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꿈꾸다 보면 기회를 잃게 된다. 대입 수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시는 대학으로 가는 가장 큰 기회이다. 수능에서 재수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재학생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들이 잘못된 수시전략으로 그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행을 바라는, 기적을 바라는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서 웬만한 대학은 논술 전형으로 학생을 뽑는다. 그런데 논술 준비가 안 돼 있는 학생들이 많다. 많은 수험생들이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지원한 모든 대학, 즉 여섯 개 대학의 논술을 모두 준비하려고 한다. ‘여섯 개 중 어디 하나쯤은 되겠지.’ 하는 요행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스스로 대입의 기회를 차버리는 것과 같다.
수험생들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벅찬 일이다. 게다가 논술 제시문도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제시문을 읽고 분석해야 하고, 그런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억지로 쥐어짜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준비하면 논술 실력이 절대로 늘지 않는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글로 써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걸 글로 쓴다면 그 글은 자신의 글이 아니다. 여섯 개 대학의 논술을 한꺼번에 준비하다보면 스스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에 끌려 다니는 꼴이 된다. 논술 실력이 늘 수가 없다. 이런 상태로 응시하게 되면, 단 한 번도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다.
논술의 시작은 익숙하고 쉬운 글로
그렇다면 논술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의 글을 골라야 한다. 즉 자신이 선택한 사탐 교과서나 언어 비문학 지문, 신문 사설 등이 적당할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글이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골라 그걸 읽고 분석하고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시문을 정확히 읽어내는 독해 훈련을 해야 한다. 제시문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글의 주장과 근거를 찾는 연습을 한다. 그것이 익숙해지면 글의 숨은 전제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함축을 파악해야 한다. 이것들을 쉽게 파악하는 방법으로 동일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쓴 글을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예컨대 한겨레나 경향신문과 조중동의 사설을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은 문단 쓰기를 연습해보는 것이다. 글쓰기의 기초는 문단 쓰기이다. 하나의 소주제로 완결된 한 편의 글이 문단이기 때문이다. 쉬운 글을 분석한 다음, 그걸 토대로 주장과 근거, 원인과 조건, 비유와 예시 등으로 하나의 문단을 써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열 편 정도 반복해서 쓰다 보면 대체로 자기 자신의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그 기초가 갖춰진다는 것이다.
한두 대학 정해서 수없이 반복해 써보자
이런 바탕 위에서 자신의 내신, 수능 점수를 고려해 한두 곳의 대학을 정하고, 그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나 모의논술을 써보고, 또 써보는 ‘지겨운’ 반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출제의도와 논제를 이해하고 정확히 분석하고 요구된 대로 써보고 또 써보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내놓은 우수 답안이나 모범 답안을 보는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출제자가 의도하는 것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모범 답안을 보게 되면 그 글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글을 쓰기 어렵게 된다는 게 문제점이 있다. 다만 스스로 먼저 써보고 또 써보는 반복 후에 모범 답안을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수험생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바로 수능이다. 논술에 합격하고서도 수능 최저 등급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탈락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시와 수시논술은 수험생에게 최대의 기회이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된 수험생에게 수시는 로또복권이나 마찬가지이다. 요행을 바라는 지원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논술 Tip
1. 쉬운 글, 익숙한 글로 독해훈련을 한다
2. 쉬운 글을 분석하고 재구성해본다
3. 재구성한 내용으로 문단 쓰기를 해본다
4. 가능성 있는 대학 한두 곳을 선택한다
5. 기출·예시문제를 수없이 반복해 써본다
뿌리논술
원장 이 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