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은 완벽한 준비를 한다. 땅을 사고 집 짓는 것에 통달해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갖춘다. 잘 못되면 경제적 타격이 크므로 당연히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텃밭 농사를 짓는 것 하나도 완벽히 준비한다. 채소 가꾸기와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다 독파하고 교육도 쫓아다닌다. 이론적으로는 전문가 못지않다.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준비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텃밭 농사가 목적이 아니라면,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심어 가꾸고 남으면 친한 이웃에게 선심이라도 쓸 정도의 텃밭농사라면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모르고, 준비하지 않은 채, 무장해제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런 텃밭 가꾸기는 나 홀로 하면 재미가 없다. 친구도 참여시키고 옆집에 사는 농부 아저씨나 아주머니한테 잔소리도 듣고 배워가며 해야 재미가 있다. 이웃과 친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뭘 해야 할 지 몰라 헤매다 보면 옆집 아저씨가 슬그머니 간섭을 한다. 감자를 심으라고도 하고 배추는 어떻게 심고 상추는 어떤 씨앗을 사야 맛있다며 하나씩 가르쳐 준다. 이웃의 끈질긴 간섭과 학습에 못 따라가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답답한 마음에 자기 집 쟁기질 할 때 내 것도 해준다. 고맙다고 소주 한잔 대접하며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얻는다. 신이 난 이웃은 그 다음 것도 챙겨준다. 자연스럽게 이웃과 친해진다.
완전무장을 한 채 혼자 알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이웃이 끼어들 틈이 없다. 주변에서만 빙빙 돈다. 내가 많이 준비를 하고 있으니 옆집 아저씨의 농사법이 오히려 못마땅하다. 책에서 본 내용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가르치려 든다. 이웃들은 절대 그런 말 듣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완전무장을 하고 있으면 이웃사람들과 담이 생긴다. 혼자 열심히 하다 지치기 쉽다.
귀농 귀촌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텃밭 농사와 같이 부담없은 부분은 덜 준비한 채 시작해도 좋다. 빈틈이 오히려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전원생활의 큰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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