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 공단. 그래서 안산을 잿빛 삭막한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 단풍, 겨울 억새의 황금빛까지 안산의 색채는 다채롭다. 안산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짧기만 한 가을이 저물어 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가을이 아쉽다면 안산9경으로 꼽힌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을 찾아가 보자. 100만㎡ 대규모 인공습지로 만들어진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에는 가을 햇살과 갈대가 만나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은 지난 2002년 시화호 수질개선을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습지다. 수자원공사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하천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갈대를 심었다. 하천물은 갈대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흐름이 느려지고, 물속으로 가라앉은 찌꺼기를 갈대가 뿌리로 흡수하면서 수질이 맑아지는 원리다.
갈대 덕분에 수질은 맑아지고 시민들은 일년 내내 갈대가 펼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갈대습지공원에는 1.3Km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갈대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화호를 찾은 철새 울음소리도 들리고 각종 수생식물들도 가까이서 관찰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갈대습지공원을 찾았다면 먼저 환경 생태관에 들려 갈대습지공원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는 것으로 산책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환경 생태관 1층에는 시화호의 역사와 습지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2층에서는 망원경으로 습지 전체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생태계가 살아있는 갈대 습지공원 안에서는 야생동물들도 종종 발견된다. 가장 자주 발견되는 동물은 고라니와 너구리, 멧토끼, 청설모 등. 때때로 산책길 중간에 나타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가을이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 북쪽에서 내려온 철새들로 시화호 주변이 장관을 이룬다. 시화호에는 매년 150종 15만 마리 철새가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봄 여름철에는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물닭이 살고 겨울로 접어들면 청둥오리와 흰죽지가 갈대사이에 둥지를 튼다.
갈대습지공원이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인 만큼 산책 시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기본적으로 습지공원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고 큰 소리를 내거나 나무열매에 손을 대거나 애완동물과 산책은 금지하고 있다.
철새들의 휴식을 위해 해가 진 후에는 산책도 마무리해야 한다. 겨울철(11월~2월)엔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여름철(3월~10월)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가 이용시간이다.
갈대습지공원 갈대가 만든 스산한 가을 풍경은 글로 표현하지 못할 아쉬움이 가득하다. 시화호 건너편 남측 간척지 개발 사업으로 고즈넉함은 줄었지만 개발이 이뤄지기 전 어쩌면 올해가 시화호 넓은 갈대숲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다음엔 갈대는 남아있겠지만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갈대숲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안산시는 갈대습지공원 관리권을 안산시로 이관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안산시 발표에 따르면 안산시는 습지공원 인수 후 람사르 습지 지정을 추진하고 관찰 개방구역 확대, 피크닉 존을 설치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올 가을 습지공원이 변하기 전 마지막 스산함을 가득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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