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시행되는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여일 앞두고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이 깊다. 김일희(47·유성구 도룡동)씨는 “올 여름은 무척 더워서 힘들었고 여름방학이 지난 후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입맛이 없어 아침밥을 못 먹고 학교에 가는 날이 늘었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스트레스도 많아 보이는데, 못 먹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게 안쓰럽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수능을 앞둔 자녀들에게 어떤 음식을 해줄까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수험생들은 남은 한 달 동안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체력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다. 체력관리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조절이다.
수능 날 최적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까. 요즘 건강식으로 관심을 모으는 사찰음식을 추천한다. 수험생을 위한 요리특강을 여는 대전 영선사를 찾았다.
적당한 아침음식, “죽이 좋다” =
자녀 대신 공부를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먹는 아침 한 끼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들 마음이다.
특강을 맡은 법송 스님(대전 영선사)은 “수험생들에게 적당한 아침음식으로 죽이 좋다. 죽은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은 가볍게 해주면서 영양도 풍부해 하루 종일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좋은 음식”이라며 “가을에 나는 호두 잣 흑임자 밤 녹두 더덕 콩 채소 등을 이용해 죽을 끓여 먹이면,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변비도 없앨 수 있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조미료는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날 특강에 선보인 요리는 ‘더덕 잣죽’ ‘두부 다시마말이’ ‘느타리버섯 양념구이’ ‘연근구이’인데 모두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이다.
특강에 참여한 김옥미(44·유성구 관평동)씨는 “딸이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는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만을 먹으려하는데, 육식을 좋아해 비만과 변비 걱정이 많았다. 오늘 배운 사찰요리들은 소화에도 좋을 것 같고, 오래앉아 있는 고3 수험생들에게 변비 걱정을 덜어줄 것 같아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가 어렵지도 않았고, 재료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유익한 정보가 됐다. 사찰음식을 배우며 조미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트레스와 피로 해소, 집중력 높일 수 있는 음식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부분 매운 음식이나 달콤한 것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음식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위에 부담을 주고 다이어트에 좋지 않아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당분을 필요 이상 많이 섭취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 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법송 스님은 “가을철에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더덕 마 도라지 연근 우엉 토란 고구마 등의 뿌리음식을 먹어야 좋고, 집중력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들깨가루 밤 시금치 근대 아욱 버섯 콩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며 “해조류와 구기자 대추 생강을 음식에 넣어 먹으면 여름에 떨어진 체력을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날까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조절이 필수인데, 따뜻한 우유와 견과류, 채소와 과일 등이 적당하다.
특히, 수험생들은 운동을 하거나 휴식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로를 많이 느끼는데 피로를 풀지 못하고 그대로 쌓아두면, 만성피로가 돼 컨디션 조절을 할 수가 없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수시로 먹는 것이 좋다.
법송 스님은 “죽을 싫어하는 학생에게는 호두를 속껍질까지 벗긴 후 섞어서 호두밥을 해주면 좋다. 콩이나 잡곡을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수능 당일 날씨가 쌀쌀해 걱정된다면 1년 정도 숙성시킨 오미자차나 매실차를 따뜻하게 준비해 수험생이 마실 수 있게 준비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수험생을 위한 사찰음식 특강’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먹거리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유성구에서 지원했다.
영선사 : 042-523-1144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인터뷰-사찰음식 강의하는 영선사 법송스님
“사찰음식은 자연을 품는 것, 본래 맛 살려야”
“사찰음식은 자연식이자 건강식, 수행식이다. 사찰에서는 음식재료를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수행자들이 직접하며 이 과정이 수행의 연장선이다. 음식 재료 본래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법송 스님은 음식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음식재료를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리하는 법을 설명하는 것까지 담백하고 거침이 없다.
사찰에서는 아침에 죽을 먹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정진(精進)을 하고 6시에 아침 공양(식사)을 죽으로 한다. 이 공양시간은 어느 계절이나 변함이 없다. 세간에는 아침을 굶는 사람이 많지만 사찰에서는 아침공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법송 스님은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죽의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허기증 목마름 체증을 없애주는 것과 기(氣)를 내리는 것,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라며 “죽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소화가 잘되고 변비를 없애주면서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침에 죽을 먹기 위해서는 전날 재료를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제철 재료를 이용해 한 달 내내 메뉴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법송 스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조미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찰음식에는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조미료만 사용한다. 스님은 들깨를 다양하게 이용하며, 버섯 다시마 콩 등을 조미료로 쓴다. 간장도 여러 종류(집간장, 조림간장 등)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설탕이나 물엿 대신 조청을 만들어 쓰고, 매실도 청이나 효소로 만들어 조미료로 사용한다.
스님은 “들깨는 3/1정도만 살짝 볶아 기름을 짜야 맑고, 불에 가열해 사용할 때 산화가 덜돼 몸에 좋다. 들깨 기피를 낸 것은 드레싱이나 생으로 양념으로 사용하고 발효를 시켜 쓰기도 한다. 들깨는 연근, 느타리, 표고 등 야채들과도 궁합이 잘 맞아 우리 몸에 좋다”고 들깨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법송 스님이 쓰는 식재료들은 전국 각지의 특산물과 질 좋은 최상의 것들인데 장수 영동 강원도 울진 등지에서 깻잎, 깻송아리, 버섯, 취 등 나물류를 공수해 사용한다. 또한 전국 조계종 사찰에서 좋은 식재료들을 보내준다.
법송 스님은 “마곡사 근처 태화산 자락에 제 은사스님인 성간 스님의 토굴이 있다. 그곳에 보관된 장류와 신선한 재료들을 쓴다. 주부들은 이렇게까지 하기 어려우니 장류 같은 경우 대용량으로 많이 사지 말고 조금씩 사서 신선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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