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옛말이 있다. 넉넉히 가지지 않았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봉사를 통해 사람들은 존재 가치와 더불어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 봉사활동에 주목하는 요즈음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나눔과 섬김의 기쁨을 느끼며 봉사활동을 하는 훌륭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10년 넘게 시각장애인들의 등반을 돕는 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이만구씨의 사연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자원봉사 실천으로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운이 우리 주변에서 느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드러내지 않아도 남을 돕는 기쁨에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노력 덕분에 세상은 살만한 곳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리라. 많은 봉사 활동 중 이번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세상 밖으로 인도하고 계신 강서구 등촌동의 이만구(68)씨를 만나보았다.
34년간의 직업군인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국민훈장까지 수여받았다는 이만구씨는 국가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이 들어서도 스스로를 칭찬하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일은 사회에 봉사를 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제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날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 6월 2일부터 시작하였어요. 군대를 예편하고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찾던 중 독거노인 점심배식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첫 번째로 한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이만구씨가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한 시간이 봉사기관 전산 등록 시간만 3만7000여 시간이라고 한다. 과거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할 즈음에는 전산입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2000년 이후 그의 하루하루는 대부분 봉사활동으로 채워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가족들의 불만이 있지 않았을까 리포터는 궁금했지만 이만구씨를 방문한 수요일 오후 이만구씨 가정에는 가족을 이해하는 따뜻한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함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부인과 장성하여 독립한 두 아들 모두 봉사활동에 열심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파트 단지 이웃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에는 맑은 초가을의 햇살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평범하고 소박한 그의 집에는 봉사활동을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선한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열어준 ‘시각장애인 등산안내’
얼마 전 TV에서 시력을 잃게 된 어느 가장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혼자서 산을 오르는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소리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의지해 산에 오르는 도전이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만구씨 역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봉사활동 중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등산안내 봉사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비록 앞을 볼 수는 없는 이들이지만 그들이 세상과 다가설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한다.
등산은 일반인들에게도 위험요소가 많은 운동인 만큼 시각장애인들의 등반은 특히 주의해야할 점이 많은 활동이다. “시각장애인 등산안내에는 지켜야할 에티켓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안전을 책임지는 봉사활동이니만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길안내가 가장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여쭈어보고 그분의 의도대로 인도하는 것이 좋으며, 안내자로서 도로의 상태와 방향을 음성으로 상세히 안내해야 하지요.”라고 이만구씨는 설명한다.
이만구씨가 소속된 시각장애인 산악회는 ‘선인산악회’와 ‘한마음산악회’ 두 곳이다. 선인산악회에서는 서울시각장애인 등산안내를 13년째 매주 목요일 해오고 있으며, 한마음 산악회는 2001년 봉사를 함께하였던 분들과 함께 화요일마다 산행을 하고 있다고. 선인산악회는 시각장애인 12명과 그들의 등산을 돕는 봉사자들이 짝을 이루고 있다. ‘선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담은 산악회이다.
가끔은 위험한 순간도 찾아온다. 봉사자가 발밑에 신경 쓰며 걷다 보니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발을 헛디뎌 두 사람이 뒤엉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만구씨는 시각장애인의 마음을 헤아려 아프다는 말도 쉽게 하기 힘들다고 한다. 본인보다 산을 더 만끽하며 산을 오르는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다보면 그들을 통해 치유를 받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봉사와 함께 얻은 많은 보람들
“봉사란 자기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서부터 자원봉사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나보다 힘든 이웃을 위하여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진정한 봉사자를 우리 이웃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란 어떤 것인지를 묻는 리포터의 우문에 이만구씨는 성실하게 답을 해온다. 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스스로에게도 좋은 치유가 되고 있다는 이만구씨의 말이 인상적이다.
시각장애인 등산안내봉사 이외에도 이만구씨는 많은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말미암아 시설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경주 엑스포 행사장에서 일주일동안 복구 봉사활동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밖에도 태풍 피해를 입은 농가복구활동과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 기름 제거 봉사활동, 폭설 피해농가 비닐 해체 작업 봉사, 그리고 얼마 전 9월에 불어온 태풍 볼라벤과 산바의 태풍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를 찾아 낙과 과일줍기 봉사활동, 그리고 기타 크고 작은 국제대회 자원봉사 등 그는 TV에서나 접하였던 굵직굵직한 우리나라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모두 누비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모범봉사자로 그를 추천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만구씨는 2001년 대통령 광복장 외 국가보훈처장 표창, 통영시장, 강서경찰서장, 국회의원, 문화관광부장관, 송파자원봉사센터소장 표창 등 보통 사람들 하나 받기도 힘든 표창을 여러 번 수상하였다고 이야기한다. 봉사를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가고 있다는 이만구씨에게 사회는 다시 그로부터 받은 은혜를 되갚고 있었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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