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주부 최미애 씨는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 이번 여름휴가 때 남편이 모발이식을 하기로 했는데 어느 병원에서 할지 의논하다 갈등이 생긴 것이다.
“제가 모발이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까 아무 병원에서나 받아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이왕이면 제일 싼 곳에서 시술 받으라고 했죠.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더라고요. 가방이나 신발을 살 때도 명품인지 짝퉁인지 재고 따지고 하면서 남편한테 가장 중요한 모발이식을 받는데 어떻게 가격을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느냐고 나무라는데 뜨끔했죠. 사실 남편 말이 맞잖아요. 제가 생각이 짧았죠. 명품이 괜히 이름만 명품이 아닌데 잘못 생각한 거죠. 내 일 아니라고 너무 가볍게 여긴 것 같아 미안했어요.”
하지만 최미애 씨 부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 자체가 저가의 모발이식 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상태가 됐다. 때문에 환자들 역시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가격만으로 판단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모발이식은 아무 병원이나 상관없다?
최 씨의 남편은 모발이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문제라고 말한다.
“병이 나면 아무 병원이나 가지 않잖아요? 멀어도 입소문난 곳으로 찾아가죠. 그런데 왜 모발이식은 아무 병원에서나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무조건 싼 병원만 고집하는 사람은 모발이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문성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풍부한 임상경험이야말로 의사의 실력입니다.”
실제로 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극명하다.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했다고 해도 짝퉁은 절대 명품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모발이식 역시 숙련된 의료진과 비숙련 의료진의 실력 차이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할까?
일단, 철저한 검증을 거친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데 모발이식 병원들의 수준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럴 땐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원보다는 한 자리에서 오랜 동안 운영해 온 병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오래됐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기간을 거쳤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막 개원한 병원에서는 자칫 마루타처럼 초보의료진의 실험대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만 비단 오래만 됐다고 충분한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시술했던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시술건수가 많다는 것은 임상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의료진의 실력이 검증된 셈이니 시술건수가 많은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MHC 탈모전문센터 엄기진 부장은 “아무래도 불경기다 보니까 환자들은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그런 걸 악용해서 비전문가가 무분별하게 모발이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 4월 방영된 MBC 불만제로 프로그램에서 나왔듯이 저가의 병원은 임상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 의사가 시술하거나 심지어 의사면허도 없는 모낭분리사가 불법으로 시술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단순히 가격만으로 병원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모낭의 수가 한계가 있는 만큼 무분별하게 수술을 받게 되면 나중에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인천모식외과 김영준 원장은 “이식 가능한 환자의 공여부위는 대략?2500~3000모 정도로 약 4회에 걸쳐 이식할 수 있다”며 “이러한 공여부를 무계획적으로 사용하면 환자의 공여부위는 모두 소진되어 추후 모발이식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충고한다. 따라서 “가격에만 현혹되지 말고 의료진의 숙련도와 풍부한 임상경험 등을 따져본 후 신중하게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발이식의 성패는 이식한 모발의 생착률과 감쪽같고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이 좌우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엄 부장은 “싼 비용으로 모발이식을 받게 되면 기대치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모발 생착률이 평균 이하로 나와도 또 이식한 부위가 자연스럽지 못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싼 가격으로 효과가 적은 모발이식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정상적인 비용을 치르고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것인가?’ 이는 환자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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