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와 분만실이 있는 3층에서는 가끔 꽃향기가 흘러나오고, 5층 정형외과에선 노총각 자취방에서만 맡을 수 있는 독특한(?) 냄새가 나죠. 소아병동에 가면 달콤한 젖살 냄새에 취하기도 하구요.”
굳이 병동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도 냄새만으로 어느 병동인지 귀신처럼 알아맞힌다는 순천향대부속 구미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 변정숙 씨(32).
냄새만 맡아도 병동 알 수 있어
하루종일 병원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입원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의료사회복지사 변정숙 씨의 업무는 한마디로 환자와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히 돕는 도우미의 역할. 환자를 포함한 그의 가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원만히 생활할 수 있도록 질병의 치료, 예방, 재활에 이르는데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의료사회복지사인 그의 임무다.
유관기관·봉사단체 등 상호업무협조는 필수
“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업무들을 중간에서 대신 처리해주는 게 제 업무의 핵심이죠. 수술비가 없는 저소득층 환자라면 유관기관과 봉사단체에 도움을 청해 성금을 모은다든가, 보호자가 없어 간병인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무료 자원봉사자들을 소개시켜주고 하는 식으로 말이예요. 항상 협조를 요청하고, 부탁하는 입장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죠.”
변정숙씨는 남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앞으로 저 때문에 좀 귀찮으실 거예요”라는 애교 섞인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혹시 어디 도움필요로 하는 환자 분 모르세요?”라는 말이 뒤따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생겨난 습관이다.
“투병 중인 남편과 어린 세 아이들, 그리고 부실한 체력 때문에 도저히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어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아주머니 혼자 신청서를 써 가지고 다니며 애를 쓰다가 결국 절 찾아 왔더라구요. 제가 나서서 동사무소의 담당자를 설득해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 받을 수 있었죠.”
환자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크고 작은 일들이 의료사회복지사인 자신을 통해 원만히 수습되고 해결점을 찾아갈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환자들 속내 들여다보며 함께 병 앓기도
자원봉사 간병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보니, 작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간병인에 대한 사소한 불만부터 하소연에 이르기까지 변정숙씨는 환자들의 얘기를 그냥 넘겨버리는 법이 없다.
“속속들이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놓는 환자들을 대할 때는 저도 함께 병을 앓는 느낌이예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질병은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삶의 고행이죠. 좀 더 편안히 행복하게 치료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산업복지학을 전공한 변정숙 씨는 7년 전 결혼해 4살, 6살의 형제를 둔 주부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 두 가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수퍼우먼이 될 자신은 없어요. 제 손길이 닿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듯이, 불우환자들에게도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며 일하는 게 행복할 뿐이죠.”
병원에서는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걱정에, 집에서는 병원의 환자들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그것이 바로 변정숙 의료사회복지사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자원봉사 및 불우환자후원 문의 ☎463-7151
변정숙 의료사회복지사의 하루 일과
△ 오전 8시- 사이버상담 관리와 일과 점검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상담사이트를 관리하는 시간. 문의사항이나 민원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과와 부서에 연결해준다. 의료사회복지학처럼 업무에 필요한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꼼꼼히 체크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오전 10시- 병실을 찾아가 환우문제 청취
환자들의 병실을 찾아가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내용을 듣고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에게 전달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 환자와 의료진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 오전 11시- 환아놀이교실 진행
1주일에 3번씩 소아병동의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풍선불기, 블럭쌓기, 동화구연 등의 프로그램은 입원기간 중 지루하기 쉬운 어린이들을 마냥 즐겁게 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자원봉사자와 함께 블럭쌓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오후 2시- 자원봉사기관 등을 방문해 업무협조요청
각 지역 보건진료소나, 자원봉사기관, 유관기관 등을 방문해 원내의 소식 등을 전하고, 의료봉사인력을 요청하기도 한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요한선교센터를 찾아 상담 중이다.
△ 오후 4시- 사회복지사들 만나 의견 및 정보교환
구미자활후견기관 등 지역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수시로 만나 의료봉사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의견을 나눈다.
△ 오후 5시- 무인도서문고와 홍보부착물 관리
각 병동에 마련된 무인도서문고는 하루라도 그의 손이 가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고 만다. 환자들을 위해 병원 직원들이 1인 1도서 기증을 시작으로 운영 중인 무인도서문고의 점검과 관리도 그의 업무 중 하나. 병원 안에 부착되는 각종 홍보물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굳이 병동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도 냄새만으로 어느 병동인지 귀신처럼 알아맞힌다는 순천향대부속 구미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 변정숙 씨(32).
냄새만 맡아도 병동 알 수 있어
하루종일 병원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입원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의료사회복지사 변정숙 씨의 업무는 한마디로 환자와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히 돕는 도우미의 역할. 환자를 포함한 그의 가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원만히 생활할 수 있도록 질병의 치료, 예방, 재활에 이르는데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의료사회복지사인 그의 임무다.
유관기관·봉사단체 등 상호업무협조는 필수
“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업무들을 중간에서 대신 처리해주는 게 제 업무의 핵심이죠. 수술비가 없는 저소득층 환자라면 유관기관과 봉사단체에 도움을 청해 성금을 모은다든가, 보호자가 없어 간병인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무료 자원봉사자들을 소개시켜주고 하는 식으로 말이예요. 항상 협조를 요청하고, 부탁하는 입장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죠.”
변정숙씨는 남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앞으로 저 때문에 좀 귀찮으실 거예요”라는 애교 섞인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혹시 어디 도움필요로 하는 환자 분 모르세요?”라는 말이 뒤따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생겨난 습관이다.
“투병 중인 남편과 어린 세 아이들, 그리고 부실한 체력 때문에 도저히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어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아주머니 혼자 신청서를 써 가지고 다니며 애를 쓰다가 결국 절 찾아 왔더라구요. 제가 나서서 동사무소의 담당자를 설득해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 받을 수 있었죠.”
환자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크고 작은 일들이 의료사회복지사인 자신을 통해 원만히 수습되고 해결점을 찾아갈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환자들 속내 들여다보며 함께 병 앓기도
자원봉사 간병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보니, 작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간병인에 대한 사소한 불만부터 하소연에 이르기까지 변정숙씨는 환자들의 얘기를 그냥 넘겨버리는 법이 없다.
“속속들이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놓는 환자들을 대할 때는 저도 함께 병을 앓는 느낌이예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질병은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삶의 고행이죠. 좀 더 편안히 행복하게 치료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산업복지학을 전공한 변정숙 씨는 7년 전 결혼해 4살, 6살의 형제를 둔 주부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 두 가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수퍼우먼이 될 자신은 없어요. 제 손길이 닿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듯이, 불우환자들에게도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며 일하는 게 행복할 뿐이죠.”
병원에서는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걱정에, 집에서는 병원의 환자들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그것이 바로 변정숙 의료사회복지사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자원봉사 및 불우환자후원 문의 ☎463-7151
변정숙 의료사회복지사의 하루 일과
△ 오전 8시- 사이버상담 관리와 일과 점검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상담사이트를 관리하는 시간. 문의사항이나 민원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과와 부서에 연결해준다. 의료사회복지학처럼 업무에 필요한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꼼꼼히 체크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오전 10시- 병실을 찾아가 환우문제 청취
환자들의 병실을 찾아가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내용을 듣고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에게 전달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 환자와 의료진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 오전 11시- 환아놀이교실 진행
1주일에 3번씩 소아병동의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풍선불기, 블럭쌓기, 동화구연 등의 프로그램은 입원기간 중 지루하기 쉬운 어린이들을 마냥 즐겁게 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자원봉사자와 함께 블럭쌓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오후 2시- 자원봉사기관 등을 방문해 업무협조요청
각 지역 보건진료소나, 자원봉사기관, 유관기관 등을 방문해 원내의 소식 등을 전하고, 의료봉사인력을 요청하기도 한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요한선교센터를 찾아 상담 중이다.
△ 오후 4시- 사회복지사들 만나 의견 및 정보교환
구미자활후견기관 등 지역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수시로 만나 의료봉사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의견을 나눈다.
△ 오후 5시- 무인도서문고와 홍보부착물 관리
각 병동에 마련된 무인도서문고는 하루라도 그의 손이 가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고 만다. 환자들을 위해 병원 직원들이 1인 1도서 기증을 시작으로 운영 중인 무인도서문고의 점검과 관리도 그의 업무 중 하나. 병원 안에 부착되는 각종 홍보물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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