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수) 천안NGO센터 5층 대강당에서 ‘권리로 제안하는 복지도시 천안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사무국 :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천안시의회 김영수 부의장 전종한 총무복지위원장 장기수 이숙이 주일원 의원 등 관계자들과 관심 있는 시민들이 토론회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청중들의 시선을 잡아 끈 순서는 장애인부모 노인 이주여성 자활참여자의 ‘삶 속에서의 권리이야기’ 사례발표시간이었다. 발표자는 각자의 삶속에 꼭 필요한 복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청중들은 내내 진지한 분위기로 집중했다.
“3년 전 신청한 임대주택 대기번호 650번” =
“제가 죽은 다음 이 아이가 살아갈 일을 생각하면, 자식 데리고 자살하는 부모 마음이 이해됩니다.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장애인들도 교육 받고 취업해서 살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일반회사에 취업하는 건 꿈도 안 꿉니다. 지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하고 월급 받을 수 있는 곳은 장애인보호작업장 같은 기관뿐인데 천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28살 된 지적장애 딸을 키우는 여순구(천안시 청당동)씨의 절규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여씨는 “유산을 물려주지 못한다면 현재 9만여원의 연금으로 어떻게 살겠습니까?”라며 장애인 부모의 심정을 토로했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호소하였다. 현재 천안에는 장애인복지관 한 곳, 보호작업장이 두 곳이 있는데 천안의 도시규모와 장애인인구로 볼 때 그 시설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기초생활수급자 박분순(천안시 원성2동)씨는 재개발 예정지역에 주거하는 자신의 상황을 예로 들어 임대아파트 확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씨는 “3년 전 임대주택을 신청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대기번호가 650번이더라”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70세의 노구로 준비한 원고를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며 저소득 노인들의 주거권에 대해 얘기하다가 끝내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아스바로바 니고라(천안시 신부동)씨는 우즈베키스탄 결혼이주자로 말잔치뿐인 ‘다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발표했다. 다문화강사와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견어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차별없이 주민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자 김흥채(천안시 성정동)씨. 자활참여자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비와 의료비가 절박한 수준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예산부족으로 인한 의료비지원 축소가 얼마나 치명적인가에 대한 발표가 여러 자료들을 배경으로 이어졌고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김씨는 “저소득층아이들이 사회의 흉악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으므로, 이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해 줄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본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윤철수 교수는 “모든 사례발표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나이가 들거나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거나 외국에 나가 살게 되면 바로 우리가 겪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에 대한 복지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내 삶에 필요한 정책, 시민의 목소리로 제안 =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올해 시민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으로 ‘나의 권리찾기’ 워크샵을 진행했다.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이주민 등 총 150여명의 시민들은 워크샵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요청을 시작했다. 또한 워크샵을 통해 제안된 내용을 중심으로 7대 권리 총 27개 정책을 정리, 350여명의 시민에게 우선순위 투표 과정을 거쳤다. 권리로서의 복지 7대 권리는 사회보장권 사회복지서비스권 주거권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문화권이다.
이번 토론회는 과정을 통해 확인한 시민들의 필요를 직접 제안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권리로 본 천안시 사회복지정책’을 발표한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박예림간사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생생한 의견을 나누며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지의 양적 확대에서 나아가 권리로서 복지정책이 편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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