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재미없어 하는 아이가 토요일엔 도서관에 가자고 졸라요. 유성도서관 ‘보드게임세상’이 학교보다 재미있나 봐요.”
김은정(40·유성구 도룡동)씨 아이는 유성도서관이 개설한 ‘토요樂(락)’ 프로그램 중 보드게임세상을 가장 좋아한다.
올해 3월부터 시행하는 주5일수업제 성공여부는 얼마나 다양한 토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자체의 역할이 주민들의 삶속에 깊게 들어가며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주5일수업제를 시행하면서 학습의 장(場)이 학교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운영했던 주5일수업제 시범 운영학교 사례에서도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과 그 연계성이 절실한 것으로 보고된바 있다.
우수한 지역 인프라 활용이 성공열쇠 =
유성구는 주5일수업제 시행에 따라 학생들이 토요일을 얼마나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 쉬는 토요일이 청소년 일탈과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 사회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0개가 넘는 다양한 토요樂 프로그램은 구청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역할을 구분하기보다 함께 풀어가야 하는 공동사업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했다. 지역 주민들은 유성구의 이러한 고민과 시행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며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성구는 도서관이나 평생학습 노하우 등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토요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청소년 문제와 학교교육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선봉장이 되고 있다.
구는 관내 평생학습원 5개 시설(평생학습센터, 도서관4개)에서 △과학문화 해설사를 활용한 사회교과서 여행 △지역학습기관과 연계한 주제별 가족현장체험학습 △취미교실(스포츠, 악기연주, 댄스 등) △청소년 행복의 인문학 강좌 △진로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정기 연주회, 영화상영, 동화 구연, 유성관내 학교와 연계한 학습기부뱅크 활용 나눔 실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습보다 취미 문화 예술 체험 활동 선호 =
구는 청소년 선호도 조사와 외부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토요일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구성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습위주보다는 취미활동이나 문화 예술 체험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력신장보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예술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체험활동에 무게를 실었다. 주5일수업제 시행에 맞춰 개발한 토요樂은 청소년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운영중인 취미교실은 △청소년 K-POP 댄스(평생학습센터) △신나는 요리교실(평생학습센터) △오카리나교실(노은도서관) △보드게임세상(유성도서관) △통기타교실, 하모니카 교실(구즉도서관) △축구교실(진잠도서관) 등이다.
전민동에 사는 김하은(전민중 3학년)양은 “얼마 전 친구가 얘기해서 청소년 K-POP 댄스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부분 친구들은 아직 유성구청에서 하는 토요樂 프로그램을 잘 몰라요.”라며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같은 걸로 안내를 해주면 엄마도 알게 되고 토요일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토요樂’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여러 군데 걸려있긴 하지만, 상품광고로 착각해 홍보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경희(대덕고1학년)군은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에 참여하면서 지난 겨울방학부터 선배멘토교실 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구 평생학습관(전민동 소재)에서 선배멘토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조 군은 “후배들이 학원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라서 공부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선배멘토교실도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취미교실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운동이나 그림 그리기 같은 프로그램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5강좌에서 82개 프로그램으로 확대 =
토요樂은 지난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유성지역 70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성, 노은, 진잠, 구즉도서관 등 4개 공공도서관과 평생학습센터에서 3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노은, 대덕특구, 서남부, 유성온천 등 4개 권역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개별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중이다.
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밖 토요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5000만원을 지원받았고, 토요樂 35강좌를 82개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 구는 전국 8개 대표 우수사례 중 하나로 선정된 ‘egg 학습기부뱅크’를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대덕특구연구기관, 동 주민센터 등과 연계해 확대하고 있다.
김정희(43·유성구 관평동)씨는 “구청이 주5일수업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널리 알려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면 학생들의 일탈과 공교육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성구는 71개교 초중고 학생들에게 창의 취미 진로 등을 주제로 하는 ‘1학교 1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교별 ‘스포츠데이’ 활성화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egg 학습기부뱅크’를 통해 30개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에 아동 돌봄 교실과 재능 나눔 선배멘토뱅크 학습봉사도 펼칠 예정이다.
또 대덕특구 연구기관, 유성구유스호스텔, 대학 등과 연계해 창의력 향상을 위한 과학프로그램과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운영도 준비중이다.
유성구 9개 동 주민센터는 청소년 심리상담과 취미교실을 운영하고 방학 기간 중에 평생학습원에서 8개 방학 특강도 열 계획이다.
허태정 구청장은 “3대 구정방침 중 하나인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할 것이다. 토요樂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토요일 프로그램을 펼칠 것”이라며 “토요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교육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예산지원 및 행정력을 집중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문의: 구 평생학습센터 042-601-6580 / 유성도서관(601-6532) 구즉도서관(601-6511) 진잠도서관(601-6592) 노은도서관(601-6612). 각 도서관 홈페이지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주5일수업제, 지자체 역할에 앞장서는 허태정 유성구청장
지역인재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 행정 펼친다
“이제 교육은 교육청과 학교만의 영역이 아닌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식과 창의성·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가 함께하는 학습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아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지적 수준에 비해 인성이나 사회적 연대, 창의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조사를 예로 들며 주5일수업제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주5일수업제에 맞춰 토요일을 활용한 학교 밖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성구는 지난해부터 준비한 ‘토요락(樂)’프로그램을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2010년 지자체 중 최초로 광역운영기관으로 선정돼 추진하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만14세이상 25세이하 청소년들의 자기성장 프로그램이다. 봉사활동 자기개발 신체단련 탐험활동 등 4가지 영역에서 일정기간 이상 활동해 요건을 충족하면 국제적으로 인증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구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가까운 곳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토요일에 동 주민센터를 개방해 운영하고,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구는 창의적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지역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꿈나무 과학멘토’ ‘토요락(樂)’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취포상제는 대학입시로 인해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설정하고 도전해 성취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도전과정이 힘들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생기는 자신감은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는 지역의 학습자원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자기계발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즉 즐기고 배울거리, 분위기,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꿈나무 과학멘토’와 ‘토요일엔 과학소풍’은 대덕특구의 연구기관과 학교 등 12개 기관이 멘토가 되고 초·중학교 학생들이 멘티가 되는 사업으로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의 꿈과 호기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과학도시 유성에 사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대덕특구와 지역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깨는 좋은 계기를 만들고 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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