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랑 놀며 생명 소중함 배워요”

동물과 교감 … 정서·인성교육에 최고

지역내일 2012-10-17

“세잎이는 나만 따라 다녀요. 처음 놀이터에 세잎이랑 산책 나갔을 때는 모두 신기해했는데, 이젠 친구들이랑 유치원 동생들, 할머니들도 세잎이를 알아보고 인사해요.”
조동현(유성구 신성동 금성초 2학년)군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세잎이는 조 군이 키우는 2개월여 된 오리다. 조 군이 어딜 가든 졸졸 따라다닌다. 신기하게도 세잎이는 조 군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교감한다.
김혜진 금성초 방과후학교 ‘생명과학’ 담당교사는 “게임과 인터넷에 빠진 아이들이 동물이나 식물을 기르면서 컴퓨터 중독이 치유되고, 정서와 인성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대전에서는 올 3월 처음 시작했는데 꾸준히 여러 학교에서 수업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군은 세잎이 때문에 동네에서 인기가 높다. 동네 주민들은 ‘오리가 밥은 잘 먹는지, 잘 지내는지, 병난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한다. 세잎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온 동네 주민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동물과 교감, 학교폭력예방 인성교육에 최고 =
김 교사는 “월2회 식물이나 동물 기르기 수업을 진행한다”며 “그 수업의 일환으로 오리 기르기 수업을 하고 원하는 아이들에게 오리를 분양했는데, 오리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을 엄마로 인식해 교감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이론수업을 먼저 진행해 기르는 방법, 습성 등을 알려주고 기르기를 체험하게 한다.
아이들은 오리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다투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 평가서에 ‘정서가 함양돼 좋다’는 의견을 냈다.
조 군이 세잎이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두 달여 전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다.
세잎이는 동네에 사는 누나가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생명과학 수업에서 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누나 가족이 여름휴가 때문에 맡겨 놓으면서 조 군과 인연이 시작됐다. 휴가를 마친 누나는 어머니가 오리 키우는 것을 반대해 조 군에게 자신이 보고 싶을 때 보러 오는 것을 조건으로 세잎이를 주었다.
조 군 어머니 노은희(39·신성동)씨는 “동현이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고 거북이랑 토끼 말고도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도 키워 봤다”며 “세잎이를 맡아 키우면서는 더 지극정성인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매일 한 시간씩 동네 산책을 시키고, 돌아와선 욕조에 물을 받아 자기가 먼저 씻은 후 그 물로 세잎이를 목욕시킨다”고 말했다. 
조군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세잎이를 키운다. 특히 일기장에 세잎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곡하게 써 놓았다.
2012년 8월 2일 일기에 ‘오늘은 참 행운의 날이다. 글쎄 왜냐하면 오리를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조 군은 “세잎이라는 이름은 네잎 클로버의 행운보다 세잎 클로버의 행복이 좋아서 지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 군의 꿈은 고생물학자가 되는 것이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조동현군이 오리 세잎이랑 아파트를 산책하고 있다. 세잎이는 뒤뚱거리며 조 군의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세잎이랑 산책을 하는 조 군 표정이 싱그러운 나무그늘에서도 환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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