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와 유치권 행사

지역내일 2012-09-14

 


요즘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는 택지를 개발하거나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현장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며칠 전 길 가에 택지를 개발하던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포크레인이 택지개발하는 부지의 입구에 버켓(바가지)을 높게 올리고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붉은색 글씨의 플랜카드를 매달아 놓은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돈을 투자하여 택지를 개발하다가 자금이 모자라서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게 되자 공사업자가 공사를 중단하고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었다.
또 경매사건의 집행관 현황조사서나 감정평가서에는 토지의 지하에 터파기 공사를 하고 지하층 골조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사진을 볼 수 있다. 이때 유치권 신고가 접수되어 있고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유치권 신고 있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경매로 낙찰을 받게 되면 유치권자와 낙찰 받은 매수인 사이에 유치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유치권자는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토지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을까?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물건과 채권 사이에 견련성(밀접한 관련성)이 요구된다. 만약 공사가 건물 신축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였고, 이를 위하여 지하 터파기공사를 하고 골조공사를 한 채 공사가 중단되었다면 이는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기초공사에 불과하므로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다.
건물 지하층 등 완공된 구조물을 별도의 건물로 볼 경우에는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지만 건물로서의 형체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토지의 부합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공장신축 부지가 경매로 낙찰되자, 공사대금을 근거로 신축공장 부지와 아직 부동산이라고 할 수 없는 공사 중인 구조물에 대해 유치권이 행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건축신축공사로 인한 공사대금은 건물에 관한 채권일 뿐이고, 건물부지인 토지에 관한 채권은 아니고, 건축이 중단되어 아직 부동산이라고 볼 수 없는 구조물은 토지의 부합물이기 때문에, 토지 내지 토지지상 구조물에 대해서는 유치권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유치권은 항상 주장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쉽게 권리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하여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한 후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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