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루어웨딩 디자이너 김천혜 대표

고(故) 앙드레 김을 대신한 의상감독이 되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에 더 관심 있어”

지역내일 2012-10-21 (수정 2012-10-21 오후 10:46:50)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한국오페라단 의상감독, 오트퀴트르(고급맞춤복)와 레디투웨어(고급기성복) 디자이너, 미술작가 등 김천혜 대표를 수식하는 현란한 단어들은 많다. 그는 그 중에서도 2010년 'G20 정상회의 골든 오페라 콘서트’에서 오페라 의상을 맡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로 조명 받고 있다. 
세계 20여 개국 주요 정상들이 모인 것을 축하하는 세계적인 무대답게 오페라 콘서트 의상은 고 앙드레 김이 예정됐으나 그는 병세악화로 타계했다.
김천혜 대표의 드레스는 오페라 콘서트 총 감독(연출 디렉터)을 맡은 이탈리아 '마시모 가스파론’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마시모 가스파론은 김 대표를 전격 발탁했다.



G20 정상회의 오페라 콘서트 의상을 책임지다 =
의상감독으로 오페라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천혜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동양의 선과 서구의 색감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표현했는데, 화려함만을 강조한 기존의 드레스와 차별이 된 것 같다”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오페라 감독이 내 드레스에 만족하고 전격 발탁했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오페라 의상을 맡았을 때 해당 오페라에 대한 공부도 불티나게 했다는 김 대표. 그래야 음악과 공연에 맞는 옷을 어떻게 입힐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아나운서 황정민씨가 ''KBS 연예대상 라디오 DJ부분’을 수상할 때 입었던 드레스도 김 대표 작품이다.
황정민씨는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의 드레스는 입는 사람의 장점을 잘 부각시켜준다. 원색을 원했던 내 생각과 달리 막상 무대에 섰을 때 럭셔리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살려야 한다는 김 대표의 권유가 옳았다”고 답했다.

동서양의 예술을 드레스로 승화시켜 =
그는 동서양 선과 색의 절묘한 조합을 잘 찾아낸다. 예고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복합적인 이력은 그가 드레스를 디자인할 때 동서양의 선과 색을 조화롭게 접목시키는 바탕이 됐다.
김 대표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지난날 힘들었던 과정도 적지 않다. "'김진아 레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너무 정신없이 일해 잠결에 뜨거운 다리미를 잡기도 했다. 당시는 집안이 어려워 주경야독하며 백 원짜리 한 장 없어 밥을 못 먹은 적이 많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는다”며 더 밝게 웃었다. 낙천적이고 털털한 성격을 가진 김 대표 삶의 방식이 사람들 눈에 더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문가 못지않은 피아노 실력도 갖췄다. 덕분에 세종문화회관 같은 큰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드레스를 의뢰해 올 때는 연주곡을 직접 들어보고 음악과 연주자에 맞는 드레스를 디자인한다. 당연히 연주자의 대만족이 따라온다.




아는 사람이 선택하는 1순위 드레스 =
웨딩컨설팅 업체에서도 눈높이가 높은 고객들에겐 엘루어 드레스를 추천한다. 유니온웨딩켄설팅 전윤정 대표는 “김 대표는 고객한테 최상의 드레스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다른 샵은 엄두도 못 낼 새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기도 한다”며 “엘루어 드레스는 원단과 디자인이 확실히 다르다”고 답했다. 또한 “웨딩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엘루어 드레스를 찾아 입는다면 알만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대표의 드레스에 반한 사람들 입에 엘루어가 오르내리자 소문은 급속도로 퍼졌다. 주변 충청권 도시는 물론 대전 서울 경기에서도 일부러 엘루어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인터뷰 당일도 파주에서 온 고영미씨가 연주회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아침부터 엘루어를 찾아왔다. “처음엔 내가 원하는 드레스를 권하지 않아 고민했지만 김 대표는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짚어주면서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의 조언은 날카롭고 정확했다”며 “사람들이 왜 엘루어 드레스를 선택하려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천안을 빛낼 디자이너가 되겠다 =
잘 나가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왜 토탈샵이 성행하는 천안까지 내려와 그것도 단독샵을 열었을까. 남편 따라 내려온 천안은 그에게 핸디캡이 아니라 도전의 장이었다.
“의사인 남편이 천안에 개원을 했고 떨어져 살길 원하지 않았죠. 이왕 오게 된 거 지방에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고객들이 디자이너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또한 3년째 다문화 가정 무료 웨딩사진 촬영에 드레스를 협찬하고 있다.
그는 11월 이후 서울에서 있을 콜라보레이션(여러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 내는 공동작업) 전시회에 참여한다. 초대 디자이너로서 자개로 만든 정장 등 8벌을 전시한다. 융합이 대세인 시류에 따라 동양적인 모티브를 소재로 한 독특한 그의 의상세계를 펼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여성의 단점을 보완해 여성미를 살린 드레스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천안의 웨딩드레스 판도를 바꾸는 지각변동을 꿈꾸고 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서울을 떠나 천안에 정착했고, 천안이 배출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겁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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