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바비>

‘바비의 나라’에서 온 잔인한 초대!

지역내일 2012-10-25

연기파 아역배우 김새론은 영화 <아저씨>와 <이웃사람>에서 보여준 ‘19금’ 소재의 배역에 이어 또 한 번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바비>는 전작들처럼 잔인하지는 않다. 김새론의 맑은 눈망울과 친동생 김아론의 차가운 눈망울을 잘 살려낸 ‘론 자매’의 명연기가 보는 내내 어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뿐이다.


두 자매의 엇갈린 운명
<바비>는 20~30년 전 한국에서, 현재 동남아시아 등 해외 각지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해외입양 아동 165,000명, 미국 내 해외입양 세계 1위, 전체 입양 대상자 중 40% 해외입양 등 여전히 아동 수출대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상과 불법 장기매매를 위한 입양이라는 충격적인 실화를 다루고 있다.
휴대폰 고리를 팔며 생활비를 버는 어린 순영(김새론)에게는 지적 장애를 가진 아빠와 뭐든 완벽한 바비 인형이 되고 싶어 하는 철없는 동생 순자(김아론), 그리고 안하무인 작은 아빠 망택(이천희)이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둘째 딸을 위해 순영이 필요했던 미국인 양아버지 스티브와 열세 살 딸 바비 부녀가 한국을 찾아온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돈을 위해 조카를 미국으로 보내려는 작은 아빠는 순영에게 강제적으로 미국 입양시키려 한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 가지 못해 안달 난 순자는 자신이 언니 대신 ‘바비의 나라’에 가기 위해 온갖 수를 쓰고, 그 사실을 모르는 순영은 미국에 가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생 순자를 대신 데려가 달라 한다. 스티브의 딸 바비는 매서운 눈에 영악한 순자보다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순영과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결국 아빠가 입양하려는 이유를 알고는 심한 충격을 받는다.


한국의 바비 VS. 미국의 바비      
(* 주의! 약간의 스포일러 내포) 영화 속에는 두 명의 바비가 존재한다. 가난한 집안에 환멸을 느끼고 바비 인형에 푹 빠져 공주처럼 화려한 삶을 꿈꾸는 철없는 한국인 소녀 순자와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아빠를 둔, 실제 공주처럼 키워진 미국인 소녀 바비다.
순자는 꿈의 나라, 바비의 나라를 동경하며 언니 대신 미국으로 입양을 가기 위해 영악하리만치 가식적이고 필사적인 어투로 “아이 러브 아메리카, 아이 원트 아메리카, 베리베리 머치!”를 외친다. 바비처럼 예쁘게 꾸미고 양아버지를 찾아가 콜라를 내밀며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짓는 한국의 바비는, 정말이지 처연해 보일 정도다. 불과 20~30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국의 모습, 현재도 여전히 글로벌이란 미명 하에 끊임없이 미국을 동경하는 우리네 허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반면 미국인 딸 바비는 ‘바비 인형’ 그 자체다. 풍족한 삶 속에서 공주처럼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가진 자의 이기심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다. 바비는 아픈 동생의 심장 이식을 위해 한국인 소녀를 입양하려는 아빠의 비밀을 알고는 잠시 갈등하다, “지금까지 내 동생이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미안해. 나는 내 동생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며 간접적으로 묵인한다. 자신의 동생을 위해 입양한 소녀가 죽어야 하는 현실을 알면서도 결국 선택하고 마는 바비의 두 얼굴인 셈이다.     
 
성조기를 흔드는 엔딩의 먹먹함
두 바비의 극명한 대비 외에도 이천희의 연기변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 때문에 지적장애를 지닌 형의 딸을 미국에 입양시키려는 작은 아빠(욕설을 내뱉고 형을 구타하며 자신의 친 조카를 미국에 팔아넘기려는 임면수심 캐릭터)의 나쁜 모습이 부각될수록, 사실상 엔딩의 먹먹함이 더욱 더 고조되기 때문이다.
입양 사례금으로 돈을 받자마자 곧바로 외제차를 구입하러 간 망택의 모습과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양아버지를 따라 나선 순자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교차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조카를 팔아넘긴 그 순간, 제일 먼저 새 차를 구입해 만족감을 드러내는 망택의 웃음과 언니 대신 입양가기 위해 발칙한 행동을 서슴지 않던 순자가 마침내 양아버지를 따라 공항에 가서 성조기를 흔들며 웃는 모습은 더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으로 떠나는 날 아침,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들 우냐”며 언니와 아빠를 차갑게 위로하던 순자가 영화 속에서 가장 행복해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결코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불법 장기매매 입양을 다루고 있지만 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노골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꼬집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라기보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가족애를 곱씹어보게 만드는 슬픈 드라마, <바비>는 그런 영화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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