숙정문(肅靖門)과 촛대바위를 지나 청운대(靑雲臺)에 다다른다. 청운대는 북악산 서울성곽 내에서 가장 조망권이 좋은 곳으로 남으로는 경복궁과 세종로, 북으로는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볼 수 있고, 성곽의 외곽 부분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청운대 쉼터에 앉으면 옛 육조거리, 즉 현재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슬슬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오르다보면 ‘1.21사태 소나무’가 서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침투하여 우리 군경과 총격전을 벌였던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소나무에 남은 총탄자국이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지 아이들은 연신 만져본다.
조금 더 힘을 내 백악산 정상인 백악마루에 다다랐다. 해발 342m로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는 산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 되었다. 정상 바위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 땀도 식히고 성취감도 원 없이 느껴보았다.
백악마루에서 한숨 돌리고 내려가는데, 정상에서부터 창의문안내소까지 하산길 내내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면서 성곽을 끼고 끝없는 계단이 이어진다. 산에 올라오느라 무리를 했는지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내려온 덕분에 인왕산의 푸르름을 그대로 마주보며 가슴 깊이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마지막의 창의문안내소를 통과하면서 표찰을 반납하면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은 끝이 난다. 그냥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인줄 알고 나왔다가 생각보다 경사도 있고 계단도 많아 좀 힘들긴 했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2.2km의 성곽길은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북악산 코스는 서울 성곽길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태조(1396년) 세종(1422년) 숙종(1704년)으로 이어지는 축성의 변화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북악산 서울성곽
홈페이지: www.bukak.or.kr
신분증 미지참시 입장불가
개방시간:
하절기(4월~10월) 오전9시~오후3시 / 동절기(11월~3월) 오전10시~오후3시
(매주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문화유산 해설프로그램 운영(3월~11월):
하절기 오전10시, 오후2시 / 동절기 오전10시30분, 오후2시
출발장소: 말바위안내소, 창의문안내소


부암동에 모여 있는 예술과 문학의 공간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을 마치고 언덕길을 천천히 내려오다 보면 윤동주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민족의 정서를 표현한 서정적인 시들을 남긴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세종마을(누상동)에 거주하며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조성되었고 이번에 윤동주문학관까지 자리 잡게 되었다. 물탱크를 활용해 지은 이곳은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었는데, 특히나 3전시실의 ‘닫힌 우물’은 시인이 마지막을 보낸 후쿠오카 형무소를 연상시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어둡고 깊은 심연과 천장에서 내려오는 한줄기 빛은 그 당시 윤동주 시인을 둘러싼 환경과 조국을 생각하는 그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문학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언덕길에 오르면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창의문을 나서 왼쪽으로 윤동주문학관이 있고,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부암동으로 향하게 된다. 부암동은 복잡한 서울 중심가에서 한 발짝 빗겨있을 뿐인데도 푸르른 산에 둘러싸인 낮은 건물들, 그리고 정겨운 골목길이 어우러져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라도 온 듯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부암동에는 미술관 3곳이 모여 있으며 윤동주문학관까지 더하면 예술과 문학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북악산 서울성곽길을 다녀온 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는 것도 좋겠고, 아예 하루를 미술관 순례의 날로 잡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미술관과 문학관을 돌아보는 것도 깊어가는 가을날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부암동의 미술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환기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인 김환기 작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1992년 개관 이래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의 상설전과 특별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인 자하미술관은 북악산이 내려다보이고 비봉능선이 병풍처럼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얼마 전 문을 연 서울미술관은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를 관람할 수 있으며, 옥상 정원을 통해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에 닿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개관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윤동주문학관과 환기미술관, 자하미술관의 경우, ①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7022․7212번 버스로 환승,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하차 ②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3번 출구에서 1020․7212번 버스로 환승,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하차한다. 윤동주문학관은 정류장 맞은편에 바로 보이고, 환기미술관은 북악 스카이웨이 입구 방향으로 올라가다 왼쪽 동네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그리고 자하미술관은 부암동 주민센터와 오월카페 사이길로 올라간다.
서울미술관으로 가려면 ①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1711․7016․7018․7022․7212번 버스로 환승, 자하문터널 입구에서 하차 ②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3번 출구에서 1020․1711․7016․7018번 버스로 환승, 자하문터널 입구에서 하차한다.


환기미술관
주소: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 1길 23
연락처: (02)391-7701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whankimuseum.org
현재 전시: <김환기와 한국의 美_점․선․면의 울림>전


자하미술관
주소: 종로구 부암동 362-21번지
연락처: (02)395-3222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zahamuseum.com


서울미술관
주소: 종로구 부암동 201번지
연락처: (02)395-0100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seoulmuseum.org
현재 전시: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전


윤동주문학관
주소: 종로구 청운동 3-100
연락처: (02)2148-4175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11월부터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부암동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는 카페와 맛집
부암동에는 작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맛을 찾고 멋을 느끼려 발길 닿는 대로 부암동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조차 잊을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환기미술관 아래에 있는 ‘710 Another Man''은 빈티지한 느낌의 소품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탈리안 비스트로이다. 분위기와 함께 실속 있는 런치메뉴로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문의 (02)395-5092
창의문 앞 삼거리에 위치한 ‘데미타스(demitasse)''는 다락방처럼 좁은 계단 끝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여느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바로 곳곳에 놓인 ‘그릇’때문. 주인의 그릇 사랑 덕분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그릇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릇뿐 아니라 식사도 맛있어서 부암동 맛집으로 입소문 난 곳이다. 문의 (02)391-6360
‘데미타스’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클럽 에스프레소’는 부암동에서 제일 먼저 생긴 카페라는데 붉은 색 벽돌건물과 커피가 왠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이곳의 역사만큼이나 규모도 무척 커서 1층은 카페, 2층은 커피 공장, 3층은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문의 (02)764-8719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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