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이맘때쯤이면 추석 차례상은 물론, 고마운 이들에게 전할 선물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정성 가득한 선물은 명절의 흥겨움을 더한다.
하지만 선물이 오히려 부담인 경우가 있다. 정성이 보이지 않고 형식적이거나, 취향에 어긋나는 경우 오히려 처치곤란일 수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추석 지출을 줄이겠다는 주부들이 많은 요즘이다. 선물은 무엇이 되었든 기분 좋지만, 이왕이면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기쁨까지 더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주부들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선물로 무엇을 꼽았을까.
반가운 선물 1순위는 품질 확실한 농수축산품 =
원산지를 속이거나 바가지 상혼에 찌든 주부들이 고른 추석 선물 베스트 품목 중 하나는 유기농, 국내산, 그리고 품질이 보증되는 지역 특산품 등이었다. 적은 양이라도 품질이 확실한 국내산 농수축산품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또, 어떤 지역하면 바로 떠오르는, 누구나 알만한 그 지역 고유의 특산물들도 선호도가 높았다. 남해안 멸치부터 상주 곶감, 제주 옥돔, 나주 배, 금산 인삼 등 한마디로 정체성이 뚜렷한 선물을 원했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받고 싶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식품이든 생활용품이든, 제품군을 막론하고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선물이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한 듯 했고 일반 제품보다 대체로 고가여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점에서도 점수를 받은 듯했다. 구체적인 품목으로는 한우세트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평소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육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만은 제대로 된 한우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 반영된 듯 했다.
재래시장 이용하면 주문에 따라 다양한 선물세트 가능 =
주부들이 받고 싶은 선물로 손꼽는 한우선물세트.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인사를 드려야 할 분께는 마음을 담기 좋은 선물이다.
요즘에야 고기를 너무 먹어 탈이라고들 하지만 평상시 한우를 사다 먹기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올해는 소값 안정을 위해 농협 축협에서 한우선물세트의 공급을 지난해 대비 3배 늘리고 가격대를 낮추었다고 하니 추석선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우족 사골 등 뼈 종류 선물세트는 7~10만원대 갈비세트는 12~16만원대 정육세트는 5~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배방 하나로마트 기준). 고기의 등급에 따라 가격대가 크게 달라지므로 구입처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래시장 정육점의 경우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주문에 따라 다양한 선물 세트를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우리지역 정육식당에서도 가볍게는 3~5만원 선부터 10~25만원 선의 선물세트를 준비할 수 있다(염치 한우드소 기준). 윤선희(44·아산시 탕정면)씨는 “질 좋고 맛난 고기를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수 있어 추석선물로 한우선물세트를 받으면 반갑다”고 말했다.
꺼리는 선물, 꼭 필요한 곳에 후원하는 것도 방법 =
반갑고 행복한 선물이 있는 반면 꺼리는 선물도 있기 마련. 유정희(가명)씨는 “자신이 받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다시 선물로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싫다”며 “한 번은 포장지를 뜯은 후 다시 붙였는지 테이프 자국까지 그대로 남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건가 싶어 선물한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은희(가명)씨는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오는 생활용품 선물들이 처치곤란이다. “내 취향도 아닌데 꼭 이런 선물이 들어온다”며 “버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쓰고 있지만 내가 싫은 선물 남 주기도 뭣하다”고 말했다. 이미애(50·아산시 탕정면)씨는 “브랜드도 국적도 영양성분도 정확하지 않은 선물로 받아 영 찜찜해하다 유통기한 넘겨 음식물 쓰레기통에 투척하고 말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했다. 안 모(44)씨는 “지난 명절 남편의 지인으로부터 바지다리미를 선물로 받았는데 살림 성향과는 맞지 않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대체적으로 정성이 보이지 않고, 취향과 맞지 않은 선물의 경우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때, 본인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선물이 들어온 경우 내내 창고에 쌓아둘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천안 희망나눔 푸드마켓(이하 푸드마켓)에 물품을 후원하면 꼭 필요한 이들의 요긴한 생활용품이 된다.
2009년 6월 문을 연 푸드마켓은 식품이나 물품을 기부받아 천안지역의 저소득 주민과 함께 나누는 사랑나눔 공간. 식품자원을 필요로 하는 회원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원하는 물품을 선택하는 이용자 중심의 상설 무료 마켓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단독장애인세대, 한부모가정 500세대가 이용하고 있다.
현재 푸드마켓은 라면 기름 장류 통조림류 빵류 등의 가공식품과 화장지 화장품 세제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 등에 대한 물품기부를 받고 있다. 농수축산물과 간식류도 요긴하게 쓰인다. 후원금 기부도 받고 있는데, 5000원이면 매월 2명에게 국수를 후원할 수 있다(후원통장 301-0041-714-81 농협. 천안지역자활푸드). 기부식품 및 현금 전액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의 : 041-573-1377. http://cafe.daum.net/cheonanfood1377
천안아산내일신문 리포터 공동
■ “이번 추석, 이런 선물 받고 싶어요”
“직접 구운 쿠키 받고 감동했어요”
결혼 후 살게 된 천안….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워낙 내성적인 성격 탓에 누굴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말부부를 하자고 남편과 싸움도 많이 했다. 하루하루 불행하게 보냈다. 그리고 결혼 후 첫 명절이 다가왔다.
고속도로가 막힐까봐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왔다는 남편의 손에 작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부장님이 가져다주라고 했다”며 남편이 내민 상자에는 울퉁불퉁한 모양의 쿠키가 가득했다. ‘길 막힐 때 먹으라고 구웠다. 언니라고 생각하고 추석 잘 지내고 와서 집에 점심 한 번 먹으러 오라’는 쪽지도 들어 있었다. 같이 쪽지를 본 남편은 ‘너가 적응하지 못해서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며 피식 웃었다.
그 선물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남편은 몇 십만 원짜리 한우세트보다 고작 쿠키 몇 조각이 더 좋냐고 했지만 정성과 진심이 가득한 선물과 비교할 수 없다. - 양숙영(38·천안시 불당동)씨
"명절 스트레스 털어버리게 공연 보며 나만의 시간 좀 가집시다!" =
매년 찾아오는 명절이면 여자들은 바쁘다. 명절 며칠 전부터 제수용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장만하러 이리저리 발품 팔고 다닌다. 한자리에 모일 친척들을 위해 미리미리 음식을 준비한다. 고기 재고 나물 무치고 전 부치고 탕국 끓이고…. 힘들다.
각기 사정이 있고 멀리 살아서 빨리 와 일손 거들지 못하는 형제들은 손님이다. 양 손에 들고 오는 선물은 먹을 것 아니면 부모님을 위한 선물이 태반.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이 즐겁게 웃으며 지내는 모습은 아이들 교육상 좋긴 하다. 그러나 썰물 빠져 나가듯 친척들이 가고 나면 어지러워진 집을 치울 일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정작 명절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나만을 위한 선물은 어디에…. 평소 보고 싶었지만 쉽게 갈 수 없었던 값비싼 공연 티켓, 누가 선물해 줄 사람 없을까. 수준 있는 공연관람으로 명절 스트레스 확 털어내는 나만의 품격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 정현진(42 아산시 온양1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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