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게의 계절이 돌아왔다. 봄·가을 제철인 꽃게는 지금이 가장 맛있는 시기로 올해는 태풍의 물갈이 효과 덕분에 통통하고 질 좋은 꽃게가 벌써부터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알이 꽉 찬 게와 따끈한 쌀 밥 한 공기는 금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든다.
예로부터 밥도둑으로 사랑 받아온 간장게장은 최근엔 음식점은 물론 홈쇼핑에서도 인기를 끌며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음식은 다른 상품과 달리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말이다.
싱싱한 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깊은 맛이 두 배
15년 째 간장게장을 묵묵히 만들어 오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 바로 ‘해오름 간장게장’이다. 백운호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이 집은 오랜 시간 그 맛을 잃지 않고 고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 왔다. 특히 유원지나 관광지일수록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한 곳에서 이렇게 꾸준히 사랑 받기까지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곳을 찾은 대다수의 고객들은 “한 끼 식사를 통해 추억을 남기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우선 맛있게 먹어야 한다”면서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었을 때 그 즐거움이 배가되면서 오랫동안 기억된다”고 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맛이 궁금해 차를 몰아 백운호수로 달렸다. 백운호수 입구에 접어들면 온통 한정식, 일식, 레스토랑 등 갖가지 음식점들이 즐비한 가운데 떡 하니 버티고 선 해오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자 마치 시골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이 먼저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메뉴판을 펼쳤다. 돌솥간장게장, 게장 정식과 백반, 낙지전골, 꽃게찜, 해물찜 등이 있고 만원에 무한 리필되는 메뉴도 눈에 띄었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고급 메뉴에 속하는 비싼 게장을 만원에 무한리필하면 도대체 남는 게 있나 싶어 주인장을 불렀다.
“간장게장을 무한리필에 만원 받으면 사실 별로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손님들은 무한리필 간장게장만 드시는 게 아니라 다른 메뉴도 드시기 때문에 괜찮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는 절대 쓰지 않는다. 15년 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해 왔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들을 먼저 생각한다.”
김창배 사장은 연평도의 싱싱한 꽃게를 재료로 이곳만의 비법과 장맛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손님들을 대접하겠다는 기본정신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꽃게를 자르지 않고 통 꽃게로 갖가지 한약재와 천연재료를 넣고 정성껏 달인 간장으로 5일 이상 숙성시킨 이곳의 게장은 짜거나 비리지 않고 맛과 영양면에서도 월등하다고 김 사장은 자랑했다.
특히 게는 싱싱할수록 살이 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진한 맛을 내며, 크기가 클수록 맛이 있다고 한다. 배꼽이 둥근 암게는 살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심하지 않으며 알이 차 있어 간장게장을 담그면 단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게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으며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들의 건강식으로도 그만인데 동의보감에는 몸의 열기를 푼다고 기술되어 있다.
직접 수확한 채소로 만든 밑반찬들의 향연
간장게장 정식을 주문하고 한 상 차려 나오기 전에 식당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았다. 넓은 주차장 한 쪽에 자리한 쉼터. 그리고 토종닭들이 마당을 뛰어다니고 따스한 가을 햇살까지 받으니 꼭 야외로 소풍 나온 기분이다.
음식이 나왔다는 소리에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입이 떡 벌어진다. 간장, 양념게장이 푸짐하게 차려지고 갖가지 밑반찬들이 줄지어 나온다. 간장게장 몸통을 먼저 집어들었다. 가위로 반을 자르니 노란 알이 꽉 찼다. 달달하고 감칠맛이 나는게 입안에 착 감긴다. 짜지 않고 적당한 맛이다. 양념게장도 적당히 매콤하고 부드럽다. 게 뚜껑에 따끈한 밥을 넣고 쓱쓱 비벼 김에 싸서 먹으니 잘도 넘어간다. 덜 삭아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짜서 입이 아리지도 않아 자꾸만 손이 갔다. 짭짤하고 담백한 맛이란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15년 전 가족들과 함께 간장게장 전문식당을 열었다는 김창배 사장. 어디에나 있는 간장게장 식당같지만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간장게장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그에게는 신념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간장게장 전문점이 생기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직접 가서 맛을 본다는 그는 400평의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로 밑반찬을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해오름한정식도 함께 운영한다.
해오름 간장게장 031-425-2658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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