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만들다보면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협동심도 기를 수 있는 요리 수업. 팔달초등학교(이하 팔달초)에서는 방과후 수업으로 요리·슈가크래프트·파티쉐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100여 명의 아이들은 서툴지만 맛있는 요리를 하면서 즐겁기만 하다. 이들 수업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한 얘기를 따라가 본다.
■요리 - 음식을 나누는 요리, 행복한 마음이 깃들어
화요일 오후 팔달초의 조리실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 채워진다. 오늘은 던킨 도넛 만드는 날. 미리 발효시킨 밀가루를 나누는 김경숙 교사의 손이 분주하다. 좋아하는 도넛을 만든다는 기대와 호기심에 18명 꼬마요리사들의 질문세례와 즐거운 재잘거림도 늘어만 간다. 밀대로 밀어 꽈배기를 만들고, 동글납작 도넛 모양을 만들어 2차 발효를 기다린다. 그동안 초콜릿을 녹이고 아몬드를 잘게 부숴 장식용 재료도 완성.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윤미림(초5)은 “만든 것을 집에 가져가면 가족들이 너무 좋아한다. 배웠던 것을 집에서 다시 만들어 보기도 한다”며 만족해했다. 노예진(초5)도 평소 요리가 좋아 다양한 요리를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요리부가 생겨 너무 기뻤단다.
발효가 끝나자 선생님이 도넛을 튀기기 시작한다. 도넛이 하나하나 부풀어 오르자 함성도 덩달아 커져간다. 박지빈(초6)은 도넛을 장식하며 요리부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먹을 수 있으니까 신난다. 스트레스도 싹 풀리고 완성품을 보면 뿌듯하다.” 서상희(초5)와 김재희(초5)는 자신감을 얘기했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설명을 들으며 완성시키다보면 자신감이 생긴단다. 레시피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지는 것도 기쁘다.
정성스레 장식을 끝내고 종이상자에 담아 예쁘게 포장하면 오늘의 요리수업은 끝이 난다. 한가득 직접 만든 도넛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아이들의 요리 수업이라고 쉽게 보면 오산. 꽃밭비빔밥, 하트 케이크, 만두꽃 피자, 브리또(멕시코요리) 등 주제에 맞춰 다양하게 진행됐다. 서 교사는 “요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낼 수 있어 스트레스도 풀리고 창의력이 길러진다. 함께 해야 하니까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협동심과 인내심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음식이 맛있으려면 좋은 기분에 행복한 마음이 깃들어야 함을 아이들은 체험으로 익혔다. 90분 내내 소리도 맛도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슈가크래프트 - 설탕의 달콤함을 더한 오감자극 반죽놀이
설탕공예인 슈가크래프트가 수원 최초로 수요일 방과후 학교에 떴다. 기존의 반죽을 손으로 만지며 표현하는 걸 넘어, 먹을 수 있는 설탕반죽의 달콤함까지 더해져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반죽놀이가 되고 있었다.
만들기를 좋아해 재능을 키워보고 싶었다는 박정원(초5)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 갖가지 색으로 개성을 살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실력 향상이 느껴지지 때문. 청일점 하현수(초5)도 슈가크래프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클레이는 마르면서 딱딱해지고 부러진다. 로봇만들기는 잘못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슈가크래프트는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영구히 보관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박가경(초5)은 설탕이라 습한 날에 구멍이 생기는 어려움을 얘기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다보면 재미있기만 하단다. 앵그리버드, 하트 신랑·신부와 반지가 기억에 남고, 컵케익을 맛있게 만들어 먹은 것도 좋았다.
슈가크래프트를 지도하는 주성기 교사는 “소근육을 이용해 두뇌를 발달시키고, 전용물감으로 색감을 표현해 심미감도 높인다. 만들고자하는 대상을 재창작함으로써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정서적 안정을 찾고 차분한 성격으로의 변화도 가져온다. 1주마다 열리는 동화세상은 설탕의 달콤함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펼쳐지고 있다.
■파티쉐 - 정확한 계량과 순서 필수적, 집중력과 인내심 키워
매주 목요일이면 코끝을 자극하는 갓 구운 쿠키와 빵 냄새가 항상 기다리고 있다. 좋은 재료로 직접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은 파티쉐부 아이들을 들뜨게 만든다. 그 동안 마드레느·초코칩쿠키·통팥양갱 등을 만들었고, 겨울학기에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선물용으로 만들 계획에 있다. 조리 과정이 어렵지 않고 재료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강근민 파티쉐 교사는 수업의 교육적 효과로 “계량에서부터 반죽, 굽기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하는 동안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하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시피에 따른 정확한 계량과 순서가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황채원(초5)은 “취미로 시작했는데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드니까 더 재미있다”고 수업의 느낌을 전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정수빈(초5)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 파티쉐부를 선택했는데 조금 복잡하단다. 하지만 빵이랑 쿠키를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설탕을 많이 안 넣어 건강에도 좋다는 수빈이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재능과 진로를 탐색해보는 팔달초 방과후 학교
팔달초의 방과후 학교는 현재 주중 46부서, 토요 24부서가 활발히 운영 중이다. 전교생 949명의 참여율은 무려 200%에 이른다. 논리속독·게임수학·우클렐레·티볼 등 교과와 관련된 배움교실, 행복섬김 토요봉사동아리·아빠와 떠나는 마음여행·진로탐방여행 등 어울림교실, 창의인성·기초학력 돌봄교실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강사나 교육의 높은 질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강좌가 운영돼 호응을 얻고 있다. 이희주 교장은“앞으로의 사회는 다재다능한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를 통해 여러 경험을 하고, 진로나 재능을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방과후 학교의 활성은 모니터링하기, 토요수업 참여 등 학부모들의 관심과 협조를 끌어냈다. 강좌수강을 원하는 학부모도 많다는 이민화 담당 부장교사는 “지역주민이나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해 학교가 지역문화센터역할을 하는 열린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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