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교 도서관 풍경이 아니다. 경직된 발걸음이 오가고 단정한 표정의 학생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면 사서 교사는 그런 아이들을 사무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거실 같기도 하고 놀이터 같기도 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제 집인 양 하나같이 밝고 거리낌 없다. 어떤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어떤 아이들은 한권의 책을 펴놓고 친구와 진지하게 토론 중이다. 동굴처럼 숨겨진 공간에선 혼자만의 사색을 막 끝낸 아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소망과 열정이 만든 도서관 =
삼면으로 트인 도서관으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엄마는 약속 장소인 이곳으로 아이를 찾으러 들르고 선생님은 사랑방 거쳐가듯 쓰윽 얼굴을 들이밀고 인사를 건네고 지나간다. 일일이 이들과 알은체를 하는 이는 황소연 사서교사다.
솔향 글누리 도서관은 올해만 두 번의 큰 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UCC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기까지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결속력이 있었다.
황소연 사서교사의 수훈도 크다. 아이 한 번 키워보지 않은 앳된 얼굴의 사서교사는 토요 독서 동아리를 꾸려 자발적으로 주말을 아이들과 보냈다. 영화 보기, 서점 탐방, 서울에서 열리는 북페어 참가 등 금쪽같은 토요일을 아이들에게 할애했다. 또 하나의 상은 10월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상 초등학교도서관 부문 교과부 장관상이다.
열정으로 치자면 그건 유독 황 교사만의 것은 아니다. 2006년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돼 학교 도서관을 만들 당시부터 교사 지역주민 학부모 모두가 함께 이곳에 각자의 소망을 뒀다.
도서관 건물 설계도면을 그릴 때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디어를 내 지금의 독특한 도서관 구조를 만들었다. 동문회, 지역주민, 뜻 있는 외부인사, 학부모, 교사로 이루어진 후원회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교사, 지역이 모두 행복하고 소통하는 도서관이 될까 고민한다.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태곤 교사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과 학교가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 학교 도서관은 마을과 학교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는 중요하고 특별한 곳”이라고 말한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 =
사서교사가 퇴근한 자리를 메우는 학부모 사서 도우미 하신하씨는 “오전 시간이 아이들의 놀이터고 쉼터라면 오후 시간은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의 사랑방”이라고 말한다. 둘째 아이가 4살 때부터 도서관에서 봉사를 해온 하씨는 “우리 두 아이는 여기서 다 키웠다”며 “징징거리며 우는 아이를 데려다 놓고 동화책으로 달래가며 일을 했는데 이제는 그 아이가 이곳 병설 유치원에 다니면서 엄마 퇴근할 때까지 의젓하게 혼자서 책도 보고 나갈 때 문단속도 한다”며 미소 지었다.
월요일 학부모 북아트를 비롯해 작가 초청 강연회, 학년 학부모 모임, 마을 주민 회의, 하물며 기타교실 같은 동아리 모임도 도서관에서 열린다. 자유롭게 모임을 하다보면 오후 10시가 넘을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을 통과해, 학교 건물 내 어디에 있든 사통팔달 통하게 만든 도서관 구조는 항상 불을 켜두고 모든 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솔향 글누리 도서관의 마음을 담은 듯했다.
11월 29일은 솔향 글누리 도서관이 개관한 지 6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역주민으로 학교 도서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이택규 도서관 운영위원장은 말한다.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학교를 살린 것은 도서관의 힘입니다. 도서관을 통해 모두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농촌, 마을이라는 꿈을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체로 더욱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문의 : 송남초등학교 솔향 글누리 도서관 543-3915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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