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양(2학년 문과)의 블로그에는 덫에 걸린 한국 경제, 삼성과 애플의 소송, 스페인 사태와 EU 위기 등 경제 기사를 읽은 뒤 이슈를 꼼꼼히 분석하고 그동안 공부한 경제 법칙과 원리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은 코멘트를 만날 수 있다.
시해착오 끝에 찾은 꿈 ‘경제학’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한국은행에서 우리나라 금융과 경제 정책을 세우는 일을 하고 싶다며 그는 수줍게 웃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경제토론반 CA에 가입했어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는 과정이 짜릿했어요. ‘경제’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처음 느꼈지요. 그 뒤부터 내 나름의 관점을 세우며 경제공부를 차근차근 하고 있어요.”
조양이 자신의 진로를 찾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의사라 멋모르고 꿈을 의사로 정했다. 하지만 중학교 때 생물실험을 처음 해보면서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그 다음에는 작가를 꿈꿨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던 터라 습작으로 쓴 공상과학소설로 상도 여러 번 탔다. 그가 쓴 소설을 읽고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다양한 인생 경험으로 연륜이 담긴 최고의 작품을 쓸 만큼 자질이 뛰어난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하니 회의감이 들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곽탐사에 참여하며 인왕산 등 서울시내 8개 성곽을 골고루 답사하며 돌무더기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우리 역사를 생생하게 느껴보았다.
“100세 시대라는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는 중요한 이슈잖아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나의 관심사 리스트를 뽑은 뒤 다 부딪치고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야 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잖아요.” 그의 말 속에서 진로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진로 결정의 지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커리어넷 같은 온라인 상담도 활용해 보고 선생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자기 탐색을 진지하게 한 편이죠.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경제’라는 내게 딱 맞는 분야를 찾았죠. 얽히고설킨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수학적 원리를 적용해 논리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경제학이 내 성향과 잘 맞아요.”
NIE 동아리 통해 경험한 ‘작은 세상’
친구들 사이에 ‘오버쟁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조양은 쾌활하고 적극적이다. 일단 인생 설계도가 그려지자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 고2 때 사회현상 이면에 감춰진 경제 원리를 찾아보고 싶었기에 NIE 동아리를 새로 만들었다.
“지향점과 생각, 의견이 각각 다른 22명의 회원들과 갈등을 조율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험난했죠. 그래도 학교 축제 때 합심해 우리 동아리만의 독특한 이벤트를 선보였어요. 공동의 목표가 생기니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더군요. 또 신문 스크랩 하면서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그 이면을 자꾸 들여다보는 노력을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배운 게 많아요.” 찬찬히 그간의 활동을 정리한다.
요즘 교실 풍경은 고3이 코앞이라는 초조함 탓인지 뒤숭숭하다. ‘카더라 통신’을 흘리며 대학 이야기에만 열을 올리는 다수의 예비 고3생들과 묵묵히 공부하는 소수.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공부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국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즐겼던 ‘독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소설 마니아였고 서사구조를 가진 글에 열광했던 덕분에 독해력, 어휘력 등 ‘언어 감’이 좋은 편이라고 스스로 자평한다. 수학은 고1 때 깊은 좌절감을 맛보기는 했지만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어 좋아했던 과목을 잘하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 반복 학습을 거듭하면서 맥을 잡았고 고비를 잘 넘겼다. 특히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수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다. 영어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게 최고의 공부’라는 배짱으로 학생명예 영어교사를 자원하는 등 공부의 깊이를 더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받은 혜택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엄마가 내 롤모델이에요. 의사라 무척 바쁜데도 개성 강한 세 명의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피죠. 늘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 책이야기, 시사 이슈,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그는 좋은 부모님과 혜택 받은 환경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이런 환경에 태어난 거죠. 내가 받은 혜택을 우리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늘 가지고 있어요.” 1학년 때부터 정신지체장애인이 살고 있는 남양주 신망애복지관에 봉사를 다니면서 ‘나눔의 삶’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복지관에서 장애인 수발을 돕고 작업장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저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절절하게 느꼈고 편견도 깰 수 있었어요.”
공부스트레스로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조양에게서는 뚜렷한 인생의 목표와 에너지가 느껴졌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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