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HB두뇌학습클리닉 이명란 소장
우스개 이야기다. 길을 가던 할머니의 귀에 중년 아저씨가 자신을 향해 애타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 자기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화장도 고치고 데이트 할 비용도 챙겨 나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보청기의 볼륨을 높힌 순간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리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약해져 “뭐라구...”를 요청해 2~3번의 반복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청력이 약해진 어르신을 가까이 모시게 되면 일상적인 톤을 포기하고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또 큰 소리로 맞춤형 대화를 시도한다. 이런 과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늘 겪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 초년병인 초등학교 1~2학년 중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이해를 시키는데 상당히 힘이 든다. 그것도 청력이 정상인 아이들에게 이런 듣기 문제가 있어 똑바로 못 듣고 똑 바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면 받아야 할 질문이 태산이다.
‘약속’을 ‘악수’로 듣고 ‘변신 로보캅’을 ‘병신 로보캅’으로 잘못 듣고 오히려 “내 로봇이 왜 병신이냐”며 유치원생의 말시비꺼리가 되기도 한다.
‘개봉박두’를 ‘개봉박수’로 잘못 들어 손뼉을 치려다 말았다는 아이의 나중 고백은 엄마를 하얗게 질리게 만든다.
이런 경우 아이는 십중팔구 부모의 공격 표적이 된다. “잘 들어, 제발 잘 듣고 말해” 정도는 얌전한 의사전달이다. “병신같이...말귀도 못 알아듣고...”로 까지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의 자존심이 바닥을 향해 질주할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요령이 생기면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던지 질문을 못 알아 들은 경우 묵비권을 행사하게 되면 듣기 문제는 점점 포장이 되어 눈에 안 띄게 되고 ‘말을 안 듣는다’ ‘반항적이다’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등 품행에 문제가 있는 쪽으로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싸움은 길어지고 해결책은 숨어있어 결국 부모 자녀 관계에 살얼음이 낀다.
질문을 자주 되 묻거나 ‘용산’을 ‘논산’으로 잘못 듣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거나 말을 하고 있는데도 듣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나 사오정이라는 평가를 가끔 받는다면 청지각 기능 저하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말 못하는 아이나 발음이 어둔한 아이, 억양이 높거나 지나치게 낮은 아이는 의심해볼 필요도 없이 청지각 기능저하 상태이다.
듣기가 열리면 말이 열리고 말이 열리면 인간관계가 확장된다. 삶의 질적인 변화가 청지각에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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