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식물’을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1인 기업가 이시연. 취미로 배우다 아예 사업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는 최근 웰빙바람과 함께 주목 받고 있는 약용식물의 매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텋어놓았다.
“나팔꽃의 씨앗은 다이어트에 좋아요.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이 많이 드시는 가시오가피는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죠. 성장기 아이들에게 줄기를 다려 먹이면 키 크는데 도움이 되요.” 이시연(40세) 약용식물디자인경영연구원 대표는 조근조근한 목소리고 쉴 새 없이 약초에 대한 지식을 쏟아낸다.
전국의 약용식물 재배농장, 수목원, 야생초가 지천에 자라는 산과 들이 그의 일터이자 곧 놀이터다. “귀농귀촌을 준비는 수강생들과 전주에 있는 구찌뽕 농장을 찾아가 재배 방법과 수익성, 열매로 기름 짜는 과정 등을 둘러보고 왔어요. 강의실 이론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답사를 다녀요.” 이 대표의 설명이다.
어린이집교사에서 약용식물 사업가로 변신
그의 고향은 전북 김제. 끝없이 펼쳐진 금만평야를 뛰놀며 ‘자연의 품’ 속에서 자랐다. 유아교육, 사회복지, 약물재활복지를 복수전공한 후 10여 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아이들 손잡고 산책 나가면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했어요. 방아잎 뜯어 ‘한국의 허브’라고 말해주며 비벼보고 냄새 맡으면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마냥 식물이 좋았던 그는 틈날 때마다 식물도감을 펼쳐들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며 독학했다.
약용식물 온라인카페 시삽이면서 평생교육원에 강의를 다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둘 다 관심사가 같아 수목원이나 농장 등으로 현장 답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정이 들었고 결국 평생의 ‘짝’이 되었죠.”
2년 전 결혼과 함께 이 대표는 약용식물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약용식물관리사, 발효식품관리사 자격증을 딴 뒤 전문 강사로 데뷔도 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산과 들에서 나는 도라지, 매실, 오미자 등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약용식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아직 학문으로서 체계화되지는 못했어요. 한의학, 식품영양학 등 공부할 분야도 방대하죠.”
인생2모작 위해 약용식물 배우는 사람 많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았던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을 사업화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서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문을 두드렸고 운 좋게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경영컨설턴트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어요. 꿈에 부풀어 이것저것 다 하겠다고 설치는 사업 초보자인 나에게 전문가들이 사업을 체계화시키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일러주었죠.”
그는 현재 여성능력개발원을 비롯해 대학 평생교육원, 농업기술센터, 광진구 주민센터 등지에서 약초와 발효효소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 연령대마다 특색이 있어요. 약용식물은 다른 농작물 재배에 비해 손이 덜 가는 편이에요. 게다가 효소액으로 만들어 팔거나 체험장을 운영하면 부가수입도 올릴 수 있지요. 이 때문에 본인 소유의 땅을 가지고 있는 40~50대 분들은 은퇴 이후를 염두에 두고 노하우를 배우러 오시죠. 젊은 20~30대들은 약초를 테마로 한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찾아오고요.”
‘마당발 약초 인맥’을 가진 남편 덕분에 이 대표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수강생들과 현장 체험을 자주 떠난다. 다양한 약초 농장주들과 만나 운영법, 수익성, 애로사항 같은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
효소액 활동한 건강요리 개발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는 궁중요리, 약선요리를 틈틈이 배웠고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특히 당귀, 더덕, 한련초 등 40여 종의 발효 효소를 만들어 요리할 때마다 요긴하게 활용한다.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약초 효소액 만들기 강좌도 꾸준히 열고 있으며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중구청과 함께 신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활용한 건강요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처음 중구청 제안을 오케이한 후 덜컥 겁이 났지만 배짱으로 밀어붙였어요. 요리시연 첫날에는 새벽 2시부터 100인분의 요리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황기가루를 넣어 만든 굴비탕수, 복분자효소를 넣은 완자보슬이 등 새로운 요리를 계속 선보이는 중이다.
“올해 사업가로 데뷔한 뒤 정신없이 뛰어다녔어요. 참 신기하게도 인맥을 쌓고 강의를 다니면서 새로운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요. 약초와 효소를 결합한 건강 요리도 새롭게 개척한 분야죠.”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최근에는 150여종의 약초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동의보감 속의 山 약초이야기>란 책도 펴냈다.
“다음 목표는 약용식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여러 체험도 할 수 있는 농장을 여는 거예요. 내가 가진 지식을 함께 나누고 또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약초는 무척 매력 있는 테마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갈 계획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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