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장수 덕산계곡
보는 재미와 걷는 재미를 선사하는 만추의 덕산계곡
덕산계곡, 울긋불긋 고운 자태 뽐내
며칠 전 가을비가 내리고 그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단풍은 더 고운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 산과 들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느라 여념이 없는데.
보는 재미 걷는 재미를 위해 산을 찾는 단풍 관광객들에게 이맘때는 최상의 적기다. 리포터도 평생 한번 있을 2012년 가을을 마음에 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본다.
맑고 깨끗한 하늘로부터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단풍으로 온 산과 계곡을 물들인 장수의 덕산계곡에서 몸에는 휠링을 눈에는 특별한 호사를 선사한다.
군립공원 장안산의 제일 계곡 ‘덕산계곡’
전주역에서 장수방향으로 한시간반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장수읍에서 가파른 덕산고개를 지나 덕산마을 아래 아직도 공사가 한창인 댐 바로 밑이다.
덕산계곡은 장수 방화동 가족휴양촌 방향으로 진입해 걷기를 시작해도 좋으나 오늘은 용소-방화폭포(산림욕장)-산림휴양관-방화동 관리사무소까지를 원점회귀로 걸어보는 일정으로 잡았다. 방화동은 진입로가 말끔히 잘 포장되어 접근하기가 쉬운 반면, 덕산쪽은 고갯길과 비포장도로라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목적지 도착 전 물이 찬 댐 가까이로 내려앉은 가을이 우리 일행을 반긴다. 오늘 걸을 숲길은 왕복 8키로 정도이며, 소요시간은 넉넉잡아 2시간 반이다.
군립공원 장안산은 덕산용소와 방화동, 지지계곡 지구로 나누어지는데, 덕산계곡은 그 중 장안산의 제일 계곡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위로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의 조화로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덕산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과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용소가 2개,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소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승천하지 못한 용이 살았다는 용소
팔각정과 용소가는 길로 나뉘어진 세갈래 길이 나오면서 오늘의 단풍여행은 시작된다.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팔각정, 곧바로 가면 용소가 나오는데 용소를 먼저 보고 돌아오는 길에 팔각정을 찾을 것을 기약해본다.
장안산에서 발원하여 용림천으로 흘러드는 풍치절경의 골짜기가 덕산계곡이다. 이 계곡에 ‘덕산용소’가 있는데 이 용소는 약 5분 거리를 두고 ‘윗용소’와 ‘아랫용소’로 나뉘어져 있다.
덕산계곡은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 부대의 목욕 장면을 찍은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용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아랫용소는 엄마용과 아들용, 윗용소엔 아빠용이 살았으며, 아빠용은 승천하였지만 사람들의 방해로 아들용이 승천하지 못해 사람들을 해코지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해마다 피서객이 물놀이를 하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이고 지난 비가 많지 않아서인지, 아님 댐 공사로 물이 줄어서인지 가을에 찾은 덕산계곡엔 물이 적다. 하지만 한여름엔 물과 사람이 이 계곡에 넘쳐 흘렸음이 틀림없다.
깊게 파인 웅덩이가 마른 날씨임에도 소의 깊이를 짐작케한다. 아빠용이 살았다는 윗용소보다 엄마용과 아들용이 살았다는 아랫용소의 물웅덩이가 조금 더 깊고 크다.
걷는 내내 덕산계곡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휘감아 도는 맑은 계류 위로 넓은 암반이 펼쳐져 가끔 다리가 돼 주기도 하고 쉼터가 돼 주기도 한다.
새옷 갈아입은 방화동, 가을 정취 물씬
계곡을 가운데로 한쪽은 홀로 걷는 길, 또 한쪽은 누군가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임도가 길게 뻗어 있다.
용소에서 30분 정도 낙엽을 밝으며 걷다 보면 피톤치드로 온몸의 독소를 깨끗이 제거해 줄법한 산림욕장이 나오고, 곧 이어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폭포수를 자랑하던 방화폭포가 시야에 들어선다. 하지만 아버지의 지극정성이 하늘도 감동시켜 아들을 낫게 해줬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방화폭포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은 온대간데 없고, 검은 속살만 드러낸 채 서있다.
아래로 더 발길을 향하자 붉다 못해 타 들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유독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숲속의 집 중앙에 섰다. 숲속의 집과 휴양관에는 제철이 지나 인적은 드물지만 가을로 가득찼다.
단풍길을 따라 한걸음한걸음 가벼운 발걸음을 방화동 가족휴양촌까지 옮겨본다. 주말이면 아직도 캠핑족들로 우글거리는 오토캠핑장은 평일이어서인지 한산하기 그지없다. 텐트 몇동만 덩그러니 쳐져 있을 뿐이다.
북적대던 한여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여름엔 활기로 넘치던 이곳이 오늘은 완연한 가을을 가슴에 품고가기 손색이 없구나.
돌아오는 길에 미처 오르지 못했던 팔각정에 들렀다. 이 팔각정은 커다란 기암괴석위에 세워진 것으로 가려진 나무 덕에 전망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기엔 부족함이 없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짧아져만 가는 가을. 짧아서 더욱 아쉬운 계절 이 가을에 이다가오는 주말 온 가족 가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낮과 밤 큰 일교차로 감기라는 불청객이 두려운 요즘, 조금 일찍 일어나 가을 아침의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찬바람을 코끝으로 느껴보는 것도 싫지만은 않은 일이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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