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햇살이 따가운 가을날.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아이들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떡메를 내리치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서툰 손길로 새끼를 꼬며 멋쩍게 씩 웃기도 했다. 투호놀이를 하는 곳에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안서당초등학교는 지난 18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서당골 벼축제 한마당‘을 실시했다. 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 주관으로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농협, 성환농협 등이 후원한 이번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다.
아이들은 저마다 추수의 기쁨을 만끽했다. 파란 하늘 아래 천안서당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풍요로움과 흥겨움이 가득했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먹거리의 소중함 알리자 =
‘서당골 벼축제 한마당‘에 대한 기억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기 초, 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에서 유기농 농수산물의 중요성을 알리자며 모심기를 제안했다. 도시 속 농촌을 조성해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게 하자는 것이었다.
천안서당초등학교 안흥식 교장은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진행했다. 그런데 벼를 심고 가꾸며 농촌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변화가 보였다. 산책하다가 자라는 벼를 발견한 학부모들도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해 농사를 모두 체험하도록, 추수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쌀로 인한 모든 농산물 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축제를 열었다.
그 결과 반응이 정말 좋았다. ‘현장학습을 하지 말고 벼 축제를 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평가를 해보니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고 농촌체험을 통해서 인성교육까지도 자연스레 함께한다는 내용이 다수 나왔다. 안 교장은 “농촌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가을걷이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있어 앞으로도 매해 학교에서 농촌체험과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수확의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고,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를 넘어서 동네가 어우러지는 축제로 =
올해도 학생들은 모내기에서부터 시작해 타작까지 벼 성장 과정을 모두 체험했다. 봄부터 스스로 키운 벼를 베고 직접 탈곡한 1학년 한 여학생은 “논에서 자라는 벼를 본 적은 있는데 내가 직접 키워서 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며 “밥 먹을 때 한 톨도 남기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끼꼬기, 떡메치기, 새끼 돼지와 병아리 먹이주기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허수아비가 돋보이는 포토존 앞에서 학급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또한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던지기 등 민속놀이를 체험하고 떡볶이 쌀튀밥 함박스테이크 수육 인절미 등 다양한 먹거리를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제공한 음식은 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가 제공한 친환경 농축산물을 엄마들이 직접 만들었다. 행사에 참여해 진행을 도운 3학년 남학생 엄마 변란영(44)씨는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 대부분 축제를 즐기고 함께했다”며 “우리 농산물을 느끼고, 친구들과 어우러지면서 하루를 의미 있게 노니까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5학년 남학생들 둔 박영숙(43)씨는 “올해 축제는 아버지회도 참여하고 체험이 더 많아지는 등 지난해보다 풍성해졌다”며 “아이들이 모두 체험활동에 골고루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잘 기획하고, 어른들이 이끄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니 고학년들도 즐거워하며 참여하는 모습이었다”고 이야기했다.
‘2012 서당골 벼축제 한마당’에는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 2000여명이 참여했다. 인근 유치원생들도 축제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벼축제 한마당은 인근 학교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안흥식 교장은 “위례초에서는 이미 추수체험을 했고, 쌍정초는 31일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이밖에 청수초 성정초 남산초 등 학교마다 벼농사 체험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하늘 아래 한 해 농사는 학교에서도 풍성한 수확을 얻고 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재밌다 학교’는 자신만의 장기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학생, 아이들과 각별한 선생님은 물론, 학교의 특별한 활동, 의미 있는 내용 등을 알립니다. 기사에 소개할 내용을 알고 있으신 분은 내일신문(naymoon@naeil.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