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수업 분위기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여러가지가 궁금합니다. 일일이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에 전화해 볼 수도 없는 일. 그래서 공식적으로 학교에 봉사할 수 있는 시험감독을 신청하여 선생님 얼굴 한 번 뵙고 아이들이 어떻게 시험을 보는가 몸으로 느끼고 오는데. 시험감독을 들어간 엄마의 눈에 들어온 시험장 풍경들이 참 다양합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1 가혹한 시험 감독 선생님 때문에 주눅들어 시험에서 실수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신미현(가명)씨는 지난 2학기 중간고사에서 둘째 날 시험감독을 갔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 옆 반 국어 시험이 있던 2교시 시험감독을 하였는데 그 반에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큰소리로 아이들 태도를 지적하더니 시험 시간 내내 심한 잔소리로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더라는 것. “가뜩이나 시험지가 5장이나 되는 국어 시험이어서 ‘시간 배분 잘못하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는데, 시험 시작하는 종이 한참 전에 울렸음에도 선생님께서는 가방 문 닫으라고 지적, 시험지 놓인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 책상 위에 다른 물건 치우라고 지적을 하면서 시간을 한참이나 넘겨서야 시험지를 나누어주시더군요. 급기야 선생님 잔소리에 집중력이 흐려져 번호를 밀려 쓴 학생이 종료 5분 전 OMR카드를 바꿔달라고 하는데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카드교환을 단호하게 거절을 하더라고요. 학부모인 저도 선생님이 너무 야속했어요.”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울며불며 사정하는 아이에게 끝까지 매정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마음이 아팠다고 미현씨는 이야기한다.
#2 시험 보는 아이가 아이라인은 웬말? 불성실한 학생태도
둘째아이 고등학교 시험감독에 다녀왔던 최인영(47·강서구 신월동)씨는 평소 일반고 문과 학습 태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나빠도 너~무 나쁜 아이들 태도에 충격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OMR카드 나눠주고 나서 5분 만에 체크하고 자는 놈, 앞사람 등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놈, 책상으로 바닥을 긁어서 이상한 소리 나게 하는 놈, 옆 라인에 있는 아이와 얘기하는 놈, 공주 거울 꺼내놓고 눈썹 뿐만 아니라 눈가 아이라인을 그리는 여학생, 비비크림 바르는 아이까지 별 놈들이 다 있더라구요.” 라며 시험태도가 이 지경인데 수업태도는 어떨지 걱정이 컸다고 말을 한다. “시험 중 화장실 가겠다고 하는 학생이 있어서 제가 그 아이와 화장실에 갔어요. 남학생인데, 전 복도에 서있고 그 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문을 안 닫고 들어가더군요. 저는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 아이는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나오는 거예요. 쉬는 시간에는 뭘 했는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덩치 큰 남학생이어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그냥 교실로 돌아와야 했지만 시험에 임하는 아이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인영씨는 이야기한다.
#3 마음의 부담감 때문에 OMR카드 교환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아이
시험 감독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느끼게 된다. 2학기 중간고사 둘째 날 시험 감독에 들어갔다는 이경혜(43·양천구 목동)씨는 공부에 담쌓고 시험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들도 보기에 안타깝지만 밤새워 공부한 탓에 빨간 토끼눈을 하고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시험 시작종이 울리기 직전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도 안쓰럽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밤새워 공부한 아이들 중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시험시간에는 실수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2교시 역사 시간에 시험 감독을 하는데 단정하게 생긴 여학생이 시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OMR카드 교환을 선생님께 부탁하더니 계속해서 답안 카드를 교환하더군요. 눈에 띄는 외모의 학생이어서 시험 시작 전에 관심을 갖고 그 아이 공부하는 책을 살짝 보았었는데 책이 새카맣더라고요.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인 것 같은데 아마 긴장한 탓에 실수를 했었나 봐요.” 시험 종료 직전까지 답안 체크를 하던 그 여학생은 결국 서술형 문제 답을 제대로 적지 못하고 답지를 내야했다고 하는데 경혜씨는 자기 자식 일 같아 안타까웠다고 이야기한다.
#4 허걱하는 커닝의 진화 - 커닝하는 아이들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강요받는 아이들은 자칫 잘못된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과거에도 커닝하는 아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 기기가 발달하고 입시 스트레스가 커진 요즈음에는 학생들의 커닝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친구 시험지를 보는 유형은 차라기 귀여운 하수들의 커닝방법이라고 한다. 고1 딸이 다니는 학교에 처음 시험 감독을 갔다는 정수민(45·영등포구 영등포동)씨는 “얌전하게 시험 잘 보고 있는 교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건너 자리 학생들 등을 쳐다보고 있다가 앞자리 여학생이 허벅지 안쪽까지 치마를 걷어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시험 보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어떤 상황인지 눈치 챌 수 있었지만 남자 선생님이 앞에 계신데 다가가서 확인하기도 민망하고 오죽 시험을 잘보고 싶었으면 저러나 싶어 시험 시간 내내 망설이다가 그냥 모른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마음에 걸리네요.” 최근에는 일명 ''마술펜''으로 불리는 특수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 펜은 자외선·적외선에 감응하는 잉크를 사용해 메모 내용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펜에 있는 전구로 불빛을 비추면 글씨가 드러나는 필기도구라는 것이다. 성적 위주의 사회가 부도덕한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닌지 수민씨는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5 감독 엄마와 수다 떨다 사과한 샘
엄마들이 시험 감독을 가면 보통 학교에서는 시험 시작 전에 감독을 하면서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미리 알려주기 마련이다. 시험에 예민한 아이들은 엄마들의 또각거리는 신발 소리나 옷깃이 스치는 소리에도 집중을 힘들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학생 옆에 딱 붙어 서 있거나 불필요하게 교실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조심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김은미(47·강서구 등촌동)씨는 둘째아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라면서 어처구니없는 사례를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학부모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엄마가 시험 감독을 갔는데 그분이 평소에도 좀 화려하다 싶은 복장이어서 그리 좋은 인상을 주는 분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향수까지 뿌리고 시험 감독을 가서는 아이들 수학시험 시간에 평소 아는 선생님이었던 감독 선생님과 학교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나 봐요. 마침 수학문제가 어렵게 출제되어서 아이들은 괴로워죽겠는데 선생님과 시험감독 간 엄마의 대화 소리에 집중을 못하고 시험 망친 아이가 여럿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시험 시간에 제대로 항의도 못한 아이들 이야기가 나중에 아이들 부모 귀에 들어가서 당시 시험 감독을 들어갔던 교사는 학부모들 앞에서 공개사과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험을 망친 아이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하여야 되었다고.
#6 시간 부족하다며 끝까지 답지 잡고 늘어지기
시험을 잘 치르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시험시간에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종료 종이 울렸음에도 끝까지 답지를 제출하지 않고 잡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다. 보통 규율을 중시하는 교사들은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도록 하고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 학생을 시켜 답지를 걷어오게 하는데 답안 작성이 미숙한 신입생이나 성적에 민감한 여학생 등은 눈물로 호소하며 여러 학생이 움직이는 바쁜 틈을 이용해서 끝까지 답지를 작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한영미(45)씨는 “아들 학교 시험 감독을 갔는데 전교 등수 안에 든다는 한 남학생이 시험 볼 때 끝까지 확인하느라 종료 후 시험지 걷는 아이의 말을 듣지 않아서 선생님께 불려가기까지 하더라고요. 결국은 다음 시간 시험에서 또 그랬다는데 공부 좀 한다는 덕분에 선생님도 그냥 봐주셨다나 봐요.” 문제 한 문제에 목숨 거는 이런 아이들이 성적이 좋아 우수한 대학에 입학할지는 모르겠지만 규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자기 이익에 더 민감한 학생들이 나중에 얼마나 훌륭한 사회인이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영미씨는 자신의 아들은 대범하게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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